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3

잠 자는 게 안 좋다는 첫째 아이, 자는 게 싫은 이유

옥포동 몽실언니 2023. 6. 13. 07:14

저희 첫째 잭은 어려서부터 잠 자는 걸 정말 정말 싫어했어요.  또래에 비해 늘 낮잠이 적은 편이었고, 밤잠 재우기도 늘 힘든 일 중에 하나였어요. 

아이 재우는 일이 큰 고충이었는데, 얼마전 잘 시간이 됐다고 다같이 침대에 누웠는데 첫째가 그러네요. 

"잭은 잠 자는 거 안 좋아!!! 자는 거 안 좋아!!"

와.. 아이가 다섯살이 넘으니 이제 자기 싫다고 떼를 쓰지 않고 잠 자는 게 싫다고 스스로 말을 한다고, 우리 잭 많이 컸다고 속으로 감탄을 했어요. 

"왜 자는 게 안 좋아?"

저는 아이에게 자는 게 왜 안 좋은지 물어봤어요.

제가 저희 아이가 자는 걸 이렇게나 싫어한다고, 그래서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주변에서 그런 얘기들을 해주셨어요.  아이에 따라서 자는 걸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애들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말이죠.  그래서 그 이유를 물어보고, 그 부분을 해결해주면 나아지기도 한다고.  오랫만에 등장하는 제 1번 육아의 신(큰언니)께서 그런 얘기를 해줬어요. 본인도 첫째 아들이 저희 잭과 아주 비슷해서 그런 어려움이 있었다고.  아이에게 물어보니 호랑이가 나올 거 같다고 했대나 어쨌대나.  그래서 그 부분을 언니 나름의 방식대로 해결해줬다고 했던 거 같아요. 

제가 묻는다고 아이가 이유를 말해줄 거라는 기대는 없었어요.  예전에도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한번도 아이가 대답다운 대답을 해준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왠걸?  아이가 말을 하네요?!

"자는 거 안 좋아. 자는 건 그냥 가만히 누워만 있고, 팔이랑 다리에 힘도 없고 느낌이 안 좋아.  놀지도 못하잖아!"

푸하하하하하.  저는 정말 속으로 웃음이 터져나오는데, 제가 하하하 소리내서 웃으면 아이들도 흥이 올라서 잠자려는 분위기가 깨질까봐 겨우겨우 웃음을 참았어요.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그 느낌이 싫구나.  잠에 들기 전에 드는 그 요상한 느낌, 잠의 세계로 갈 때 드는 그 느낌이 싫다니..  아이가 싫다고 하는 그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뭐라 더 할 말이 없었어요. 

"잭은 노는 게 그렇게 좋아?"

하고 묻자 아이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대답하네요.

"응! 노는 거 좋아."

"그렇구나.  엄마는 노는 것도 좋지만, 자는 것도 좋아."

그러자 아이가 바로 되묻네요.

"왜?  잠 자면은 총도 못 쏘잖아!  대포도 못 쏘고!  그런데도 엄마 좋아?  총도 못 쏘는데?"

푸하하.  이 때 저희 애들이 한창 피요옹, 피요옹 하며 대포쏘고 총쏘는 시늉을 하며 그렇게 재밌어 할 때였어요.  불과 한두달 전. 

"응, 엄마는 총 쏘는 거 별로 안 재밌어."

총 쏘는 게 제가 뭐가 재밌겠어요.  전 게임에도 별로 흥미없고, 노는 거에 어릴 때도, 커서도 별로 흥미가 없는 사람이거든요.  

총 쏘는 게 재미가 없다는 엄마의 얘기에 놀란 듯한 저희 잭이 곧바로 다시 묻네요.

"그럼 엄마는 뭐하는 게 재밌어?"

"엄마는..."

하고 말을 끌면서 뭘 좋아한다고 말해야 할지 고민을 했어요.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바람직한 부모다운 대답을 해야 하나... 그 짧은 찰나에 잠시 고민을 했다가 적당히 타협을 했어요. 

"엄마는 책 읽는 거 좋아하고(비록 요즘 책을 거의 읽지 않지만, 어릴 때는 좋아했으니까)..."

하고 말하기 무섭게 아이가 받아치네요.

"I hate reading!"

돌이켜보면 아이가 이 시기에 한창 영어를 배우면서 "hate"에 꽂혀있던 때인가보네요. ㅋㅋ 

"그리고, 산책하는 거 좋아하고.."

"I like walking."

자기도 산책은 좋아한다는 잭.

"마지막으로, 엄마는 너희들이랑 얘기하는 거 좋아하지."

"I like talking. But, I HATE reading!"

아이가 자기도 대화하는 건 좋아한다고, 하지만 책 읽는 건 싫다고 하네요. 

그래도 우리 잭, 산책하고 얘기하는 건 좋아하니까 엄마랑 좋아하는 게 두개나 겹치고, 좋다.. 하며 기타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렇게 그날 밤엔 잠에 들었습니다. 

놀이에도 별 관심 없고, 세상 심심하게 살아온 저에게 에너지 넘치는 두 아들을 키우는 건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일 같아 보입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경험해 본 적 없던 세계.  그 세계가 저에게 참 도전이고 숙제네요.   두 아들을 키우며 참 많이 배웁니다.  같은 '인간'의 탈을 쓰고 살아가는데도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