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in 2021

[육아노하우] 욕구과 느낌과 행동을 구분하라

옥포동 몽실언니 2021. 6. 24. 23:32

항상 지금 바로 상대방이 갖고 있는 그 장난감을 두고 다투는 아이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우리 부부가 하는 말의 90%가 "싸우지 마!"라는 말로 점철되고 있는 요즘이다.

2021년 5월 2일 Abbey Meadow에서..

매번 싸우고, 하나의 장난감을 두고 서로 뺏고 뺏기며, 밀고 밀치기를 반복하는 일상. 누구 하나의 울음으로 끝이 나는 게 아니라 결국 둘 모두의 울음으로 끝이 나는 상황.
이런 상황의 반복 속에서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큰 언니에게 조언을 구하려 하였지만, 요즘 언니가 너무 바빠서(우리 언니가 바쁜 이유) 통화를 못하다가 어저께 드디어 통화가 됐고, 언니에게 우리의 고민을 토로했다.
큰 조카가 배고프다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하던 중요한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우리 고민에 대한 조언을 제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제목에 쓴대로 "욕구"와 "느낌"과 "행동"을 구분하라는 것이었다. 이 조언은 사실 좀 어려운 조언이었다. 찬찬히 좀 더 생각을 해보고, 실천도 해 본 후, 우리가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 맞는지 다음에 언니에게 재차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은 문제.

결론적으로, 핵심만 요약하여 설명하자면,

우리가 꼭 수정하고자 하는 행동은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물건을 허락 없이 갖고 오는 행동"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행동"

으로 그 내용이 매우 뚜렷하다.

그러나 아이에게 지적하다 보면 우리의 감정, 느낌, 아이의 욕구에 대한 지적, 행동에 대한 지적이 뒤섞여서 아이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효과적인 행동 수정을 위해서는 "욕구"와 "느낌"과 "행동"을 구분해야 한다.

