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3

영국 초등학교의 포닉스 교육과 손글씨 교육: 첫째(만5세)의 글씨 발전사와 둘째 마음 챙기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3. 6. 7. 23:43

저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요.  큰 아이는 다섯 살, 작은 아이는 세 살인데, 한국 나이로 치자면 큰 아이는 일곱살, 작은 아이는 네 살이에요. 오늘은 첫째의 손글씨 발전사를 써볼까 합니다. 

한국에서도 일곱 살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전에도 글씨를 모두 배울 나이인데, 저는 이 나이가 왜 이렇게 이른 것처럼 느껴지나 모르겠어요.  제 친구들 중 똑똑한 친구들은 본인들이 네살, 다섯살에 스스로 한글을 깨쳤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글자나 책에 나오는 글자들을 궁금해할 때 주변 가족들이 조금씩 알려주는 것만 듣고 스스로 글자를 깨쳐서 글을 읽기 시작했다고들 했죠. 

그러나!  저는 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글자를 배웠어요.  집에 언니가 둘이나 있었지만 언니들 곁에서 글씨를 깨치거나 하는 일은 저에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어머니"라는 글씨를 쓰던 게 기억이 나요.  예쁘게 쓰고 싶은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서 '생각보다 쉽지 않네?'하고 생각하던 그 느낌이 기억이 납니다.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저희 아이들은 글자를 늦게 배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만 4세 이전에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에게 자기 이름 알아보게 하고, 다음으로는 자기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하고, 간단한 포닉스도 교육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만 4세가 되어서 리셉션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포닉스를 배우고 글씨쓰기를 배웁니다.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리셉션 첫 학기(가을학기(에는 포닉스 1단계와 2단계 수업이 진행됐고, 둘째학기(봄학기)에는 포닉스 3단계와 함께 글쓰기 숙제가 시작됐습니다.  세번째 학기(여름학기)가 되자 포닉스 4단계를 배우고 있습니다. 

포닉스(Phonics)는 영어를 소리나는대로 가르치는 방법으로, 각 알파벳들이 단어 속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가르침으로써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법이에요. 

저는 80년생으로,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한국 정규과정에서 중학교 과정에 들어가야 정식 영어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국에서 말하는 포닉스가 뭔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재밌는 건 영국의 학교 선생님들도 포닉스로 글을 배운 세대는 아니라는 사실!  저희가 현재 사는 동네로 이사오기 전, 저희는 아빙던 집 근처에 있던 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그 학교에 입학했더라면 담임이 되었을 선생님께서 저희 집 가정방문을 하신 적이 있어요.  당시 선생님께서 리셉션에 입학하면 포닉스를 배운다고 하셔서 제가 포닉스가 뭐냐고, 저는 영어를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고 하자 선생님께서 맞장구를 치며 그러시더라구요.  "Me too!" 라고 말이죠. 하하.

그렇게 포닉스가 뭔지도 몰랐던 이 엄마는 아이의 학교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인해 아이를 붙잡고 영어 공부, 즉 포닉스 교육을 시작하게 됩니다.  제가 1월 말에 아이 공부를 돕기로 했다고 글을 썼었는데요.  이후 매일 짧을 땐 30초, 대개의 경우 5분, 길면 10분에서 드물게는 20분에서 30분 아이와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공부를 가르치게 된 이유: 카펫 타임이 힘든 아이

제가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아이가 학교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공부시간인 '카펫 타임'을 힘들어 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 시간을 덜 힘들게 해주기 위해 공부를 가르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요. 

이후 선생님과의 면담을 거치며 우리 아이가 카펫 타임을 '어떻게 힘들어하고 있는지'를 더 자세히 알게 됐어요.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고, 자꾸만 다른 아이들에게 몸을 기대거나 다른 아이를 쿡쿡 찌르기도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말이죠. 

그리하여 선생님은 저희 아이에게 손에 쥐고 있을 수 있는 무언가를 쥐어주셨습니다.  다른 아이들 건드리지 말고 인형을 잡고 스다듬거나 만지작거리라고 말이죠. 

그리고, 저희 아이에게만 책상과 의자를 받았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바닥 카펫에 모여 앉는데, 저희 아이만 그 옆에 따로 의자를 두고 의자 위에 앉게 한 거죠. 

그러고 얼마 뒤, 저희 아이는 책상 없이 의자에만 앉게 됐어요.  책상을 주자 아이가 카펫 타임에 책상을 두드리며 소음을 내서 ㅠㅠ 선생님들께서 아이 책상을 치워버리셨습니다. 

