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3주, 황달 진행 경과: 결국 다시 광선치료에 들어가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0. 2. 6. 06:55

아이와 병원에 머물며 아이를 돌보다 보니 아픈 아이를 돌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황달로 입원한지 이제 만 24시간이 지나고 있다.  아이의 황달수치는 어제 낮에 광선치료를 해야 할 수준으로 다시 치솟았다가 어제 저녁부터 좀 진정되어 치료선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퇴원을 시켜줄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한 소아과 의사는 오전에 나와 아이를 불러 상담을 진행했다.

보통 생후 2주가 지나면 황달수치가 호전이 되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 아이의 경우 아주 높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황달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 내려오질 않고 있는 게 이상하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황달 전문의와 함께 의논을 했다고 한다.  

어제 여러 검사를 실시한 결과 간기능은 정상이고, 피검사도 정상인데, 유일하게 아직 나오지 않은 결과가 D6PD라는 엔자임 결핍증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이건 며칠 더 걸려야 결과를 받을 수 있다고 하고, 아주 흔한 경우가 아니라서 이게 결핍된 상태일 경우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소아과 의사도 별로 정보가 없는 상태였다.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모유수유로 인한 황달인데, 의사들 소견에 이것을 섣불리 모유수유에 의한 황달이라고 단정짓기에도 우리 아이의 황달 수치는 너무 높은 수준에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의논한 결과, 황달전문의는 일단은 아이 황달 수치가 광선치료 수준은 아니지만 그 근처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으니 광선치료를 일정시간 한 후에 경과를 다시 한번 볼 것을 권했다고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간 초음파를 진행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아이가 너무 어리고, 체중이 잘 늘고 있으며, 아이가 깨어 있을 때는 의식도 있는 상태이며, 소변과 대변의 색상이 정상이니 (소변은 노란색, 대변도 노란색인데, 소변이 코카콜라 갈색이 되고, 대변이 치약같은 흰색이 되면 심각한 문제라고 한다) 일단은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안심시켜줬다. 

소아과 의사는 일단 6시간 동안 광선치료를 한 후 아이 수치가 300 미만으로 떨어지면 조금 더 경과를 본 후 퇴원을 하자고 했다. 

나는 의사에게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다시 일러주며 나의 걱정을 말해주었다.  지난주 월요일에 아이 황달이 405까지 올라간 후 광선치료 16시간 진행 후 황달수치가 350미만으로 떨어진 후 광선을 끄고, 그로부터 12시간 후 황달이 300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이틀째 되던 날 퇴원을 했다고.  그런데 퇴원 후 지금까지 황달수치가 다시 올라간 후 계속해서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어제는 광선치료 수준으로 다시 올라간 것이라고, 이 모든 일이 이번 퇴원 후에 다시 반복되면 어쩌냐고 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소아과 의사는 지난주에 그렇게 상황이 진행된 줄은 몰랐다고, 그렇다면 6시간 광선치료만으로는 별 효과가 없을 수 있겠다며 12시간 동안 광선치료를 진행하고 그 뒤의 경과를 봐서 다음 케어플랜을 짜자고 했다. 

오늘 반드시 집에 가고 싶다면 밤에 퇴원하고 다시 병원에 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으나, 나는 집에 있는 큰 아이를 생각하면 집에 가고 싶지만 아이 황달때문에 집에서 마음 졸이는 것도 힘들고 집에 갔다가 다시 병원에 오는 것도 힘이 드니 일단은 둘째 아이 호전에 집중하는 게 맞을 거 같다며 의사가 권하는대로 하루 더 병원에 머물겠다고 했다.

그렇게 의논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후 maternity assistant가 와서 광선치료기구를 설치해줬다.

오전 내내 직원들이 우리 방을 들락거리고, 그러지 않을 때는 아이가 대변을 보느라 낑낑대고, 그러다 아이가 잠에 들려는 찰나에 소아과 의사 면담에 불려갔던터라 아이는 오전부터 점심시간이 되도록 제대로 된 잠을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아이를 벌거벗겨 광선치료 아래에 놓으니 아이가 가만히 있을리 만무했다.  아이는 울고 불고 보채며 난리가 났다.  나는 아이 손도 잡아줬다가, 다리도 잡아줬다가, 손과 다리를 모두 잡아줬다가, 아이를 꺼내 안아줬다가, 다시 넣어 아이를 잡아줬다가, 아이를 다시 꺼내 수유를 했다가, 아이 기저귀를 갈았다가 하는 등 온갖 짓을 다 해보았으나 아이는 몇시간째 진정되지 않았고, 밤새 서너시간밖에 자지 못한 나도 그쯤 되니 너무 피곤했다.


광선치료가 중한가, 아이가 이렇게나 힘들어하고 피곤해하는데..

치료고 뭐고 당장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옆에 엄마든 틴틴이든 누가 있으면 좀 덜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광선치료 기구를 사다가 집에서 치료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이는 한참을 보채고 응가를 하고 반복하다 결국 또 허기가 진 모양이었다. 

너무 피곤했던 나는 벌가벗은 아이를 속싸개에 적당히 둘러싸고 내 옆에 눕혀 누운채로 수유를 했다.  그러다 아이도 잠들고 나도 잠들었다. 