언니와 통화하기 전, 나 혼자서 저 문제로 고민을 하면서 스스로 도달한 지점은 아이들의 싸움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부모된 입장에서 내 욕심이지, 아이들이 싸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동생인 뚱이도 자아가 있는데, 자기도 어떤 장난감이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어찌보면 아이가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 대해서는 큰 언니도 동의했다. 아이들이 싸우는 것은 당연하고, 그걸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 게 좋다.
그 다음, 언니의 조언에 따라 우리가 실행할 것은:
1. 아이의 욕구는 부정하지 말고 인정할 것.
2. 우리가 수정하고자 하는 아이의 그 "행동"은 명확하게 지적할 것.
3. 아이의 그 행동으로 인해 나나 다른 사람이 느끼게 되는 "느낌"도 구분할 것.
4.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을 경우 "벌"에 의존하지 말고, 행동 수정에 집중할 것(본말전도가 되면 안 되므로).
5. 수정해야 할 행동에 대해 일관성 있게 반복적으로 이야기할 것.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아이들이 상대가 갖고 있는 장난감을 갖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아이가 그런 욕구를 느끼는 것은 아이가 느끼고 있는 욕구이므로 그 욕구를 비난하거나 탓하면 안 된다. 그 욕구가 있는 건 있는 것이므로.
그러나, 그런 욕구가 있다고 해서 상대방의 손에 있는 장난감을 허락 없이 뺏어 오는 건 나쁜 행동이다. 해서는 안 될 행동. "허락 받지 않고 가져오는 건 안돼요."라고 그건 분명히 알려준다.
이게 바로 욕구와 행동을 구분해주기.
수정 전:
우리가 흔히 하게 되는 실수는, "왜 형아 손에 있는 걸 가져오니?!", 혹은 "왜 너는 꼭 동생이 지금 갖고 노는 것만 갖고 싶어하니?!"라고 말하게 되면 아이의 욕구(상대방의 것이 갖고 싶다)와 아이의 행동(허락없이 가져오는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아이는 뭐가 잘못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형아 손에 있는 걸 갖고 싶다는 욕구는 인정해주고,
그래도, 다른 사람 손에 있는 것을 허락 없이 갖고 오는 건 안 된다고 일러준다.
수정 후:
(동생이 갖고 놀고 있는) 저 자동차가 갖고 싶구나?
그래도, 다른 사람 물건은 항상 허락받고 가져와야 해.
라고 일러주기.
사실, 형아 손에 있는 걸 동생이 뺏을 때도 있지만, 80%의 경우에 동생 손에 있는 것을 형아가 뺏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집의 둘째는 그리 만만한 둘째가 아니라서 용케도 잘 뺏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결국 밀침을 당하거나 꼬집힘을 당하고야 마는 것. ㅠㅠ
어쨌거나, 이렇게 아이의 욕구는 인정해주되, 아이의 행동 수정에 집중할 것.
욕구와 행동과 느낌을 구분하기.
(예시상황)
얼마전부터 아이가 자꾸만 두세걸음 뛰어와서 우리 다리에 쾅 하고 부딪히며 우리를 밀치려 할 때가 있다. 그 행동의 의도는 나도 아직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 신이 나서, 또 우리가 좋아서, 같이 놀고 싶다고 하는 행동인 것 같기는 한데, 서 있을 때 갑자기 아이가 달려와 다리에 세게 부딪히면 넘어질 것 같이 휘청하게 된다.
특히, 동생 뚱이를 안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다른 데 정신이 팔려있을 때 그렇게 부딪히면 아프기도 아프고, 넘어지게 될까봐 깜짝 놀란다.
그럴 때, 아이에게 내가 주로 하던 말은, "이렇게 엄마 서 있을 때 부딪히면 엄마 넘어져서 다쳐. 위험해요. 하지 마세요."였다.
그러나 큰 언니 왈, 이렇게 하면 아이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메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기는 하다. 저렇게 말하면,
엄마가 "서 있을 때" 부딪히는 게 문제인지 (즉, 앉아있거나 누워있을 때는 부딪혀도 된다는 건지),
서 있을 때 "부딪히는 행동"이 문제인지,
"서 있을 때"&"부딪히는 행동"이 문제인지, 여러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혹은 서 있을 때&부딪히는 행동 --> 엄마가 "넘어지게 될 경우", 그 넘어지는 게 문제인지. 즉, 엄마에게 서 있을 때 부딪혀도 엄마가 넘어지지 않으면 문제가 아닌 건지,
마지막으로, 엄마가 넘어져서 결국 다치게 되었을 때, 그게 문제인지.
적고 보니 정말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그러니, 아이는 뭐가 문제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힘들 법도 하다.
그러므로 언니가 제안하는 것은,
"우리 잭이 힘이 정말 세구나. 힘이 센 건 좋은 거야."
"그런데, 잭이 엄마에게 부딪히면 엄마가 아파."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건 안 돼요."
라고 메세지를 정확히 분리해주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벌(패널티)에 의존하지 말 것.
한참 전부터 잭이 나쁜 행동(때리는 행동)을 하게 되면 내가 아이와 놀지 않는 벌을 세웠는데, 이 벌이 나름 효과적이었다. 아이에게는 벽 보고 앉아서 반성하기, 생각의자에 앉아있기 등 뭘 해도 효과가 없었는데, 그나마 효과가 있던 것이 "나쁜 행동 하는 사람과는 엄마는 놀 수 없어요."라는 것이었다. 엄마가 자기와 놀지 않는다는 것을 그나마 무서워했던 잭.
이 벌의 함정은, 이 벌을 세우면 아이가 혼자 잘 놀아서 내가 나름 편해진다는 것이었다. 이 벌에 서로 익숙해지다보니 요즘은 어느 순간엔가 그 벌을 나도 나름 즐기게(???)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게 아니라 "엄마와 놀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앞서게 되면서 벌이 더이상 벌로서의 의미를 상실해버렸다.
언니와 이야기를 하며 그걸 깨달은 어제부터는 이 벌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벌의 목적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 벌을 폐지해야 하는 게 맞다.
다만,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적을 끊임없이 계속해서 일관성있게 해나가야 한다. 큰 언니 왈, 미안하지만 그건 평생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계속 해야 하는 거라고.
"일관성 있게"는 매우 중요한 것이, 내 입장에서는 내가 일관성있게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그게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언니가 지적했다. 나는 내가 지적하는 상황을 기억하므로 매번, 항상 지적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 중 몇 번은 엄마가 지적하지 않고 넘어간 순간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언니 말이 맞다. 매번 지적하기 힘드니, 그리고 저 행동도 문제가 맞는지 아닌지 명확하게 판단하기가 힘드니 어물쩡 넘어간 순간이 제법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어떤 때는 안 된다고 하고, 어떤 때는 그냥 넘어가니, 그 행동을 반드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학습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
육아는 참 어렵다. 그리고 힘들다.
사람을 다룬다는 게 참 그런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