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성격도 유전이 되나요? 남편과 시누 이야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7. 08:59

얼마전 시누와 전화 통화를 했다.  어딘가 런던 가까이로 이사가고 싶다고, 혹시 우리가 이사를 간다면 시누도 근처로 이사갈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당장 이사갈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시누에게 단지 그 이유로 전화를 한 것은 남편과 내기 아닌 내기를 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는 남편이 런던으로 이직을 해서 런던 통근이 가능한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 있는데, 그럴 경우 현재 차로 40분 거리, 기차로 30분 거리에 사는 시누와 멀리 떨어지는 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며칠 전 남편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가 괜찮은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시누도 그 근처로 이사를 오라고 하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시누가 절대 지금 사는 지역을 벗어날 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생각 같은데 남편이 그런 일은 이루어질 수 없을 거라고 딱 잘라 말하니 기분이 좀 나빴다. 

"누나가 절대 이사하지 않을 거라는 걸 틴틴이 어떻게 알아?  왜 그렇게 단정해?"

"그거야, 지금 집 밖으로도 안 나오는 사람이(시누는 코비드가 발생한 후 집밖 외출을 단 한번도 하지 않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 지역을 벗어날 리가 있겠어?  당장 집에서도 안 나오는데."

푸하하. 말을 듣고보니 그럼직도 한데, 그래도 틴틴은 너무 자기 누나를 모르는 소리를 하는 듯했다.  여자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은 다 그렇지 않거늘.  그래서 내가 그랬다.

"만약 누나한테 내가 물어봐서 누나가 우리 근처로 오겠다고 하면 어쩔거야?"

"그럴리가 없어.  누나는 왠만하면 지금 사는 그 집에서 옮기려고 하지 않을거야."

"아니, 온다고 할 걸!  안 올거라고 틴틴이 그렇게 자신하니, 내가 꼭! 누나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거야!!!"

그리고 누나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다.  이런 이런 시나리오가 된다면, 언니도 그 근처로 옮길 생각이 있냐고.

그랬더니 언니 왈, 얼마든지 그러겠단다!

야호! 내가 맞았다!!! 

난 시누에게 갑자기 그걸 물어본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틴틴은 누나가 지금 집을 벗어날 리가 없다고 너무나 자신있게 단언했다고.  그러자 누나가 묻는다.

"틴틴이는 왜 그렇게 생각했대?"

"그건 언니가 지금 집에서도 밖으로 안 나오는데, 그 지역에서 나오려고 할 리가 있냐고 하더라구요."

"그야, 어차피 난 집에서 안 나가니까 그게 지금 사는 이 곳이 됐든, 너희 이사갈 곳 근처가 됐든, 나한테는 어차피 마찬가지지!"

"푸하하하하하!  아.. 그럴 수도 있군요!!"

그랬다, 누나에게는 지역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척에 우리가 살고, 언니에게도 적당히 편안하고 편리한 "집"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언니가 그랬다.  지금 이사가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혹시라도 이사 가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우리는 런던 가까이로 가고 싶은데,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큰 어려움이 있다.  그걸 아는 시누는 혹시라도 우리가 그 일을 해내지 못해도 괜찮다고 미리 위로를 건네줬다.  지금 사는 곳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거기야말로 지상낙원 같아 보인다고.  

"맞아요.  여기도 충분히 좋아요.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에 이 만한 곳이 없죠!"

그리고 며칠 동안 언니의 그 말이 맴돌았다.  지상낙원이라..  지상낙원...

지상낙원이기는 한데, 공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은 재산관리(=건강관리) 잘 하며 지내기로 했다.

누나가 이곳을 지상낙원이라 부르는 이유.  넓고 평화로운 자연환경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