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지켜보다보면 내가 어릴 때 나도 저랬을까, 우리 언니들이 어렸을 때 언니들은 저런 마음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될 때가 많다.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말과 행동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데, 아이들과 온종일 함께 보내는 주말이면 그런 놀라운 발견을 더 많이 하게 된다.
1. 그저 형아 곁에 있고 싶은 동생의 마음
뚱이는 대부분 그렇다. 형아 곁을 좋아한다.
우리 잭은 두 돌이 넘을 때까지 놀이터에서 내 손을 놓고 움직여본 적이 없었다. 늘 내 손가락 하나라도 잡고 나를 끌고 다니며 모든 것을 하고자 했는데, 우리 뚱이는 늘 형아 곁을 제일 좋아한다.
형아로 인해 동생이 겪는 제약이 많더라도 동생에게는 "재미있는 형아"가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줄 아느냐고, 그러니 동생에게 가해지는 제약에 대해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육아의 신 No.1의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형아가 티비를 보고 있으면 자기도 형아 옆에 붙어 앉아 티비를 보려고 하고, 형아가 소파에 올라가면 자기도 소파에 올라가고 싶어한다. 유모차에 타기 싫을 때도 형아가 유모차에 앉으면 자기도 유모차에 잘 앉는다. 그저 형아 옆에서 형아 하는대로 하고 싶은 것이 우리 둘째의 마음이다.
2. 형아가 없을 때 형아 것을 누리는 자유
그렇지만 형아는 늘 자기에게 못하게 하는 것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형아가 없을 때 아이가 즐거워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형아 자리에 앉아보기, 형아가 자기에게 못하게 하는 장난감 갖고 놀기, 형아가 만들어둔 장난감 갖고 놀기!
이건 어느 형제나 매한가지인지, 어제 티비 CBeebies 채널에서 방영 중이던 Charlie and Lala 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똑같은 내용이 방영됐다. 찰리(오빠)가 만든 멋진 종이로켓을 랄라(여동생)가 망가뜨릴까봐 높은 선반 위에 찰리가 올려뒀는데, 찰리가 집에 없을 때 랄라가 그게 보고 싶어서 선반에서 내리다가 그만 망가뜨리고 마는 것! 집에 돌아온 오빠는 화가 나서 동생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 물었는데, 동생은 거짓말로 둘러댔고, 화가 난 오빠는 동생과 놀지 않고 방문을 닫고 들어가버리 혼자 남겨진 동생이 곰곰히 생각하다 용기를 내어 오빠에게 사실을 실토. 너무 멋져서 아주 조심해서 보려고 했는데 그만 망가진 거라고. 동생의 고백에 오빠는 다정하게 괜찮다고, 사실대로 말해줘서 고맙다고 동생을 토닥거려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오빠 방에 다시 들어가보니 오빠가 망가진 로켓을 더 멋지게 재건하고 있었고 그걸 본 동생은 눈을 반짝반짝 거리며 "와, 이거 정말 멋진데?!!!"하고 소리치자 오빠는 동생이 또 망가뜨릴까봐 두 눈을 부라리는 것으로 끝나던 만화.
그런 일이 우리집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매일이 반복이다. 단, 아직 뚱이가 랄라처럼 말을 하지 못하고, 잭도 찰리처럼 나이가 많지 않다 보니 잭 장난감이 뚱이 때매 망가지면 잭은 동생을 밀어버린다. 동생 뚱이는 자기가 버텨낼 힘이 있어도 오히려 뒤로 척 하고 넘어져서 우리가 자기를 발견할 때까지 일어나지 않고 누워서 울며 우리를 기다린다. 자기가 뒤로 넘어지면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을 것이므로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잭에 대해 용납하지 못하고 잭을 야단치는 행동이라는 것을 뚱이가 이미 눈치챈 듯하다.