휴우.. 이걸 차분하게 이렇게 쓰니까 이런데.. 이런 상황이 저는 정말 힘들었어요. 아이가 공부 시간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소리를 내거나 다른 아이들을 건드리며 수업진행을 방해하고 다른 아이들의 학습을 방해하고 있는데, 얌전한 셋째딸 범생이 같았던 여자아이였던 이 엄마가 아들의 이런 학교생활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적어도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그냥 얌전하게 규칙 잘 따르고, 숙제 꼬박꼬박 하고, 선생님 말 잘 듣던 그런 순응적인 여자 아이였죠. 눈에 띌 만한 일이 없었습니다. 매 학기마다 솔선수범으로 표창장을 받고, 고학년이 되어서는 학업우수상도 받으며 해마다 반장 부반장을 하며 무던하면서 꽤 모범적인 생활을 하던 '여자' 아이였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저런 행동들을 한다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지, 나는 이 아이를 돕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돕는 게 도움이 되기는 할른지, 도와주면 아이가 나아지긴 할른지 그저 막막했어요.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가 친숙하면 아이가 카펫 타임을 좀 더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터이니 일단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들을 해야겠다는 생각했습니다. 그 결심을 한 것이 1월 26일. 저는 그날로 당장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시간을 통해 아이가 영어로 말하는 것도 좀 더 편안해지고, 친구들과의 소통도 늘어날 수 있기를, 교우관계또 나아지기를 희망하면서 말이죠. 

2023.01.30 - [교육/2023 만 3세 5세] - 만 5세 첫째 아이 공부를 돕기로 결심하다!

 

만 5세 첫째 아이 공부를 돕기로 결심하다!

요며칠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그 중 가장 굵직한 일을 이야기하자면 이제 만 5세인 저희 첫째 잭의 공부를 돕기로 결심한 일입니다. 아이 공부를 돕는건 부모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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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의 공부는 아직 대단할 건 없어요.  틀이 짜여져있지도 않습니다.  그냥 매일 적어도 30초라도, 1분, 2분이라도, 되도록이면 5분에서 10분은 공부와 관련된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는 게 놀라운데요.  어떤 날은 제법 많이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이가 너무 싫어해서 겨우 단어 몇 개 소리내서 읽는 게 전부인 날도 있습니다. 제법 많이 하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부분 하루에 짧은 문장 4개에서 5개라도 읽으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돌이켜보면 70% 이상이 영어 읽기 활동이고, 10% 정도는 글씨쓰기 활동(카드 쓰기 등), 5% 정도는 숫자 공부, 나머지 5% 정도는 놀이이지만 공부라고도 할 수 있는 활동들(색칠하기, 그림 그리기 등)이 차지하는 것 같아요.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짧으면 30초밖에 못 할 때도 있고, 길어야 5분, 아주 드물게 아이가 스스로 필 받아 있을 때 20분에서 30분까지 지속될 때도 있습니다.  

만 5세 아들 공부시키기: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 다독이고 격려하기

아이 공부를 시키며 제일 힘든 점은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정적인 활동을 흥미롭게 생각하도록 동기부여하는 일입니다.  '공부'라고 하기도 뭣 한 것이지만, 앉아서 숫자 쓰고 글씨 쓰고 책 읽는 것을 아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늘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좋아할 때도 있지만, 제가 하자고 하는 때는 '좋아하는 때'가 아닐 때가 많죠.  그럼 아이가 맘 내켜할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아이 컨디션이 괜찮을 때 어떻게든 다독여서 공부를 시켜볼지, 그것부터가 제게는 갈등이고 숙제입니다. 

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뭐라고 말하며 뭘 시켜야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들 수 있을지 저는 그것부터 계속해서 생각해내야 해요.  밥을 뭘 줄지, 간식으로 뭘 먹일지도 고민하면서 저 고민까지 해야하는 거죠.  동시에 집도 치우고, 빨래도 돌리고, 빨래가 다 되면 빨래도 널면서 아이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할지, 어느 타이밍을 잡아야 아이가 공부를 내켜할지 끊임없이 살피면서 말이죠. 

하자고 하면 곧잘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모님들은 저희 이런 고충을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런 딸이었거든요.  학교에서 숙제해오라고 하니 집에 오면 일단 숙제부터 하거나, 티비를 좀 보다가도 알아서 숙제를 꺼내서 하던 아이.  엄마가 숙제 했냐고 한마디 물으면 한두마디 투덜대더라도 숙제를 하긴 해야 하는 거니까 알아서 숙제를 하던 아이. 

