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3

엄마가 늙으면 예쁜 할머니가 될 거래요.

옥포동 몽실언니 2023. 8. 30. 07:56

지난주였던가..  아이와 놀이터에 간 어느 날이었어요.  

올 겨울 12월이면 만으로 여섯살이 되는 우리 첫째 잭이 그네를 타다가 저에게 물었어요.

"엄마, 잭이 나중에 어른 되면 엄마, 할머니 될거야?"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며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떤 건지 좀 알게 되고 있나봐요. 

"응, 그렇지~"

그러자, 아이가 하는 말.

"예쁜 할머니?"

"(놀라고 감동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어머, 엄마 할머니 되면 예쁜 할머니가 될 거 같아?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나는 아이가 말한 "예쁜 할머니"가 될 거라는 표현에 매우 놀라고도 감동받았어요.  

저희 엄마 눈에는 제가 너무 멋을 안 부리고 다녀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시는데, 정작 제 아들의 눈에는 이런 제가 할머니가 되면 "예쁜 할머니"일 거라고 하니, 이 얼마나 감동적이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아이의 눈에는 제가 어떤 옷을 입고 있든, 어떤 차림이든, 그저 자신의 엄마라서 예쁘고 좋기만 한가봐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였던 적이 있었을까..  물론 부모님께 제가 그런 존재였던 적은 있었겠지요. 그렇지만 저희가 점점 자라면서 부모님은 자식교육을 위해서라는 목적으로 자식들을 평가하기도 하고 판단하고, 자식들 간에 비교를 하기도 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자식의 입장에서는 가혹하게 들릴법한 말들을 하시기도 하셨는데, 자녀라는 존재는 저를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그저 한결같이 사랑을 주고 믿음을 주니(아직까지는... 사춘기가 되면 달라지려나요...?ㅠ), 이런 사랑을 내가 언제 받아보았던가 생각하면 아이들이 제가 주는 사랑은 그 모든 행위들이 감동입니다.

예쁜 할머니. 

예쁜 할머니.

엄마가 늙으면 예쁜 할머니가 될 거라는 아들의 그 한마디 말이 그날 잠들 때까지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아이의 그 예쁜 마음과 예쁜 말이 생각나서 가만히 혼자서 여러번 웃음지었어요. 아이에게 계속해서 예쁜 엄마, 예쁜 할머니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