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3

3세, 5세 두 형제의 사랑스러운 대화와 상호작용

옥포동 몽실언니 2023. 9. 29. 06:33

저희 아이들이 아직 3세, 5세이긴 하지만 석달만 있으면 잭이 드디어 6세가 되고, 그리고 한달만 더 지나 내년 1월이 되면 둘째 뚱이가 만 4세가 됩니다.

애들이 그새 좀 자랐다고, 둘이 놀거나 싸울 때 그 모습이 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어요.

둘째 뚱이는 잭에게 참 좋은 상대예요.  저 어린 나이에 두 살 터울이면 그게 제법 큰 차이인데, 둘째 뚱이는 말도 빠르고 계산도 빨라서인지 잭의 놀이 상대가 잘 되어 주는 편이에요.  오히려 형아 잭을 놀라게 하거나, 웃음을 터뜨리게 할 때도 많어요.  동생이라고 그저 만만하게만 볼 수 없는 상태.  동생이지만 가끔 자신을 놀라게 하는 상대, 그게 바로 뚱이죠.

뚱이에게는 형이 참 멋져요.  자기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거든요.  그렇지만, 멋진 건 멋진 거고, 언제나 형에게 도전하고자 하는 그게 바로 뚱이!  형아가 갖고 싶어하는 것을 재빨리 눈치채고 그게 자기도 갖고 싶으면 형보다 더 빠른 몸놀림으로 온몸을 던져서 그 물건을 먼저 쥐고, 뛰어난 악력을 이용해서 절대 형에게 뺏기지 않으려 하는 악착같음이 있는 뚱이... 허허.. 그런 모습을 보면 저나 틴틴은 그저 헛웃음이 납니다.  절대 만만하지 않은 동생. 

그렇지만 이 동생이 뒤끝없이 형에게 관대할 때가 많아요.  자기에게 꼭 필요하지 않다 싶은 것은 찰나의 머뭇거림도 없이 형아에게 쉽게 내어줍니다.  형아 해도 돼~  형아 더 해도 돼~ 형아 먹어도 돼~  형아 해~ 뚱이는 이거 있으니까 더 필요없어 등등의 말을 덧붙이며 흔쾌히 형아에게 제 것을 내어주는 동생.  기분파예요.  막 퍼줘요.  그러다가 한참 후에 더 하고 싶어서 찾는데 없으면 그 때 울고 불고 떼를 쓰죠.  그럼 형아 잭이 자기가 갖고 있던 것을 동생에게 하나 내어줘요.  

그렇게 저 두 형제는 나름의 관계를 쌓아가고 있어요.

그러다가 얼마전 웃음이 터진 날이 있었습니다.

며칠전, 틴틴이 집에 없던 날이었어요. 틴틴은 요즘 회사 정책이 바뀌어서 2년 반만에 회사를 정기적으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어요. 이번달부터 매달 10번씩은 사무실로 나가야 해서 매주 2회, 3회, 2회, 3회, 이런 식으로 출퇴근을 하는 중입니다. 

틴틴은 회사로 출근하고, 저 혼자서 애들을 돌봐야 하는 날이었어요.  첫째를 학교에서, 둘째를 어린이집에서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온 후.. 저는 샤워를 했습니다.  샤워를 했어야 했는데 할 시간이 없어서 미루다가 결국 애들을 데리고 귀가하고 나서야 그 틈을 타서 샤워를 한 거죠.  

"얘들아, 엄마 샤워 좀 얼른 할게~"

하고 욕조 안에 들어가서 샤워커튼을 치고 샤워를 시작했습니다.  그 때 샤워커튼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뚱이야! 우리 쉬 같이 할까?"

하고 묻는 잭.  남자아이들이라 서서 쉬를 하다 보니 둘이 같이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좋아!!!"

하고 웃으며 달려오는 뚱이. 

"뚱이 이쪽에 하고, 형아 저쪽에 해!"

하며 알아서 먼저 구역을 정해주는 뚱이. 