그래도 조금씩 계속 읽기 활동에 노출시키고, 글자 쓰기, 색칠하기도 장려하다 보니 아이의 연필잡는 힘도 늘어나고, 글씨체도 반듯해지고, 아이 스스로도 글씨 쓰기에 조금씩 자신감을 갖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올해 3월 19일에 아이가 스스로 만든 '고양이에 대한 책'의 표지면입니다.  영국에서는 23년 3월 19일을 19일 3월 23년 순으로 써요.  그래서 아이에게 숫자쓰기를 장려하기 위해 모든 책에는 발행일을 쓰는 거라며, 오늘 날짜를 기록하자고 했습니다.  숫자쓰기에 자신이 없던 아이는 저에게 숫자를 대신 써달래요.  그래서 '대신 써주는 거 말고, 엄마가 써줄테니 엄마가 쓴 거 보면서 직접 써볼래?' 하며 제가 쓴 숫자를 아이에게 보였습니다.  제가 쓴 날짜를 보고 따라 쓴 아이.  숫자를 모두 좌우 뒤집어 썼습니다.  놀랍게도 모든 숫자를 정확하게 다 뒤집었어요. ㅋㅋㅋㅋ 이름에 들어가는 S도 여전히 좌우 뒤집혀있습니다.  맨 마지막에는 made 라고 쓴다는 것이 그것도 m 과 e를 제외하고 모두 뒤집어서 썼습니다.  그래도 스스로 글씨를 쓴 게 어딘가, 그것만 해도 굉장한 성과입니다.  

 

그랬던 저희 아이가 며칠전 한층 발전한 손글씨를 선보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23년 6월 4일, 날씨 좋은 일요일 오후. 아이들은 가든에서 놀고 있고, 남편은 가든일을 하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에 잠시 감상에 젖은 저는 이런 순간이 또 있을까 싶어 가든 의자에 앉아 제 수첩에 일기라도 끄적이려고 수첩을 들고 나갔습니다.  나가자마자 아이들이 미숫가루를 타달라고 주문하는 바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 미숫가루를 만든 후 가든으로 나오는데, 왠일로 두 아들이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네요.  뭘 하고 있나 와서 보니 제 수첩을 펴서 둘이서 낙서를 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바로 이렇게.. 

 

그러나 그 아래에는 첫째 잭이 멋진 메세지와 그림을 그려놨어요.  엄마, 사랑해요라고..  mum, I luv you. 라는 메세지를 쓰고, 메세지 위 아래로 예쁜 장식도 그려넣었어요.  

 

몰라보게 좋아진 아이의 손글씨에 감동하며 저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게 별 것 아니게 보일지 몰라도 대단히 큰 발전이에요. 손으로 눌러쓴 글씨 하나하나에 힘이 들어가있고, 글씨 크기가 균일하고, 글씨를 이쁘게 썼어요.  3월에 쓴 것만 봐도 펜을 잡는 손힘이 부족하고 글씨쓰기 훈련이 부족해서 글씨가 부들부들 떨리고 획이 불안정한 느낌이거든요.  

첫째 아이의 작업물을 사진으로 찍으며 기록하니, 옆에서 둘째가 묻습니다. "엄마, 선재가 한 건 안 예뻐?" 

쿵..... 하고 머리에 한방 얻어 맞은 기분.  그러게, 엄마가 맨날 형아가 이쁜 걸 쓰거나 그리면 사진을 찍었는데, 그 모든 행위를 네가 옆에서 보고 있었구나.. 

"선재가 한 것도 이쁘지!!! 선재가 한 것도 엄마가 사진 찍어야지!! 진짜 잘했어!!!" 칭찬해주며 둘째의 손글씨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래 사진) 

이렇게 스스로 손 글씨를 쓰기만 해도 그날의 공부로 인정합니다.  공부시키는 게 힘이 드는 엄마는 뭐든 관대하게 그날의 공부로 인정해버립니다.  그런데 저날이야 말로 (6월 4일) 아이가 필 받은 날인지 오후에 숫자 게임들을 하겠다고 하는 통에 처음으로 둘이 같이 자를 이용해서 길이도 재 보고, 10이 넘는 숫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육아감상 한마디

결혼을 통해 남편과 맞춰가며 사는 것도 꽤 어려운 도전인데, 아이를 낳으면서 시작된 육아의 삶은 아예 제 본성을 거슬러야하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제 습성과 본성을 거스르는 일.  왠만하면 거스르지 않고 살던 내 습성들을 참고 억누르고 거스르는 일의 반복.  나라는 사람을 엄마로 담금질하는 과정.  덤으로, 우리 엄마도, 우리 아버지도 우리를 위해 이렇게 사시느라 힘드셨겠구나 하고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기도 하니.  아이들 덕분에 제가 자라고, 이렇게 자라도 늘 부족하기만 한 것 같아 부끄럽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일지 고민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것 같아 그 고민은 뒤로 미루기로 합니다.   

예민하면서도 활발하고, 한 자리에 앉아있기 싫어하는 남자아이 공부 시키는 방법, 고민되시나요?  별 것 없긴 하지만 제가 하고 있는 방법들을 앞으로 조금씩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