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둘째 생후 2개월: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첫째의 마음 돌리기 프로젝트

옥포동 몽실언니 2020. 3. 18. 18:26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둘째가 태어나니 확실히 시간이 없습니다.  둘째 돌보랴, 첫째 어린이집 도시락 싸랴, 첫째 돌아오면 첫째 둘째 동시에 챙기며 저녁 챙기랴, 집안일 하랴..  손이 열개라도 부족한 지경이에요.  그건 틴틴도 같은 마음이겠죠?

몇번이나 글을 쓰다가 중단하기를 여러번 하다가, 이러다가는 아무 글도 올리지 못할 것 같아서 짧게 근황을 남깁니다.

잭의 동생 적응기

잭은 여전히 동생을 사랑해줍니다.  가끔 너무 과격하게 사랑해줘서 고민이지만요. ^^;; 그리고, 그 잭이 동생은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제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저는 아이의 마음돌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프로젝트의 4일간의 경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첫째

가끔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후 아이에게도, "잭도 엄마 사랑해?" 라고 묻곤 했는데, 늘 "네!" 혹은 "응!"이라 대답하던 아이가 지난주에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더라구요. 

저는 아이가 제 말을 잘못 알아들었나 싶어 재차 물었어요. 

"잭, 엄마 안 사랑해요?"

했더니 이번에는 "응" 이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겠어요!

놀란 저는 하루 종일 고민을 하다가 육아전문가 (?) 작은언니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언니는 아이가 엄마에게 관심을 더 달라고 표현하는 것이니 좋은 현상인 거라고, 너무 걱정말라고 안심시켜줬어요.  아이에게 더 관심을 주고, 제일 좋아한다고 표현을 많이 해주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날부터 저는 아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첫째의 마음 돌리기 프로젝트 4일의 경과

첫째날: 

작은언니의 조언을 듣고, 그날부터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잭을 제가 전담마크하고 둘째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돌봄 (=수유)만 하기로 틴틴과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아이와 저녁시간 내내 붙어 아이에 대한 밀착케어를 시작했지요. 

한편으로는 힘들었지만 (계속된 집중으로),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했어요.  두 아이를 동시에 돌보는 일이 없었으니까요.  뚱이 수유 중에 잭이 놀아달라고 달려들면 그 때가 정말 힘들었거든요. 

둘째날: 

마음이 조급했던 저는 둘째날 아침 아이에게 바로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 사랑해?" 

"(아니)"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아이. ㅠㅠ 

작은언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하룻만에 아이 마음이 돌아오냐고, 그리고 왜 자꾸 아이에게 확인하려고 하냐고, 더 이상 묻지 말라고 했어요. 

물어서 좋을 것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에게 물은 것인데, 언니에게도 따끔한 소리를 듣고 나니 아이에게 미안해졌어요. 

이날은 엄마에게 이 사실을 말씀드렸어요. 

"엄마, 잭이 이제 나 사랑 안 한대요."

저의 이 이야기에 엄마는 웃으며 딱 한마디 하셨어요.

"잘됐네!!"

하하.. 역시 관점의 변화.  엄마는 아이가 그럼 아빠와 더 잘 놀 것이고, 그렇게 지내도록 두라는 말씀이셨죠.  육아의 연륜이 묻어나는 반응인가요?? 

그리고 그날도 아이 귀가 후부터는 아이 밀착케어.  후아.. 별 게 아닌데도 힘들더라구요.  

셋째날:

셋째날이 되니 이젠 정말 지치더라구요.  체력이 안 되는 상태에서 낮시간 내내 아기를 돌보다가 잭이 돌아오면 잭에게 집중해서 놀아주려니.. 우선 몸이 너무 지쳤어요.

이날은 저의 큰 언니에게 이 사태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식구가 많은 게 이럴 때는 좋습니다.  여러 명에게 컨설팅이 가능하다는.. ^^)

"언니, 잭이 이제 나 안 사랑한대."

"하하. 그렇지 뭐.  동생있는 아이들의 숙명이지."

큰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래, 뭔가 인위적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말자. '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는대로 두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내 몸이 이렇게 힘든데, 일단 내 몸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앞섰거든요. 

넷째날:

이제는 아이에게 엄마 사랑하냐고 질문하지도 않았는데, 아이는 제가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무섭게 자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자기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죠. ㅋ 

이쯤되자 우리 잭이 엄마 마음 아프게 하려고 일부러 이러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어요. 

"응, 너는 엄마 안 사랑해도 괜찮아.  엄마는 너 엄청 사랑하니까~~" 

그래도 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자기는 여전히 절 사랑하지 않는다고 표현합니다.

"응, 상관없어! 니가 엄마 안 사랑해도 엄마는 너 무지무지 사랑해~~ 엄청 사랑해~~ 사랑해, 잭!!!"

하고 저는 아이를 계속 안아줬습니다.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저희 아이의 마음돌리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4일 만에 종료되었습니다. 

"니가 뭐라 하든 엄마는 너를 사랑하니까 괜찮다"는 결론과 함께 말이죠. 

***

영국은 현재 코비드19 바이러스로 난리도 이런 난리가 아닙니다.

생필품을 구하기가 힘들어요.  아이 해열제두요. ㅠ 

다음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저희 생활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려구요.  

모두 건강하시구요, 다음에 또 들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