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영국육아] 어린이집 생활: 어린이집 6개월차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2. 08:30

어느새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집 생활을 한 게 5개월을 채우고 6개월차에 접어든다.  하아... 기간을 적고 보니 그간 들어간 어린이집 비용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다. 

먼저 첫째 잭.  현재 만 3세.  올해 12월이면 만 4세가 되는 우리 아이. 

등원 거부 반응

잭은 여전히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한다.  4개월쯤 되었던 7월쯤 되자 아이가 울지 않고 어린이집을 들어가는 정도로 적응을 한 것 같았는데, 어린이집에서 코비드 확진자 발생으로 문을 닫았다 다시 열면서 아이가 다시 "집에 있는 생활"에 맛을 들였는지 다시 매일 아침마다 울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우리 뚱이는 잭만큼 가기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냥 가야 하나보다 생각하는 듯.  그 모습을 보면 기특하면서도 짠하기도 하다.  너무 어릴 때부터 기관 보육 생활을 하게 한 게 미안한 마음.  그런 뚱이조차도 열흘간 쉬었다 어린이집을 다시 가니 그간 사라졌던 울음이 다시 생겼다.  첫 일주일간은 선생님에게 안겨 들어갈 때마다 울음바다.

2주 가량의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다시 잘 적응하는 것 같다.  잭은 오늘도 울었지만, 울어도 소용없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안다. 

영어 습득 정도

첫째 잭: 

첫째 잭은 영어가 제법 많이 늘었다고 한다.  집에서 우리는 당연히 한국말만 쓴다.  아이들이 영어라도 익힐 수 있도록 티비를 통해서라도 영어에 노출을 좀 시켜줄까 했는데, 언어가 낯선데다 정신없이 변하는 화면이 아이들에게 그닥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지 아이들이 티비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의 본격적인 영어노출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됐다. 

잭은 뚱이가 태어나기 전 이곳에서 어린이집도 몇 달 다니고, 차일드마인더와도 몇 달을 생활하며 필요한 표현들을 제법 알아듣고 지내는 것 같기는 했지만, 락다운으로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한국까지 다녀온데다, 아이의 쑥쓰러움과 예민함, 조심성 많은 성격까지 합해지며 아이의 영어는 거의 백지상태로 돌아갔다. 

이제 한국말이 트여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는데, 갑자기 영국 어린이집에서 다르게 생긴 사람들 속에서 자기가 모르는 언어 환경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야 하던 아이의 고충은 어떤 것이었을까.  지금의 나의 기준으로는 그거 참 힘든 일인데, 그 힘든 일을 아이가 잘 해내고 있다.  

아이가 가끔 온전한 문장을 말해서 선생님들을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를 한두번 들은 적은 있었는데, 그 일이 최근에도 있었다.  갑자기 아이가 

"I've got a plum tree in my garden(우리집 가든에 자두나무 있어요)."

이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에 보육교사 케이트와 아비가 깜짝 놀랐다고.  

케이트는 그 날 우리에게 가든에 자두 나무가 있는지 물었다.  있다고 했더니, 아 정말이구나, 잭이 갑자기 그 말을 해서 우리 모두 놀라고 감탄했다고 전해줬다. 

그런 갑작스런 발화들 외에, 아이는 꼭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는 것 같다. 

식사 시간, 간식 시간에 뭘 더 달라(주로 빵을 더 달라고), 뭐는 싫다(대체로 버터는 싫다고 사양한다고 한다) 하는 표현을 하고, 땡큐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잊지 않고 땡큐를 잘 해서 매너가 정말 좋다고 칭찬을 받는다. 

둘째 뚱이

우리 뚱이는 말이 빠른 편이다.  돌 전에도 우유, 우유 말을 했는데, 그 이후에는 일일이 기록할 수 없을 만큼 말이 빠르게 늘었다.  왠만한 자기 의사표현은 다 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 빠르다.  요즘은 두 단어 이상의 말을 붙여 나름의 문장을 표현한다(고 틴틴이 말한다). 

가령 틴틴에게 "아빠, 블랙베리 따러 가자"고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에서도 아이가 "미역, 미역"하며 우유를 말하고, 땡큐 라는 표현의 유아어 표현, 타아 라는 말을 잘 쓴다고 했다.  특히, 점심 시간에 식사를 기다리며 테이블에 앉아서는 얼른 밥을 달라고 먼저 "타아, 타아, 타아!" 하며 미리 땡큐 땡큐 땡큐 한다고 한다. 

그 외, 어느 날 선생님 손가락을 세며 "One, two, three, four, five"하고 영어로 수를 셌다며, 엄청 귀여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기저귀 갈자고 하는 말도 다 알아듣는 것 같고(첫째 잭도 뚱이 나이 때 어린이집에서 이 정도 말은 다 알아듣긴 했다), 영어로 이런 저런 단어를 말하면 뭐든 바로바로 따라한다.  

