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만 3세 반] 큰 아이의 영국 어린이집 적응기: 언어적응

옥포동 몽실언니 2021. 6. 17. 19:05

우리 첫째 잭이 어린이집에서 겪고 있을 어려움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무겁다.  말도 통하지 않고, 낯선 사람 투성이인 곳에서 하루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힘들까.  매 순간 힘들기만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그 상황이 불편하고 힘든 때가 있으리라.  여태 어린이집에서는 응가를 한번도 하지 않고, 매번 참고 있다가 집에 오기만 하면 똥을 싸는 잭이다. 

17개월부터 4개월간 동네에 있는 어린이집을 다녔고, 그 때부터 다시 7개월간 차일드마인더를 다니며 영어를 좀 익히긴 익혔을텐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8개월을 꼬박 집에만 있었고, 그로부터 3-4개월은 한국에서 한국 어린이집을 다니며 이 아이에게서 영어는 완전히 지워졌다.  그리고 다시 다니기 시작한 현재의 어린이집. 

땡큐, 플리즈, 모어, 워터, 토일렛, 이 다섯단어만 갖고 시작한 어린이집 생활.  아직도 아이는 어린이집 가기를 싫어한다. 매일 가는 게 3개월쯤 되어가려하니 이제 매일 무조건 가야한다는 사실은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침마다 오늘도 가야 하냐고, 안 가고 싶다고, 그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다. 

다른 것보다 이제 우리 잭 나이이면 하고 싶은 말 많고, 간섭하고 싶은 말이 한창 많을 때인데 꿀먹은 벙어리,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못하고, 뭐라고 말을 한번 해봐도 선생님들이 못 알아듣는 일이 일쑤이니 생활 속에서 느낄 불편과 답답함이 얼마나 클까. 

어린이집에서 아시안은 우리 두 아이와 동네 후배네 딸, 이렇게 딱 셋인데, 동네 후배네 딸과 뚱이는 토들러반이라 한 반이지만, 잭이 있는 프리스쿨 반은 아시안이 잭 하나이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아이도 잭 하나 뿐.  

그러다 보니 잭이 한두마디 영어를 하기라도 하면 선생님들이 아주 기뻐한다.  모든 선생님이 크게 감탄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 잭의 변화에 크게 감명받아 하는 선생님이 모니카와 케이트 두 선생님이다. 

특히, 케이트 선생님은 잭이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모습을 이야기해주며 눈물까지 글썽거린 적이 있다.  처음 1-2주간은 아이가 항상 화가 나 있는 상태? upset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완전히 다른 아이 같이 느껴질 정도로 잘 지내고 있다고.  물을 더 달라고 할 때도 "More water, please, Kate." 라고 한다며, 아무 매너가 좋다고  칭찬했다. 

첫 달쯤이었나, 케이트는 아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거나, 친구들이 모두 하니까 따라서 한 말이 아닌, 스스로 먼저, 누가 묻거나 말을 걸지 않았는데 먼저 이야기 한 날, 그 날도 아주 감명받아 하며, 아이 스스로 먼저 말을 했다는 말을 해줬다. 

그 외에도, 아이가 처음으로 완전한 문장을 말한 날.  그것도 사실 보통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일도 아닐 수 있는 것인데, 선생님들이 아이의 그런 변화와 발전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주고, 감격해준다는 사실이 참 고맙다.  그게 아이에게 큰 힘이 될테니. 

어제는 새로운 노래를 배웠는데, 그 노래를 부르는데 우리 잭이 너무 잘 부르고, 특히 단어를 하나도 틀리지 않고 모두 정확하게 불렀다고 한다.  문제는 아이가 너무 신이 나서 노래를 너무너무 큰 소리로 불러서 아이를 제재를 해야 했다고.  보통 실내에서는 "Indoor voice (실내 목소리)"를 쓰도록, 즉 소리지르지 않고 말하고 노래하도록 하는데, 잭이 모든 단어를 다 맞게 부르는 바람에 잭에게는, "Indoor voice, please"라고 했다가 노랫말을 모두 맞게 부르는 바람에 그 자체에 감격한 케이트가 "Okay, you carry on (넌 계속 해)" 라고 했다며 웃으셨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데 40분이 꼬박 걸렸다.  차가 안 막히면 10분이면 가는 거리, 오가는데 20분이면 될 거리인데, 아침에 등교 차량들, 출근 차량들과 시간이 맞물리면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게 단점. 

그렇지만 그것만 빼면,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한 어린이집이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항상 웃으며 반겨주고, 놀이터도 넓어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어린이집이 어딨을꼬.  

부디 내년까지도 현재와 같은 모습과 분위기가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놀이터의 가운데 울타리를 넘어가면 또 하나의 놀이터가 더 있다.  거긴 그네, 미끄럼 등 놀이기구도 있고, 아이들이 자전거도 타고 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