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3

우리 아이가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3. 9. 29. 05:41

이것도 이미 시간이 좀 지난 일입니다.

7월 어느 날.. 

제가 한국 청자들에게 줌 세미나로 발표를 하나 하게 됐어요.  이전에 연구했던 결과물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자리였어요.  주제는 영국의 장애아동 통합돌봄 정책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이었고, 제가 정책 관련 발표를 하고, 제 발표에 덧붙여 영국에서 실제로 장애가 있는 자녀를 양육하고 계신 어머니께서 본인의 경험을 공유해주시고, 또 영국내 특수학교에서 재직 중인 한국인 교사께서 특수학교에서의 학생들 생활에 대해 발표해주시는 자리였지요. 

연구가 끝난 건 이미 1년도 넘은지라 다시 발표를 하기 위해 제 연구보고서를 다시 들춰보고, 여러 청자들을 모시고 하는 발표였던지라 발표 목적에 맞게 추가적인 자료도 좀 더 찾아보며 발표 준비를 하던 중에 깜짝 놀라는 일이 생겼어요. 

때는 바야흐로 올해 2월, 우리 아이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저를 불러 아이의 자폐를 의심하시며 아이에게 이런 저런 개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서명하게 하셨던 그 서류가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특수교육계획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죠!

사실, 저는 그 서류에 서명할 때도 특수교육대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별화교육계획서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일단 서류의 제목이 그랬고, 그 제목의 서류는 일반적으로 그렇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특수교육"의 'ㅌ'도 언급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저는 막연히 선생님께서 우리 잭을 위해 이 서류의 서식을 활용하시는 건가보다 하고 넘겨짚었어요. 

이 서류는 SEN (Special Education Needs: 특수교육욕구) 아이들을 위한 서류가 아니냐고 그 때 바로 물어볼 것을..  왜 그러지 못하고 저혼자 넘겨짚었던 것일까요.

아무튼, 그 사실을 정책 문서를 통해 다시 한번 정확하게 확인을 한지라, 발표 전에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 여쭤봤어요.

"선생님, 우리 아이에 대해서 선생님이 세우신 그 계획서가 SEN 아이들을 위한 것이던데,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받고 있는 도움들이 SEN 지원 (SEN support) 인 건가요?"

그랬더니 선생님 왈,

"네, 맞아요."

"아, 그럼 우리 아이도 SEN support를 받는 아이 통계에 들어가는 거겠네요?"

"네, 맞아요."

"네, 알겠습니다! 잘 알았어요."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제가 이걸 선생님께 확인하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우리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함이었고, 두번째는 제가 조사하고 연구했던 내용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함이었죠.  먼저, 우리 아이의 상태라 함은, 우리 아이가 받고 있는 여러 지원들이 어떤 정책적 근거로, 어떻게 지원되고 있는 것인지, 이게 선생님이 그냥 임의로 설정하고 제공하고 있는 지원인지, 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원인지 궁금했던 거예요.  

두번째로, 제가 연구한 내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건 영국 학교에서,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SEN support를 받는 아이들 비중이 매우 높은데 (15% 수준), 이 통계에 우리 아이가 받는 수준의 이런 지원도 포함되는 것인지, 즉, 우리 아이도 이 학교 통계에 'SEN support 받는 학생' 수에 집계가 되는 것인지 궁금했었어요.  결과적으로, 그게 맞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죠.

이걸 확인함으로써 저는 오히려 기뻤어요. 막연하게 추측만 했던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서 새로운 사실을 '정확하게' 알게 되어 기뻤고, 또 영국의 장애아동 통합돌봄 정책에 대한 발표를 맡은 입장에서 저희 아이가 의료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장애아동이 아니지만, 영국 내에서 공식적으로 '특수교육'에 해당하는 지원을 받음으로써 제가 직접 영국의 특수교육을 부분적으로나마 경험해봤다는 것이 기뻤어요. 

좀 아이러니하죠? 하하. 사실 SEN support를 받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 것이 저희 상황에 주는 변화는 전혀 없었어요.  그저 흐릿했던 어떤 것이 선명해졌고, 거기에 더불어 덤으로 얻은 것은 제가 저희 아이 학교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단지 개인적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정책연구자의 실제적 경험과 정보를 풍부하게 해주는 자료가 된 거죠.

