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아이들의 영국 어린이집 적응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1. 6. 9. 08:35

어린이집을 다닌지 두 달 하고 2주가 지났다. 제법 시간이 지났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적응을 잘 하고 있다. 감사한 일.
현재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은 우리가 사는 아빙던에 있는 게 아니라, 아빙던을 벗어나 컬름이라는 동네에 새로 생긴 어린이집이다. 새로 생기긴 했지만, 인근 지역에서는 제법 괜찮다고 소문이 난 컬름 과학단지 안에 있던 어린이집이 확장 수요가 늘면서 한 곳을 더 연 곳이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바로 그 곳이다.
둘째 뚱이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동네 후배네가 아이 어린이집을 물색하던 중에 그 곳을 알게 되었고, 한번 방문을 해 보고는 괜찮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와서 우리도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그곳을 방문했고, 그 다음주부터 바로 보내는 것으로 등록을 했다.
그곳으로 결정한 이유는 선생님들이 모두 친절하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게 모든 어린이집에서 당연한 일은 아니다), 놀이터 공간이 매우 커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 달이 좀 넘는 시간이 지나며, 그 시간 중에 아이와 넘어지는 사고를 겪으며 불미스러운 일이 한 차례 있었고, 그 외에 행정처리(원비 납부 관련)가 미숙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모든 점들이 만족스럽다. 아, 딱 하나. 오후 간식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 그게 좀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수용할 만한다.
아이들은 순조롭게 적응해나갔다. 큰 아이는 한달 넘도록 늘 가기싫다고 울고 고함을 치고 발버둥을 쳤지만, 그래도 이 어린이집은 그간 다녔던 여러 곳(첫번째 St Mary's 어린이집, 그 후 베키 차일드마인더 집, 한국 어린이집)과 비교하면 이 곳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 보여서 큰 걱정하지 않고 열심히 아이 등을 떠밀여 들여보냈다.
여러 어린이집을 거치는 동안 아이가 나이가 들고 성숙한 점도 있겠지만, 아이가 울면서 들어가는 시기가 짧았고, 간혹 어린이집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주말에 특히. 가고 싶어도 안 가고, 못 간다는 것을 알기에 하는 소리 같다) 그래도 어린이집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항상 아이들을 반겨주고, 아이와 헤어질 때도 늘 웃으며 인사해주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 좋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흠... 내가 경험한 여러 보육기관에 대한 경험으로는 그게 당연한 게 아니었다.
어쨌던, 현재 엄청난 재정적 타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괜찮은 어린이집에 정착한 것은 참 다행이다. 아침 저녁으로 등하원길에 차가 좀 막히고, 기름값이 제법 든다는 것은 또 하나의 단점이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하기만 한다면이야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하고, 이 곳이 아이들을 믿고 맡길 만한 곳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도 낮동안 아이들 걱정을 잊고 우리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어린이집 적응기가 그저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큰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닌지 나흘이 지나자 눈깜빡임 현상, 즉 틱(tic) 장애가 나타났다. 그걸 처음 발견한 날 얼마나 놀랬던지.
나름 나도 교육학에, 사회복지까지 전공한지라 이런 일이 그렇게 놀랍고 낯선 일은 아니었기에 아이 앞에서 아닌 척 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알고 있던 일이 내 아이의 일, 나의 일이 된다는 것은 꽤 큰 여파를 갖고 다가왔다.
내가 뭘 하겠다고 이 어린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나. 심지어 돈도 없고 일도 없는 상태에서 남편 실직에 대비해 모아둔 저축을 까먹으면서. 바로 이 두 상황, 즉 내가 벌고 있는 돈이 없고, 당장 어떤 신규 소득이 발생할 것도 아닌 상태에서 재정적인 무리를 해서 어린이집을 보내는 상황이다 보니 이런 일의 여파는 항상 필요 이상으로 다가왔다.
아이의 틱을 발견하고 나는 한 이틀간은 밤마다 울었다. 아이에게 최대한 집중하고,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핸드폰을 근처에도 두지 않았다. 전화가 와도 받지 않았고 메세지가 울려도 확인하지 않았다. 아이에게만 온전히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둘째 뚱이는 남편 차지. 그게 둘째에게는 좀 미안했지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큰 언니 말*만 믿고 잭에게 집중했다.
*큰언니의 논리는 이러했다. 둘째 뚱이는 태어나자마자 제일 좋은 장난감(?)인 형아가 집에 항상 있는데, 그게 아이에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아냐고. 그것만으로도 뚱이는 엄청난 것을 받은 거라고. 그러니 뚱이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잭의 틱 장애 현상에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 모르게 선생님에게 그 언급을 했다. 바로 부원장인 Abbie에게.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어린이집 경력 8년이 넘는 부원장인 그 선생님은 틱이 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다행히 아이의 틱은 일주일에서 열흘이 지나며 사라졌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계속해서 조금씩 적응해갔다.
이제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도 곧잘 부르고, 다른 친구와 놀기도 한다고 한다. 톰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잭이 쫓아가고, 잭이 타고 달리면 톰이 쫒차오는 식. 그러면서 둘이 자지러지게 논다고 하는데, 그렇게라도 다른 아이와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니 기쁘고 감사한 일.
자, 이제 나도 오늘의 블로그는 여기서 마치고, 내 할일로 돌아가자. 아이들이 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 해 첫 수박을 먹으며 행복한 큰 아이.  큰 조각 채로 먹겠다 해서 줬더니, 저렇게나 좋아한다.
형아와 함께 먹는 수박은 맛있어~ 아무래도 이제 아이 머리를 좀 잘라줘야겠다. 너무 물미역같잖아.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