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3

[형제이야기] 너 T냐?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이야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3. 6. 10. 22:21

요즘 제가 저녁에 누워 즐겨보는 채널이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피식쇼인데요.  우연히 알고리즘을 통해 shorts 영상 하나를 보고는 '이게 뭐야?!!' 하고 보기 시작해서 요즘 제 생활에 웃음을 주는 쇼가 됐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글로벌 쇼'를 표방하며 미국식 토크쇼를 흉내내며 한국어 섞인 영어와 콩글리쉬 등을 가감없이 구사하며 진행되는 토크쇼예요.  저런 말과 재치들이 어디서 나오나 신기하고, 생각지 못한 발상들에 웃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특히, 그 중에서 Daily Korean이라는 코너에서 한국어 최신 속어를 가르쳐주는 코너가 있는데, 그게 정말 재밌습니다.

최근에 나온 Daily Korean에서 배운 말이 '너 T냐?' 라는 말이었어요.  이 말을 듣자마자 저는 저희 잭과 뚱이가 생각나서 한참 웃었습니다. 

성격유형검사 MBTI 

너 T냐? 

이건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 MBTI와 관련된 이야기예요.  요즘 다들 MBTI가 뭐냐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고 하는데, 저는 1999년에 처음으로 MBTI 검사를 했었어요.  당시 저는 종로구 창신동에 있던 어느 공부방(현 지역아동센터)에서 방과후교사로 자원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무자 한 분에 대학생 대다수와 소수의 일반직장인 자원봉사자들이 지역 내의 아이들 방과후 돌봄활동을 했었어요. 

그 때 스무명즈음 되던 교사들에 대한 워크샵의 일환으로 MBTI 검사를 통해 집단 성격유형 검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저희는 각 성격 유형별로 소그룹 활동을 진행하며 서로 다른 성격 유형의 사람들이 동일한 문제에 얼마다 다르게 접근하는지 알고 서로 참 놀랐었는데요.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더불어 함께 일하던 동료 자원교사들 중 일하는 방식이 달라서 마찰이 있던 부분들에 대해 서로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거기서 T란 뭐냐하니, 판단형, 사고형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에 대응하는 유형은 F 유형입니다.  사고보다 감정이 좀 더 앞서고 중요한 유형이에요. 

당시 저희 MBTI를 진행해주셨던 선생님께서는 질문을 주셨어요.  만약 고등학생 딸이 있는데 그 딸이 임신했다고 울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때 당신은 딸에게 뭐라고 할 거 같으냐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T 유형의 사람들과 F 유형의 사람들에게 대답을 해보라고 했고, 그 때 T유형의 사람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경위부터 묻는데, F유형의 사람들은 일단 아이가 놀라진 않았는지, 아이를 달래주고 시작하는 부분을 보며 이렇게 각자의 성격 유형에 따라 접근이 다르다는것을 보여주셨죠. 

코리안 데일리에서 이야기하던 장면도 비슷했어요.  케네스 민수 킴이라는 사람이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훌쩍거리고 있는데, 다니엘 용주 리가 와서 '다른 여자 만나~'라고 이야기하자 케네스 민수 킴이 '너 T냐?!"하고 되묻는 상황이었습니다.  여자친구와의 이별에 슬퍼하고 있는 케네스에게 괜찮냐는 감정적 공감보다는 다른 여자 만나면 된다는 상황 솔루션만 제시하는 다니엘에 대한 일갈. 

첫째와 둘째의 성격 유형

저희 잭과 뚱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때가 많아요.  

에피소드 1. 

얼마전 제가 발가락이 부러져서 그날 저녁 다같이 병원 응급실을 갔어요.  그런데 대기시간이 적어도 2시간에서 6시간까지 걸릴 지 모른다고, 병원에서 가족들, 특히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저만 병원에 남아있고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엄마 없이 밤잠에 들어야했던 우리 아이들.

저녁을 먹고 나서 병원을 간 건데, 병원에 다녀오자 또 배가 고팠는지 저희 잭과 뚱이는 2차 저녁을 또 먹었습니다.  저녁에 배부르다고 남겼던 음식들을 다 먹고 바나나까지 더 먹었대요.  그런데 그걸 먹으면서도 병원에 떼놓고 온 엄마가 자꾸 생각났는지 저희 첫째 잭이 계속 묻더래요.

"아빠, 엄마 어딨어?"

"아빠, 엄마 지금 어딨어?"

"아빠, 엄마 어딨어?"

그 때마다 남편은,

"엄마 병원에 있어."

라고 대답해줬다고 합니다. 그럼 이내 아이가 다시 물었대요. 

"엄마 무슨 병원에 있어?"

그럼 남편이, 

"앱솜 호스피탈 응급실에 있어. 엄마 올 거야.  걱정하지마."

이러기를 거짓말 안 보태고 열번도 넘게 한 거 같대요. 

그런데 형아가 엄마 어딨냐고 묻는 질문이 한 다섯번쯤 반복되자, 듣다못한 둘째가,

"앱솜 호스피탈!"

이라고 대답해준 게 두 세번 된다고 하네요. 

그 얘기를 듣고 저는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에피소드 2.

얼마 전, 제가 아이들을 재우려고 같이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첫째 잭이 아빠를 그렇게 찾네요.  

"아빠~~ 잭은 아빠랑 자고 싶어! 잭은 아빠 없으면 안 돼! 아빠 있어야 돼.  아빠 보고 싶어~~ 아빠~~~~~~~~"

갑자기 아빠 타령을 하는 첫째에게,

"에효, 우리 잭, 아빠가 그렇게 좋아?  아빠는 일도 해야 하고, 아빠 방에서 따로 잘 거야.  내일 아침되서 아빠랑 또 놀면 되니까 이리 와서 같이 책 읽고 엄마랑 뚱이랑 같이 자자."

이렇게 어르고 달래도 아이의 아빠 타령이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옆에 누워있던 동생이 한마디 건네네요. 

"아빠 내일 아침에 볼건데~"

저는 또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형아가 저렇게 아빠를 찾는 저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고 내일 아침에 아빠 볼 수 있는데 뭘 우냐고 하는 사고형 T 유형인 우리 둘째 아들.  너는 확실한 T구나...

같은 부모 밑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인데 이렇게 성격이 다른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저는 집에 형제자매가 넷이에요.  같은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저희 넷도 성격과 성향이 다릅니다. 그걸 보면 참 신기해요.  형제자매가 많다보니 어릴 때는 싸울 일도 많고 힘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자라면서 돌아보면 형제자매가 많아서 좋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아이를 셋 이상 낳고 싶은 마음도 많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셋 이상 낳으려면 결혼 자체를 좀 더 일찍해서 출산을 더 일찍 시작했었어야 할 거 같습니다.  늦은 나이에 둘이라도 낳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서로 다른 두 아이가 저희 곁에 있어 참 행복합니다.  

 

***사진: 지난 주말 생애 첫 놀이동산에서 어린이 차에 탑승한 아이들.  첫째는 새로운 환경이 신기하고, 엄마 아빠와 떨어져 앉아서 주위 환경 탐색에 여념이 없는데, 둘째 뚱이는 자동차 운전석처럼 생긴 곳에 앉은 것만으로도 웃음이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