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아이들의 영국 어린이집 생활

옥포동 몽실언니 2021. 7. 8. 07:02

둘째 아이(현재 생후 18개월)의 어린이집 생활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 역사:

생후 11개월-13개월: 한국 어린이집 

생후 14개월-현재: 영국 어린이집

먼저 우리 둘째 뚱이.  항상 첫째 이야기를 먼저 쓰게 되는 것 같아 이번에는 둘째 뚱이 이야기부터 먼저 적어본다. 

뚱이는 어린이집을 잘 다니고 있다.  선생님들이 아이를 이뻐한다는 게 눈에 보인다.  지금 가는 어린이집에 유아반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다정하고 아이에게 웃어주고, 아이를 이뻐하는 편이다.  그게 우리가 그 곳이 멀어도 만족하는 가장 큰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뚱이는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가장 길게 자는 아이여서 그런가 선생님들이 아이를 좋아한다.  어린이집이 자러 오는 곳은 아니지만, 애 하나가 푹 자주면 얼마나 편할꼬. 

우리 뚱이는 점심 먹기 무섭게 식사자리에서부터 꾸벅꾸벅 졸기 시작해서 오후 3시 간식 시간이 다 되어도 일어나지 않는 바람에 아이를 흔들어 깨워야 한다고 한다. 

아침 9시에서 9시 반 사이 어린이집에 가서 좀 놀다가 10시 간식 먹고 좀 놀다가 11시 반부터 점심 준비하고 먹고 하다 12시에서 12시 반 사이 잠들어서 3시까지 푹 자다가 오후 식사(tea)를 하고, 기저귀 한번 갈면 4시.  4시 반에서 5시면 엄마 아빠가 데리러 오니.  아이의 일과는 다른 아이들보다는 좀 짧은 편일 것이다. 

아이의 하루가 어떠했는지 이야기의 대부분은 아이가 얼마나 길게 잘 잤는지, 얼마나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밥은 늘 그렇듯 두 그릇을 먹어치웠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뚱이 나이 (만1세) 아이들은 대부분 어린이집에 있는 여러 놀잇감으로 놀고, 낮은 울타리가 둘러져 있는 작은 놀이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특별히 하는 놀이 활동은 별로 없고, 그냥 하루 종일 자유롭게 노는 것 같다. 

우리 잭은 뚱이의 현재 나이가 되어서야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마저도 일주일에 이틀에서 사흘만 가고 나머지 날들은 엄마와 공원 가고, 카페도 가고, 동네 산책하고, 집 가든에서 엄마와 단둘이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우리 뚱이는 형아보다 더 어린 나이부터 주 5일 어린이집을 나가다 보니 아이와 나의 일대일 상호작용이 좀 적은 편이다. 

그걸 생각하면 좀 미안하기도 하고, 잭과 주고 받던 만큼의 상호작용이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하루 이틀 키울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나는 죽 아이의 엄마로 노릇할 것이니 앞으로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우리 관계도 쌓아가면 될 거라 생각하고 그 아쉬움과 미안함은 접어두기로 했다.  

 

첫째의 어린이집 생활

첫째 잭의 어린이집 역사:

생후 17개월-21개월: 동네 어린이집

생후 21개월(2019년 9월)-28개월(2020년 3월 20일): 동네 Childminder 

생후 35개월-37개월(2020년 11월 말-2021년 2월말): 한국 동네 어린이집

생후 39개월- 현재(43개월): 현재 어린이집

적고 보니 우리 잭, 여러 어린이집으로 옮겨다녔구나. ㅠㅠ 

우리 잭은 첫 어린이집은 매일 심하게 울면서 들어갔고, 차일드마인더집은 첫 한달쯤 울다가, 그 후로는 고개를 푹 떨군채 들어가다가, 코로나로 어린이집이 문 닫으며 그 때부터 집에서 놀며 활개를 펴다가, 다시 한국 어린이집을 다니며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다.  

그러다 영국으로 다시 돌아와서 다니게 된 현재의 어린이집.  이 곳은 일주일간은 울면서 들어갔다가, 둘째주부터는 울지는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갔다.  지금도 웃으면서 들어가지는 않고, 며칠 전부터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 선생님이 부모님께 Bye 라고 인사하라 하니 우리에게 손은 흔들어주고 있다.  그렇다고 매일 그렇게 인사해주지는 않지만, 우린 아이가 울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첫째는 지금 어린이집을 다니며 초반에 눈깜빡임 현상을 보이며 상당히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보였으나 한달쯤 지난 후부터 약간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하여 석달이 지나자 제법 적응한 듯해 보인다. 

석달하고 2주째인 요즘은 점심 때마다 같이 붙어앉는 친구 둘(남자 아이 둘)이 생겼다고 하고, 제법 문장으로 영어를 말할 때도 두어번 있었다고 하는 정도이다. 

변화라면, 아침에 가지 않겠다고 떼 쓰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월화수목금, 엄마 아빠가 일 하는 날은 어린이집을 가야 하고, 주말이면 엄마 아빠도 일을 쉬고 다같이 노는 날이라는 것을 이제는 잘 아는 것 같다. 

게다가, 이제는 아침마다 어린이집을 갈 때 자기가 뚱이보다 먼저 차를 타겠노라 이야기한다.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가 보면 잘 놀고 있다.  밸런스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도 있었고, 놀이터 경계에 둘러놓은 나무판 위에 올라가서 혼자 균형잡기를 해 보고 있을 때도 있고, 모래놀이를 하고 있을 때도 있고, 별 것 안 하고 빈둥거리고 있을 때도 있고, 실내 활동 중일 때는 실내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때도 있고, 뭔가 놀이를 하고 있을 때도 있다.  책 읽기 시간일 경우에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우리가 언제 오나 늘 밖을 살피고 있기도 하다. 

이제 어린이집에 적응이 좀 되는지, 아이가 말을 잘 안 듣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건 한국 어린이집을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등원 초기부터 최고의 모범생이었다고 하던 우리 잭이 두달 반이 좀 지나 석달쯤 되어가자 그 때부터 말을 안 듣는 일이 생기기 시작해서 선생님이 깜짝 놀라 잭이 좀 변했다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갑자기 그런다고 말씀하셨다. 당시 우리 부부는 웃으며, '아이가 어린이집이 편해지고 있나봐요.' 라고 대답했었는데, 같은 일이 이 곳 영국 어린이집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요즘 우리 잭이 말 안 듣고 어디가 경계인지 한번 해보려는 듯한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는 것.

단체활동을 배워가는 과정일텐데, 우리 잭이 확실히 나보다는 더 과감하고 대범한 성격인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잭도 뚱이도 새로운 어린이집에서 낯선 언어로 살아가느라 고생이 많다.  아이들아, 미안하고, 동시에 참 대견스럽다.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