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영국 어린이집 생활: 만 3세 교육 활동과 놀이 활동

옥포동 몽실언니 2021. 7. 9. 07:56

아이들을 데리러 가면 그날 하루 뭘 먹고, 뭘 하며 하루를 보냈는지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해준다. 

아무래도 뚱이는 잠 자는 시간이 길고(2시간 반에서 3시간 낮잠...) 나이가 어리다 보니 그냥 자유롭게 실내에서 좀 놀다가, 야외 놀이터에서 좀 놀다 하는 게 전부인 것 같다.  그래서 별 다른 이야기 없이, 그 날도 아이가 얼마나 잘 먹고, 얼마나 많이 먹고, 얼마나 잘 잤는지 이야기를 해준다. 

그에 반해, 첫째 잭은 한국으로 치자면 유치원 과정이다 보니 나름 배우는 게 있다.  나름의 교육활동과 교과과정이 있는 것이다.  

독서 활동

첫째 잭의 반에서 활동하는 내용들을 듣다 보면, 저렇게 하루를 운영해준다면 내가 원생이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놀이 활동과 프로그램들이 매우 만족스럽다. 

가령, 이런 식이다.  한 주 동안 그 주의 테마 도서를 정하거나, 교육 토픽을 정해서 그 주는 내내 그에 대한 공부와 활동을 한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있는 영국의 유명한 동화 작가, 줄리아 도날슨 (Julia Donaldson)이라는 작가가 있는데, 이 작가의 책 The Snail and the Whale 이라는 책이 테마 도서였던 주간에는 이 책을 읽은 후 고래 만들기도 하고, 달팽이로도 뭘 하고 했는데... 몇 주 지났다고 벌써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  이 책은 영어로 된 운율은 정말 좋고, 소재와 이야기 전개도 정말 좋고, 메세지도 좋지만, 내용이 길고 사용되는 영어 어휘들 자체가 내 수준에는 어렵다 보니 난 이 책이 별로였다.  그래서인가 이 책 주간에 했던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다음으로는 The Colour Monster라는 책 주간이었고, 그 책을 읽고 색상에 대해 배우고, 감정과 색상을 연결지어 표현하는 것을 연습했다고 했다.  그 주간에는 유독 아이가 옐로우, 그린 등 몇 가지 색상 표현을 말하곤 했다.  우리도 가끔 아이에게 지금 기분은 어떤 색이냐 물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책 이후에는 The Three Billy Goats Gruff 라는 책의 주간이었고, 아이들이 염소도 만들고 뭐도 하고 했던 것 같은데, 내가 이 책 이야기를 전혀 모르다 보니 이것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나마 기억이 좀 남아있는 지난 주는 The Scarecrows' Wedding 이라는 책 주간이었는데, Kate 선생님 말에 따르면 허수아비 둘이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다른 허수아비가 나타나서 불을 피우고 하는 등등의 소동이 일어나는 이야기라고 한다.  이 책 주간에는 아이들이 직접 허수아비를 꾸며보기도 하고, 결혼식 초대장을 만든다고 했다.  아이들 각자 자신의 초대장을 꾸민 후, 실제로 우표를 붙여서 인근 지역에 있는 동일 어린이집의 타 지점으로 발송한다고. 

지난 주 금요일에 드디어 초대장을 발송할 겸, 아이들이 근처 공원으로 가서 (St Paul 교회 옆 공터) 야외에서 오후 간식(피자)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있는 우체통에 초대장을 넣으려고 했는데...!!! 두둥, 이럴 수가!! 선생님이 받는 사람 주소를 적는 것을 깜빡하는 바람에 그대로 들고 돌아왔다고 한다.  월요일에 보낼 거라 했으니 이미 발송이 되었겠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실제로 결혼식을 해 본다고 했는데, 언제 어떻게 진행되려나.. 조만간 그 이야기도 듣게 될 듯하다. 

