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이 싸움의 끝은 언제쯤 올까

옥포동 몽실언니 2021. 6. 21. 08:35

나는 아이가 둘이어서 정말 좋다. 

둘째를 낳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단 한번도,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다.  이 이쁜 아이들을 두고 '후회'라는 말은 절대 가당치도 않다.  당연한 소리다. 

그러나, 후회가 없다고 해서 괴로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둘이라 정말 행복한데, 이 둘이 싸울 때면 하아.. 정말 이 싸움의 끝은 언제쯤일지, 과연 그 끝이 오기나 할지, 그때까지 나는 어떻게 정신줄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지 머릿속이 아득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폭력, 고함, 울음이거늘, 잭과 뚱이가 함께이면 반드시 폭력이 발생하고, 고함이 나오며, 울음이 터진다.  누구 하나가 울어야 끝이 난다.  바로 이렇게...

아래 사진은 사이가 좋아보이지만 이 때야 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아이 둘이 동시에 누르고 있는 저 단추를 누르면 사이렌 소리가 나는데, 저걸 서로 누르겠다고 손가락 싸움을 하니.. 사진 속의 평화가 현실에서는 없다.  결국 이 둘은 저 단추와 뚱이 손에 쥐어진 저 소방차를 두고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누군가의 울음바다로 이어졌고, 그 결과 우린 둘을 떼어놓고 저 책도, 저 자동차도 치워버리고서야 싸움을 종결시켰다. 

손을 마주한 이 귀여운 사진.  사진 속의 평화가 현실에는 없다고, 이 사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평화롭고 귀여워보이는 이 둘의 포즈는 "밖에 나갈 수 있는 자"와 "나가고 싶지만 나가지 못하는 자"의 대결이다.  뚱이는 뭐든 형아의 놀이를 함께 하고 싶고, 형아의 놀이를 차지하고 싶어하는데, 잭 입장에서는 자기가 뭣 좀 해보려고 하면 자꾸만 뚱이가 와서 손대고 방해하니 뚱이가 옆에 오면 화를 내고 싫어한다.  건드리면 안 된다고 소리치고. 

뚱이가 그 말을 들을리가 있나.  계속해서 덤벼들며 형아 놀이에 손을 대고 부수고 망가뜨리니, 잭은 화가 나서 뚱이를 밀치고, 꼬집고, 아이를 쥐고 흔들어버린다. ㅠㅠ

그럼 다시 뚱이의 울음바다.  혹시라도 아이가 다칠까 싶어 우린 놀라서 달려가지만, 원인제공은 뚱이이다 보니 잭만 혼낼 수도 없는 노릇. 

형아 하는 거 자꾸만 만지면 밖에서 못 논다고, 다른 것 하고 놀라고 해도 절대 말을 듣지 않는 뚱이.  결국 다시 소환된 분리정책.  뚱이는 말 안 들으니 가든에서 못 논다고 하고 부엌으로 데려왔다.

들어와서도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며 형아를 불러대니, 형아가 일어나서 유리문 너머 뚱이를 보더니 뚱이 손바닥이 있는 곳에 자기 손을 갖다댄다.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막상 둘이 손을 맞대니 그게 재밌고 신기한지 뚱이는 좋아하고, 잭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모양.  그래, 자기만 밖에서 놀 수 있는 특혜를 누리고 있으니, 그 자체로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겠지. 

어제도 둘이 얼마나 울고 불고 난리였던지.  아귀힘이 센 잭이 뚱이 어깨를 잡고 흔들어대니 뚱이의 여린 어깨 살에 빨간 자국이 몇개나 생겼다.

그런데도 뚱이는 뭐가 그리 좋다고, 그저 형아만 쫒아다니고, 형아 하는 것만 하려고 하고, 형아가 하는 것은 죄다 하고 싶어하고, 형아 하던 행동은 그대로 다 따라하려고 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두.

형제는 이런 건가.  나도 자랄 때 이랬을까.  둘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뚱이는 확실히 형을 무지 좋아하는 것 같고(최고의 엔터테이너로 여기는 듯), 잭도 요즘 보면 자기와 비슷하면서도 자기보다는 조금 열등(?)한 한 존재가 항상 함께인 것을 꽤나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런!데!! 왜 이렇게 싸우냔 말이야!!!

엄만 정말 너희 둘이 싸울 때면 미치고 환장하겠단 말이야. 

엄마는 평화주의자건만..

도대체 너희 둘의 싸움은 언제쯤 끝날까.  내가 죽을 때쯤 되면 그 때는 끝나있을 것 같긴 한데... 이거 참..

오늘도 아이들 때문에 울고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