그러던 중..!!! 똑똑! Maternity nurse가 내 방에 들어왔다.

광선아래 들어가 있지 않은 아이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에게 수유 중이냐고 물었다. 

수유를 하다가 애가 잠들었다고 솔직하게 말을 했다.

얼마나 광선 밖에 있었냐고 물었다.  아마 2시간은 된 것 같은데, 순간 쫄아버린 나는 소심하게 한시간 반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랬더니 그렇게 오래 밖에 두면 어쩌냐고 나를 야단치며 당장 조산사를 불러왔다. 

내 담당 조산사가 들어왔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너 이런 식으로 하면 너희 집에 못 간다고, 최대한 빛에 오래 놔둬야 아이가 빨리 좋아지는 거라고, 호통을 쳤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ㅠㅠ

아이가 너무너무 힘들어했다고.  계속 울고 진정이 되지 않았고, 아이가 오전부터 잠을 계속 못 자서 너무 힘들어했다고.  그러다 수유하다 잠들었는데, 아이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게 해줘야 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들은 나도 아이 옆에서 잠들었냐고 물었다. 

나는 사실 잠이 살짝 들었긴 했으나 그들이 왔을 때는 이미 깬 상태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절반의 거짓말을 또 하고야 말았다.  안 잤다고.  핸드폰 보고 있었다고. 

이렇게 거짓말을 한 이유는.. 혼 나지 않기 위해서. ㅠㅠ 덜 혼나고 싶어서. ㅠㅠ 잘못한 거 다 아는데, 조금이라도 덜 혼나고 싶어서 그랬다.

영국에서는 "Safe sleep" 안전한 수면을 아주 아주 강조한다.  아기들의 돌연사를 막기 위해 더더욱 강조한다.  아기들의 침대에는 인형 같은 것을 두면 절대 안 되고, 아이를 덮는 이불은 돌 이전까지는 구멍이 뚤린 이불을 쓸 것을 권장한다.  돌 이전에는 베개도 금지항목이다.  부모와 함께 자지 않고 아이 혼자 바닥이 빳빳한 곳에서 재울 것을 권한다.  그러므로 침대에서, 그것도 이렇게 싱글 사이즈 침대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잠 드는 것은 이들에게는 아주 위험천만한 일이다.  아니, 사실 그 자체가 위험한 일인 것은 나도 인정.  

조산사는 이 치료는 힘든 거라고 공감해줬다.  원래 힘든 거라고.  다른 아기들도 모두 힘들어한다고.  아이 진정시키는 게 힘들면 자기들을 불러 도움을 요청하지 그랬냐고 했다.  도움을 요청하면 뭐해.. 호출 버튼을 눌러도 바로 와주지도 않으면서.. ㅠ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그 말은 참았다. 

지난번에도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서 maternity assistant를 불렀는데, 아주 숙력된 아주머니 분이셨는데 그분마저 한 20분을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 쓰셨지만 실패하셨다고, 그리고 나에게 광선담요를 등에 대고 아이를 안아주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생각을 못 했다고.

그랬더니 조산사가 공갈젖꼭지를 권했다.  사실 자기는 그걸 아주 권장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게 아이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나도 공갈젖꼭지 사용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쓰겠다고 했고, maternity assistant는 바로 하나를 갖고 와 나에게 내밀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후 직원들이 돌아갔고, 나는 아이 기저귀를 갈고 아이를 광선치료 침대 속으로 넣으려 하자 아이가 젖을 찾는다.  다시 아이를 꺼내안고 수유를 했고, 수유를 마치자 잠든 아이.  조금이라도 잠을 잔 후라 그런지 아이가 좀 진정되어 이른 낮보다는 훨씬 잘 누워있었다.  그래도 낑낑대며 싫어하기는 매한가지.  나는 한 손으로는 아이의 두 손을, 또 다른 한 손으로는 아이의 두 발을 잡고 아이를 진정시켰다.  꼼짝마 자세로 한 30분을 넘게. 

그렇게 진정된 아이는 힘차게 소리를 한번 내지르더니 응가를 했다.  휴우.. 도대체 몇번째 기저귀인가!  오늘 하루에만 기저귀를 스무개쯤은 쓰는 것 같다.  그러나, 황달일 때는 똥기저귀는 반가운 신호!  몸에 쌓인 불필요한 적혈구들이 분해되고 나면 대변으로 배출된다고 하니, 대변 배출이 많다는 것은 아이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그렇게 나는 기분좋게 아이 기저귀를 갈고 잠시 아이가 조용해진 틈을 타 이렇게 블로그에 우리의 기록을 남긴다.

***

오늘 우리 잭은 어린이집에서도 경계에 도전하는 행동을 많이 하고, 집에서도 아주 말을 듣지 않는 아이였다고 한다.  내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동생 적응기일까, 엄마 말씀대로 그저 '세살 사춘기' 증상일까.  괜히 걱정이다. 

얼른 집에 돌아가서 우리 잭과 많은 시간을 보내줘야할텐데.

그러기 위해 오늘도 둘째 뚱이 옆에서 긴밤을 보내야 한다. 

뚱아, 얼른 낫고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