어쨌든 아이가 SEN 지원 대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저는 계속해서 제 발표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과 그 대화를 나눈 오후 늦게 선생님께 이메일이 온 것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게 아이를 픽업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는데, 메일이 발송된 시간을 볼 때 선생님이 퇴근 후, 혹은 퇴근 직전에 저에게 연락을 남기신 것 같았어요.

"잭이 특수교육을 받고 있었다고 해서 너무 놀랐을까봐 걱정할 것 없다고 안심시켜드리려고 연락드립니다."로 시작해서 뭐라뭐라 하셨던 것 같은데,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핵심은 제가 너무 놀랐을까봐 안심시켜주고자 연락한다는 것이었어요.  우리 아이가 아주 잘 배우고 잘 발달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덧붙여주셨던 것 같아요. 

저는 선생님 메일을 받고는 오히려 띠용... '난 그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선생님은 내가 놀랐을까봐 걱정을 해주셨네..' 하며 선생님께 오히려 고마웠어요.  그래서 바로 답장을 드렸죠.  전혀 놀라지 않았고, 아이를 위해 노력해줘서 고맙다고요.  아까 말했듯이 그냥 사실을 알고 싶었을 뿐이라고,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제가 다시 선생님을 안심시켜드렸습니다. 

우리 아이가 받은 특수교육이 무엇이었던고 하니.. 그게 참 어찌보면 세심하고 어찌보면 답답한 것들이었어요. 아이가 줄을 서서 이동할 때 자꾸 자기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앞의 아이를 잡거나 아이들과 장난치려고 하기 때문에 줄을 설 때는 저희 아이는 항상 줄 맨 앞이나 맨 뒤에 세운다고 한다든지, 아이가 카펫에 앉아서 영어나 수학을 배우는 시간에는 집중을 잘 하지 못해서 손에 쥐고 있을 수 있는 부드러운 인형을 손에 쥐어주고, 아이를 의자에 혼자 앉게 한다, 라든지 이런 것이었어요.  그 외에 좀 '개입'다운 '개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같은 학년에 사회성이 부족하고 언어 표현이 서툰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회성 함양을 위해 이 아이들만 사회성 함양을 위한 소규모 그룹 활동을 1주일에 20분씩 2회 진행한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아이가 영국 초등학교에서 보낸 첫 1년간 저희에게는 우여곡절이 많은 시간이었어요.  힘들어서 울었던 날들이 참 많았죠.  우울한 생각에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들도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에는 선생님께서 아이의 부모인 우리를 걱정해주는 이메일을 보내주시며 서로 훈훈하게 인사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한 해를 잘 마무리한 것 같아 기뻤습니다.

선생님께서 모르시고 있던 것은, 오히려 저에게 처음 그 서류를 내밀었을 때, 그리고 우리 아이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제가 놀라고 충격을 받은 때는 바로 그 때였지,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또 영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SEN support를 받고 있는 것에 해당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때가 아니라는 거죠.  이미 저는 학년 초부터 계속된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에 충분히 놀랄대로 놀라고, 충격받고, 내가 보지도 못하고 함께 있지도 못하는 학교라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도대체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때를 1년 가까이 보낸 상태인데, 이제와서 우리 아이가 SEN이네, 아니네에 놀랄 상황이 아니겠죠? 하하하.어쨌든, 열성이 가득한 선생님 덕분에 우리 아이는 그렇게 1년을 나름대로 치열하게 보냈고, 저와 틴틴에게도 참 힘들고 걸걸한 한 해가 되었습니다.그 해가 지났고, 저희 아이들은 꼬박 8주의 시간을 한국에서 오신 저희 부모님과 머물며 아주 방학다운 방학을 보냈습니다.그리고 우리 잭은 1학년, 새 담임 선생님과 새 보조선생님과 새로운 해를 시작했는데.... 과연 우리 아이의 새 학년 생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궁금하시죠?  저도 궁금합니다!  개학 첫 달, 우리 아이와 저희 가족 모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다음에 또 알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