솨아...  제 샤워 소리에, 아이들 둘이 동시에 쉬를 하는 소리까지.. ㅋㅋㅋ 

샤워 커튼 안에서 샤워를 하며 '지들끼리 별 짓을 다하네!' 생각하며 껄껄 웃었습니다.


며칠 전 주말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요즘 제가 피아노 연습을 종종 하고 있는 중이에요.  제가 친애하고 사모하는 이웃 블로거이신 팜펨님께서 병환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이 심란했는데, 그 누구보다 가장 심란하실 팜펨님께서 본인의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고 스페인어를 공부하신다는 글을 읽고, 저도 피아노를 치며 마음을 달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희 집에 있는 피아노는 틴틴 누이가 피아노를 한번 배워보겠다고 전자피아노를 하나 들였는데, 정작 피아노를 치지는 않고 전자피아노에 저장되어 있는 자동연주곡들을 듣는 용으로만 사용하신다며, 피아노가 한낱 거대한 스피커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저희가 아이들과 함께 피아노를 즐길 수 있도록 하라며 피아노를 저희에게 선물로 주셨어요. 

즉, 그 피아노는 전자피아노고, 상당수의 곡을 연주해내는 능력도 있는 피아노인지라, 피아노를 좀 치려고 들면 아이들이 전원을 껐다 켜기를 반복하고, 피아노에 저장되어 있는 곡을 플레이 해버리거나, 제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다른 악기 소리로 바꿔서 오르간 소리나 합창단 음악으로 바꿔버려서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 애들이 좀 컸다고 제가 피아노를 치면 저희 잭은 몇 초나마 그 곡을 음미하는 듯해 보일 때도 있고, 뚱이는 자기가 치겠다며 손가락으로 건반 하나 하나를 야무지게 눌러보이며 "뚱이 잘 치지? 뚱이 피아노 잘 칠 수 있지?" 하며 감탄과 칭찬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아이들과 있으면서도 피아노를 뚱땅거릴 수 있는 시간이 좀 늘어나던 요즘.  팜펨님 소식을 들은 이후로는 심란한 마음이 들 때 저혼자 피아노에 앉아서 시누가 피아노를 살 때 피아노에 딸려 왔다는 악보집을 펼쳐놓고 한 두곡 제가 아는 곡을 연주하는 데 집중했어요.  

눈으로는 악보를 읽고, 손가락으로는 왼손, 오른손, 서로 다른 건반을 연주하며 한 곡을 처음부터 끝가지 완주해낼 때의 기쁨이란!! 오랫만에 연주의 기쁨을 느끼고, 무언가에 몰두함에서 오는 정신적 휴식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몇번씩 연습을 하다 보니 조금씩 연주가 나아지네요?!! 그러던 바로 언젠가였죠.  지난 주말에도 피아노를 뚱땅거리며 연주를 하자 다른 걸 하며 놀던 잭이 제 옆으로 다가와서 서서 음악을 들어요.  

"와.. 좋다!!"

하며 음악에 감탄을 해줘서 감동한 순간, 아이가 바로 말을 이어갔어요.

"엄마~ 피아노한테 뽀뽀해줘도 돼?"

...????

"응? 피아노에...? (깨끗하지 않은데....)"

"응, 피아노에 뽀뽀해도 돼?"

"피아노에, 왜??"

"피아노 소리가 너~무 좋으니까 피아노 너무 좋아서!"

"그래..... ㅋㅋ 그러든지~ 잭 하고 싶은대로 해~"

했더니, 한껏 취한듯한 표정으로 피아노에 입을 갖다대고 뽀뽀를 쪽쪽 두번 하고 피아노에 자기 볼을 부비는 잭. 

하하하하..

"우리 잭이 이 음악이 엄청 좋은 모양이구나.  엄마 연주 좋아해줘서 고마워~"

아이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이 피아노에 뽀뽀하는 기이한 행동으로 이어졌으나, 별일 아닌듯이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을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주었습니다.  별일 아닌듯이 반응했지만, 너무 웃기고 재밌어서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틴틴에게도 달려가서 말해주고, 이렇게 블로그에도 기록해둡니다. 