선생님들도 그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뭐든 말을 잘 따라한다고.  얼마전 세차장 이야기를 하면서 "car wash"라고 간판을 읽으니, 뚱이도 "카 워쉬! 카 워쉬!" 하고 소리를 냈다. 

그 외.. 준비, 쉬이.. 땅! 같은 영어 표현, "Ready, steady, go!"를 말하며 형아와 노는 것을 봐서는 반복적으로 자주 쓰는 표현, 자기가 좋아하는 표현들은 제법 영어로 할 줄 아는 것 같다. 

하원하는 길.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집에 갈 생각이 없는 두 아이.  뚱이를 내려오도록 설득 중인 틴틴의 다리.

잭의 반항의 시기: 

대체로 칭찬을 많이 받는 잭이지만(좋은 하루 보냈고, 매너가 좋았다고 주로 칭찬을 받는다), 그런 잭에게도 약 2주간의 반항의 시기가 있었다.  7월 어느 때였던가.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말을 듣지 않고 상당히 반항하며 자기에게 허용된 행동의 바운더리를 확인하는 주간이 있었다.  경고를 받고, 또 받고, 또 받아서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날이 두 번이나 있었다.  선생님들은 다들 이런 시기를 거친다고 말해주긴 했으나 부모된 입장에서는 참 걱정되고 마음이 무거웠던 시간들. 

당시 잭은 목에 임파선이 부어있었다.  그래서 아마 피곤하고 힘들었기에 더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고, 지시를 따르기 싫었을 수도 있다.

임파선이 부은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아이가 살짝 미열이 있으면서 컨디션이 평소보다 좀 저조한데 우연히 목을 만졌더니 목에 동글동글하게 임파선이 부은 게 만져졌다.

모범생으로 돌아오다:

반항의 시기를 거치며 문제아처럼 굴던 우리 잭은 그러기 무섭게 다시 아주 모범생으로 변신했다.  갑자기 천사같은 행동을 해서 모든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기 시작한 것.  이제 스스로 어떻게 행동하면 어떤 반응을 받는지 여러가지를 시험해보고 자기 마음대로 선생님들을 들었다 놨다 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하하하.  

가령, 어떤 아이가 모래놀이를 위한 모래사장에서 신발을 잃어버렸는데, 잭이 그 신발을 찾아내서 신발의 모래를 탈탈 털어낸 후 그 아이에게 신발을 신겨줬다든지, 다른 어린 동생이 놀이터에서 넘어졌는데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Are you okay?"하고 물으며 아이가 괜찮은지 살펴봐줬다고 한다.  장난감 정리 시간에는 언제나 협조적이고, 엄청 잘 도와준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칭찬을 집중적으로 들으며 잭도 기분이 으쓱해한 날들이 있었다. 

뚱이의 인기비결: 긴 낮잠

뚱이는 어린이집에서 인기가 많다.  우리 생각에 그렇다는 거다.  

그 이유는 아이가 어린이집만 갔다 하면 낮잠을 짧아야 2시간 20분, 길면 3시간씩 자기 때문이다!!!!!!  따로 재우지 않아도 먼저 꾸벅꾸벅 졸거나, 매트 위에 데려다주면 스스로 잠이 휘리릭 들어버리니 선생님들로서는 그렇게 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같은 반 아이들 중에 이미 낮잠을 끊은 아이도 있고, 낮잠이라도 해봤자 20분, 30분 자는 게 전부인 아이도 있는데, 잭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길게 길게 자주니 얼마나 편할꼬!

게다가 생글생글 잘도 웃으니 선생님들이 좋아한다.  

그렇게 우리 두 아이는 어린이집을 잘 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을 계속 보내는 게 좋을지 나는 계속 고민 중이다.  그 이유는, 학기 중의 시간에는 어린이집 오가는 길의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하고(10분이면 될 거리가 20분이 넘게 걸려 왕복하면 40-50분을 잡아먹는데, 그걸 아침 저녁으로 해야 하니 시간 낭비가 크다), 비용도 비싸다.  

지금 어린이집이 좋지만, 이걸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까지 계속하자니 비용도 너무 많이 들고, 내년 9월 잭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 잭은 학교로, 뚱이는 어린이집으로 나와 틴틴이 각자 한 아이씩 맡아 서로 다른 장소로 등하원/등하교를 시켜야 하니 그것도 문제.  

그리하여 여러 다른 옵션이 있을까 고민 중인 상황. 

어찌됐든 지금이라도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또, 잘 적응하고 다녀주는 두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