다양한 촉감 놀이: 오늘은 가루 놀이

이렇게 책에 따른 활동들로만 채워진다면 좀 지루할 수도 있다.  나도 틴틴도 그렇게 학구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보니 우리가 이 어린이집에 대해 만족하는 것은 이런 독서 활동 보다는 야외 활동이 많고, 야외 공간이 넓고 역동적이며, 야외에서 하는 놀이들도 다양하게 제공하고,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실내에서도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오늘은 아이가 어린이집을 좀 늦게 갔는데(새벽 5시도 안 되어 일어나서 좀 놀다가 다시 아침 낮잠에 드는 바람에..ㅠ),우리가 도착한 시각(오전 10시), 세 명쯤 되는 큰 아이들이 방 한가운데 가로 세로 1미터쯤 되는 놀이 테이블에 밀가루인지 전분가루인지 알 수 없는 하얀 가루를 가득 놓고 손이며, 얼굴에 하얗게 뒤집어 쓰고 있었다.  우리 잭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인 바로바로 "가루놀이!"

"와, 친구들이 가루 놀이 하고 있네! 우리 잭도 가서 같이 하면 되겠다~"

하고 아이를 들여보냈고,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천천히 걸어들어갔으나 놀이 테이블로 직행하여 바로 가루 놀이에 임했다. 둘째 뚱이를 들여보내고 나오는 길에 슬쩍 보니 아이 손에는 이미 가루 범벅, 아이 턱에도 가루가 묻어있었다.  

아이에게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는데, 아이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정지" 상태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응답은 해주지 않았다. 

아이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으면 내 마음도 가벼웠겠지만, 어쩌겠는가.  내 아이 마음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인데.  울며 뛰쳐나오지 않았으니 그것도 발전이다. 

물 놀이

얼마 전 영국에도 드디어 더위가 찾아왔을 때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빙자한 창문 청소를 했다.  아이들에게 창문 청소를 하라고 하며 수도에 연결된 호수와 각종 도구를 줬다고.  아이들은 신이 나서 물놀이를 즐겼다고 했다. 

넓은 놀이터에서 자전거도 타고 그네도 타고 

무엇보다 이 곳은 놀이터가 넓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현재 어린이집이 들어선 곳은 작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였고, 이 초등학교는 1800년대 후반부터 있던 곳으로 작년, 학교 폐교 직전까지 옥스퍼드주 전체에서 가장 작은 학교였다고 한다.  옛날에 세워진 학교여서 그런지 실내 공간은 협소하면서 야외 놀이터 공간은 매우 넓다.  그래서 원생 수는 적을 수밖에 없는데, 놀이터는 널찍하니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환경인 것.

게다가 어린이집에서는 오전에도 밖에서 놀고, 오후에도 밖에서 논다.  오후 간식 시간 이후에는 잠시 조용한 시간을 가졌다가 책 읽어주는 시간도 있고, 그리고 나면 오후 4시 30분부터 놀이터에서 논다.  

비가 와도 밖에서 논다.  비옷과 장화는 어린이집에 갖다두고 늘 보관 중이다. 

하루 종일 운동화를 신고 매일같이 뛰어노니, 우리 잭은 1월에 한국에서 새로 산 운동화가 어느 새 구멍이 났고, 새 운동화로 바꿔 신은지 두 달도 안 되어 새 운동화마저 구멍이 난 상태이다(아..  새 운동화 주문해야 하는데... 오늘은 꼭 해야지.)

며칠 전에는 한국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비슷한 놀이를 선생님과 아이들이 다 함께 했는데, 우리 잭이 룰을 너무 잘 이해하고 따르며 놀이를 잘 했다고 선생님이 이야기했다.  집에서 나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종종 했는데, 선행 학습(?!!) 덕분인 듯. 하하하.  당시만 해도 아이가 아직 어려 "얼음"하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 잘 하지 못했는데, 이젠 "얼음(Feeze!)"하면 정지 상태로 잘 버텼다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을 때는 적어도 평일에 두 세번이라도 공원을 다니던 아이가, 한국에 가서 한국 어린이집에 다니는 석달 동안은 어린이집에서 놀이터를 딱 두 번 나갔다.  한국 겨울은 몹시 추운데다, 코비드 걱정, 미세먼지 걱정에 어린이집에서도 야외활동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린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마치면 둘째 뚱이만 부모님 편에 집으로 들여보내고 잭은 그 추위 속에서도 나와 함께 놀이터에 가서 따로 한참을 더 놀아야 직성이 풀렸다.  그런 우리 아이에게 현재 어린이집의 넓은 놀이터는 그마나 다니기 싫은 어린이집이어도 아이 마음에 드는 공간일 터. 