그리고 대망의 오늘!  이 에피소드는 바로 오늘 있었던 일이에요. 

요즘 저희 잭과 뚱이의 먹성이 엄청나게 좋아졌는데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아이들..  아마 하루 종일 저보다 더 많은 양을 먹는 것 같아요. 특히, 잭은 확실히! 확실하게 저보다 더 많이 먹었습니다.  어제와 오늘만큼은!  

집에 오자마자 잭은 작은 컵케잌 크기의 케잌을 두 개 이상은 먹은 것 같고, 집에 있던 쌀과자 큰 한 팩을 뚱이와 잭 둘이서 다 먹어치우고, 그리고도 모자라서 각자 딸기맛 요플레를 하나씩 먹고, 딸기 400g 한팩을 둘이서 다 먹어치우고, 삶은 계란을 각자 2개씩 먹었어요.

그리고도 계속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찾는 잭.  

아직 5시도 안 됐는데... 저녁을 주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지만 밥을 주지 않고서는 저 배고픔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얼른 냉장고에 있던 유부초밥 재료를 가져와서 남아있던 밥으로 유부초밥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유부초밥을 만들고 있는 제 옆에 와서 빈둥거리던 잭은 부엌 하단의 서랍을 열어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하나 둘씩 꺼내보기 시작했어요. 

잭은 맨 먼저 샐러드의 물기를 제거하는 통을 꺼내더니, 

"엄마, 샐러드 있어? 샐러드 씻어서 물기 빼고 싶어."

"샐러드 있지~ 할머니께서 심어두신 상추, lettuce 있잖아!"

하고 저는 부엌 옆문으로 나가서 상추를 따왔어요.  

얼른 상추를 씻어 아이에게 건네주자 아이는 그 상추들을 통에 넣고 빙글빙글 손잡이를 신나게 돌린 후 상추를 꺼냈어요. 

아이가 상추를 담을 수 있도록 접시를 하나 내어주고, 저는 유부초밥을 계속 만들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아이가 그 서랍에서 새로운 접시를 또 하나 꺼내네요. 

"우와... 엄마, 이거 쓸 수 있는거야?"

아이는 예쁜 그릇과 잔들을 정말 좋아해요.  하나 두개 감탄하며 꺼내보던 아이가 저와 틴틴이 결혼하던 날 선물로 받은 작은 접시를 꺼내왔어요.

"응, 쓸 수 있는거야.  이거, 선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 아빠가 결혼 선물로 받은 거야." 

네, 저희가 결혼하던 날, 저희 잭이 이미 뱃속에 있었습니다.  아무도 모른채....!!  결혼식 5일 후에 잭 임신 사실을 알게 됐죠.  

저는 이미 만들어진 유부초밥 6개를 작은 접시에 담아서 잭에게 식탁으로 갖다줬습니다. 

"일단, 이거 먹고 있어~"

그리고 나머지 유부초밥을 만들어서 큰 접시에 마저 담아서 식탁으로 왔는데, 아니! 이럴수가!

우리 잭이 자기가 꺼낸 접시에 유부초밥과 샐러드를 아주 그럴싸하게 플레이팅을 한 게 아니겠어요!!! 하하하.

그 때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한 켠에는 유부초밥을 가지런히 놓고, 그 옆쪽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상추들을 가지런히 눕혀놓았어요. 

"우와, 잭! 너무 이쁘게 놨네!! 잠깐 기다려봐!"

하고 저는 부엌으로 다시 가서 아이가 꺼내온 접시와 세트인 더 큰 접시를 꺼내왔습니다.

"여기 하나 더 있어!"

하고 갖고 왔더니 우리 잭 바로 감탄사!

"우와!!!! 이건 더 크니까 잭은 이거 할래.  이 접시(먼저 플레이팅한 접시)는 너무 작아서 음식이 다 안 들어갔어."

하더니, 큰 접시에 다시 자기가 먹을 유부초밥과 샐러드를 가지런히 놓습니다.

