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둘째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언어발달이다. 우리 귀염둥이 둘째 뚱이의 언어발달은 놀랍다. 둘째는 뭐든 빠르다고들 하지만, 우리 뚱이를 보면 형아보다 빠른 것도 있고 빠르지 않은 것도 있다. 빠른 것은 언어발달, 빠르지 않은 것은 양치 가글하기, 공차기 등.
첫째 잭의 말이 늦게 트였던지라 둘째의 빠른 발화가 우리는 참 신기하다. 잭의 성격을 더 잘 알게 된 지금에 와서 예전을 돌이켜보면 잭이 말이 늦게 트인 것은 이상할 게 없다. 잭은 조심성도 많고, 주위 분위기를 늘 살피고, 할 줄 알아도 스스로 그것에 대해 마음 편하게 느낄 때까지는 새로운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겁 없고 되든 안 되든 일단 덤비고 보는 우리 뚱이의 성격을 볼 때, 확실히 이런 성격이 모국어 발화에도 유리하고, 외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도 스스럼없이 따라하고 소리내는 편이라 성격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거기에, 형의 존재로 인한 집안 내 가혹한 환경(자기보다 힘세고, 빠르고, 노련한 존재와 대치하고 심지어 공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다 보니 말이 일찍 트일 수 밖에 없는 간절함도 좀 있는 것 같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 둘째가 남긴 기억에 남는 말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엄마, 안경. 엄마 안경 껴."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나에게 "일어나"라고 말한 후, 안경을 끼라고 지시(?)한다. 일어나서 활동하는 시간에는 내 얼굴에서 안경이 없으면 큰 일 나는 줄 안다.
오늘 저녁. 잘 시간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침실에 누워, 오늘 밤의 베드타임 스토리는 틴틴에게 넘기고 나는 안경을 벗고 누웠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뚱이.
"안경 어디갔어?"
이제는 무엇이 어디갔냐는 말도 할 줄 알다니!
"엄마, 안경 벗어놨지."
라고 대답했더니, 이어지는 질문.
"왜?"
아이 말이 빠르니, 무슨 말에든 "왜?"라고 말꼬리 잡는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줘야 하는 시기가 더 빨리 온다.
"여기 어디야?"
함께 그림책을 보는데, 카우보이가 있는 사막이 나왔다. 그러자 아이가 "여기 어디야?"하고 묻는다.
"응, 거기는 사막이야."
라고 대답해줬다.
아이의 말이 빠르다 보니 아이가 원하는 것, 궁금해하는 것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아이와의 갈등상황이 말이 느렸던 잭을 키우던 때에 비해 상당히 줄어드는 느낌이다.
"책 찢어졌어."
요즘 우리 집 책들이 점점 찢어지고 있다. 잭 때는 책장이 찢어지는 일이 가끔 있었고, 그럴 때면 테이프로 붙이곤 했는데, 요즘은 책의 허리 부위... 그 부분을 뭐라고 부르던가...? 책의 기둥부분? 책장들이 묶여있는 그 부분이 찢어진다. 그러니까, 앞표지나 뒷표지, 혹은 둘 모두가 찢어져 떨어져나가버리는 것이다.
실은 오래되어서 너덜거리는 책을 뚱이가 힘으로 뜯어내버려서 떨어져나간 게 대부분이다. 그러니, 말을 똑바로 하자면 "책 찢었어."가 되어야 하는데, 뚱이는 자기가 찢었든, 실수로 찢긴 것이든 "책 찢어졌어."라고 말을 한다. 책이 찢어진 건 아주 속상하지만, 아이가 저 나이에 저 말을 한다는 건 참 신기하다.
그 외에도 뭔가 기억에 남는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흑흑. 엄마의 기억력은 이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그것이 바로 이 엄마가 우리의 일상을 기록에 남기는 이유이다.
내일은 목요일. 어느새 한주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주 화요일 아침까지 데드라인이 두 개나 있다. 그 때까지 바쁜 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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