아이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어린이집에 있는 balance bike도 매우 잘 타게 되었고, 혼자서 그네에도 올라타서 그네를 타기도 하는 아이가 되었다.

 

비 오는 날의 실내 놀이

비가 오는 날에는 실내에서 하루종일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름대로 실내에서도 아이들 에너지 발산을 도와줄 활동들을 제공했다.  비 옷을 입고 나가서 놀기도 하지만, 비 오지 않는 날만큼 긴 시간 놀지는 못하다 보니 실내에서도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나름 영국도 요즘 여름이라(한국만큼 덥지 않으므로 '나름' 여름일 뿐, 난 지금도 긴팔 옷을 입고 있고, 오늘은 심지어 겨울 쟈켓을 입고 외출했었다), 비가 자주 오지는 않는 덕분에 비 옷 입고 나가서 논 날은 두 번쯤 되었을까.  온 종일 비가 오는 게 아니라면, 비가 그친 때에라도 나가서 놀 기회를 주다 보니, 비 옷을 입고 나가서 놀았던 날의 수는 저 정도에 불과했다.  멀쩡히 놀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서 아이들이 실내로 뛰쳐들어와야 했던 때도 두 번쯤 있었다. 

다시 놀이 이야기로 돌아와서, 온종일 비가 왔던 그 날은, 교실 바닥에 커다란 숫자 판을 그리고 그 위에서 콩콩 뛰는 놀이를 했다고 한다.  숫자도 익히고, 점프도 하며 에너지도 발산하고.  

그 외에도 비가 와서 야외 활동에 제약이 있는 날에는 실내 놀이를 다양하게, 또 활동적인 것들로 준비해주는 듯. 

 

***

아이가 전반적으로 잘 지내고 있고, 이전에 다녔던 그 어느 어린이집보다 잘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가 어린이집이 완전히 편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한국 어린이집에서는 어느 정도 적응한 후에는 대변도 잘 보고 돌아왔는데, 현재 다니는 영국 어린이집에서는 하루 종일 대변을 참고,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화장실에 가서 대변을 보기 때문이다. 

전에 한 번은 너무 참았는지 응가가 팬티에 좀 묻어난 적이 있어서, 아이가 좋아하는 케이트 선생님에게는 아이가 편하게 대변을 볼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고, 응가한다고 말하면 잘 도와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아이에게도 케이트 선생님께 이야기해뒀으니 언제든 말하면 케이트가 잘 도와줄거라고, 힘들게 참지말고 변의가 느껴지면 편하게 하라고 말해둔 상태이지만 아직까지 아이는 참을만 한 건지, 어린이집에서 응가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해가면서, 나는 어느새 아이가 독립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에게 사생활도 생기고 있다. 아무리 선생님들이 아이 하루에 대해 이야기해줘도 나는 아이가 하루종일 뭘 하며 보냈는지 다 알지 못한다.  아이는 나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그건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니. 당장 뭘 하고 놀지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을테니).  아이의 하루, 매 순간이 궁금하지만, 그걸 알고 싶다면 내가 아이를 보는 수 밖에.  그럴 게 아니라면, 난 어느 새 아이의 독립을 인정하고,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해줘야 한다.  다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다.  아이는 내가 아니고, 난 아이가 될 수 없다.

***

잭, 집에서 마음대로 노는 걸 가장 좋아하던 너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해서 정말 미안해.  지금 어린이집이 네가 좋아할 만한 것들이 그나마 많은 곳이고, 선생님들도 따뜻한 눈으로 너를 봐줘서 엄마 아빠가 마음 놓고 너를 맡길 수 있어서 엄마 아빠는 참 도움이 많이 돼. 

먹고 사는 일이 만만한 게 아닌 것 같아.  너도 힘들겠지만, 엄마 아빠도 힘들게 해나가고 있어.  엄마 아빠도 많이 노력하고 있어.  잘 하도록 애 많이 쓰고 있으니, 우리 함께 잘 살아보자~ 아프지 말고 건강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