저는 남은 유부초밥들을 뚱이가 먹을 수 있게 잭이 처음에 플레이팅했던 작은 접시에 가지런히 놓고, 나머지 유부초밥은 평소에 쓰는 일반 접시에 담아 틴틴 용으로 따로 뒀습니다. 

자기 접시 플레이팅을 마친 잭이 뚱이 접시를 보더니, 

"엄마, 이건 누구꺼야?"

"응, 이건 뚱이꺼."

그러자 뚱이의 접시에 있던 유부초밥을 한켠으로 모아놓고, 다른 한켠에 빈자리를 만들어서 자기 접시에 있던 샐러드를 뚱이 접시에도 올려주네요.

"와, 우리 잭이 음식 플레이팅을 정말 이쁘게 하네!" 

감탄하고 저는 틴틴의 단촐한 저녁을 갖다 주러 틴틴 방에 다녀왔어요.

돌아오니 우리 잭이 뚱이 저녁을 챙겨줬어요.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 뚱이에게, 잭과 뚱이용 테이블 위에 음식을 갖다 준 거죠.

"뚱이, 이거 먹어. 이거 뚱이거야."

티비를 보면서 레고 만들기를 동시에 하고 있던 뚱이에게는 형아가 갖다준 음식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나봐요.  들은체도 하지 않는 뚱이에게 잭이 재차 말합니다.

"뚱이! 이거 먹어! 안 먹으면 엄마가 바로 치울거야!"

응??? 내가??  잭이 하는 말에 웃기다고 생각하며 뚱이가 어떻게 반응하나 지켜보고 있던 저. 

"오우~ 미안해!"

뚱이는 형아가 자기를 위해 평소에는 밥이 허용되지 않는 거실, 그것도 티비 앞으로 밥을 가져다 준 형아가 고마운지, 형아 말 안 듣고 밥 안 먹어서 "미안"하다는 말까지 하며 자기 자리로 오네요. 하하하.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그릇에 음식이 얼마나 이쁘게 플레이팅 되어 있는지 보게 된 뚱이 얼굴에는 곧바로 미소가 만발!  

"좋아!!!"

하고 감탄사부터 내지른 뚱이.  

잭이 플레이팅해준 접시를 보고 미소만발의 얼굴로 눈이 휘둥그레져서 좋다고 감탄사를 내지르는 동생의 모습이 싫지 않은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기분좋게 뚱이 자리 뒤 소파로 슥 걸어가는 형아 잭.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저도 다가갔어요.

"뚱이야, 이거 형아가 다 담아준 거야.  이쁘지?"

"응, 좋아!!"

계속해서 좋다고 하는 뚱이. 

"형아한테 '고마워~'해야지~"

라고 말하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마워!!" 라고 말하며 음식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뚱이. 

잭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식탁으로 다시 돌아오더니, 자기 접시도 갖고서 뚱이 자리 옆에 놓고 둘이 다정히 앉아서 둘이서 티비를 보며 식사를 즐겼어요.

평소에는 티비 보며 밥 먹는 걸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실에서는 음식을 먹는 걸 못하게 했었는데, 여름방학 동안 저희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평소 지키던 규율이 많이 깨져버렸어요.  다시 예전처럼 거실에서 음식섭취를 못하게 하는 정책으로 되돌리려고 하는데, 두달간 지속한 버릇이 하루아침에 바꿔지지가 않네요.  더 엄하게 하지 못하는 제 잘못인데, 애들이 이렇게 귀엽게 둘이 나란히 앉아 알아서 식사를 마치니 오늘 하루는 그렇게 식사를 하도록 내버려뒀습니다.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켜야하는데, 저부터도 그게 참 힘드네요.  원칙을 지키는데는 실패했지만, 뚱이와 잭 둘이서 알아서 유부초밥 6개씩 먹고, 물로 씻기만 한 상추를 아무 소스도 없이 야무지개 다 먹어치웠습니다. 

 

그렇게 저희의 하루는 끝~

귀염둥이 잭과 뚱이가 앞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