3. 동생이 성가신 형아의 마음
사실 동생 뚱이 입장에서는 형아가 자기에게 못하게 하는 것도 많고, 자기를 밀치기도 해서 힘들겠지만, 형아인 잭 입장에서는 동생 뚱이가 참 성가실 것이다. 뭔가 좀 하려고 하면 동생이 달려들어 자기도 하려고 하고, 그게 싫어서 못하게 하면 동생은 울어버리고, 그럼 부모님이 달려와서 왜 그러냐고, 동생과 함께 하라고 하니 형아 입장에서도 답답할 노릇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우리 잭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오늘 아이가 집에 오면 꼭 더 잘 안아줘야겠다.
4. 형아의 특권이 소중한 형아의 마음
형아노릇이 늘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형아이기 때문에 자기만 누리는 특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이스크림과 디저트에 대한 허용도가 더 높다는 것! 엄마가 동생에게는 주지 않는 디저트를 자신에게는 준다. 뚱이 모르게 살짝 잭만 불러내서 엄마와 함께 디저트를 나눠먹을 때 잭의 표정이란!
뚱이 모르게 여기서 살짝 먹으라고 하면 냠냠냠냠 신이나서 먹는다. 우쭐거리고 자랑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자기가 자랑하지 않아도 동생이 눈치채고 달려들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 있어보이는 눈치이기까지 하다.
5. 동생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형아의 마음
그렇지만 형아 잭과 동생 뚱이가 늘 톰과 제리같은 관계인 것만은 아니다. 뚱이가 형아에게 잘못했을 때 주저않고 곧바로 "미안해~"하고 고운 목소리로 사과할 때도 있고, 잭이 동생 뚱이를 위해 뚱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선뜻 양보해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아이 둘을 바로보기만 해도 우리 마음의 배가 불러오는 것 같다.
어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주말동안 쌓인 피로에, 낮잠까지 부족해서 뚱이가 아주 피곤한 상태에서 기차 장난감을 갖고 노느라니, 기차가 자기 마음대로 잘 움직이지 않고 자꾸만 열차들이 분리되고 선로에서 이탈했다.
졸린 상태에서 장난감도 마음대로 잘 안 되니 뚱이는 큰소리로 울어재끼며 "부서졌어!!!!!!" 하고 소리만 질러댔다. 울며 소리질러서 다시 기차를 연결해주면 이내 곧 다시 부서지고 그럼 또 울고 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옆에서 몇 번을 도와주다 지친 나는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넋을 놓고 틴틴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리고 잭 곁에 와서 앉아있는데 뚱이의 울음이 또 터졌다. 나도 피곤한데, 뚱이는 계속 자기의 조작이 미숙한 것을 갖고 자꾸만 울기만 하니 나도 참다 못해 잭에게 하소연을 했다.
"아.. 잭, 뚱이 왜 저래?"
하고 푸념을 했더니 잭은 계속 자기 기차놀이에 집중하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마음대로) 잘 안 되어서 그래."
너무나 정확한 잭의 대답에 당황한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질문을 이어갔다.
"하아.. 그럼 어떻게 해줘야 돼?"
하고 물었더니, 잭이 대답하기를,
"안아줘야 될 것 같아."
흠...
나와 틴틴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우리 눈에 잭은 옆에서 뚱이가 울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 놀이에만 심취해있는 것 같았는데, 실은 잭은 모든 상황을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이 둘 모두 매우 피곤한 상태라는 것을 간파한 나는 틴틴에게 아이들 양치 준비를 부탁한 후, 아이 둘을 차례로 양치시키고 아이들을 일찍 재웠다. 의외로 잭이 더 일찍 잠들고, 뚱이는 형아보다 더 늦게 잠들었다. 아마 너무 피곤해서 아이가 진정이 잘 안 되었던 듯 하다. 잭은 잠들기 마지막 순간까지 내려가서 더 놀고 싶다고, 엄마 안 피곤해. 안 피곤해. 안 피곤해. 안 피곤하다는 말을 다섯번쯤 반복하더니 잠이 들었다.
그렇게 두 형제는 아웅다웅하며 서로에게 서로가 있음에 적응해가는 중이다. 순탄하게 적응 중이지만 앞으로도 갈등상황은 끊임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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