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귀염둥이 둘째. 뚱이는 말을 정말 잘한다. 첫째 잭은 28개월에 처음으로 "안녕?"이라는 말을 해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둘째 뚱이는 벌써 대부분의 문장을 말한다.
자동차 어디갔어?
딸기 줘.
거실 가자.
목욕 하자.
자동차 줘.
아니야.
이거 안 좋아.
불꽃놀이 보자.
티비 보자.
유튜브 보자.
선재(뚱이) 먼저.
선재 먼저 타자(차를 탈 때 서로 먼저 타려고 한다).
여기 있어.
저기 있어.
요즘 나타난 특징은 높임말까지 사용한다는 것이다.
아빠 어디갔어"요"?
배고파"요"
밥줘"요"
더 줘"요"
적고 보니 죄다 우리에게 뭘 시키는 내용이네. 뭘 달라, 뭘 해달라, 뭘 해라, 갖고 와라.
어제 오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집에 돌아와서 나는 부엌에서 아이들 먹을 거리를 준비하고, 틴틴은 다시 자기 방으로 일하러 갔다. 그 사이 잭은 아빠 방에 올라가서 아빠 일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걸 알게 된 나는 잭을 불렀다.
"선우야, 선우야!"
그러자 옆에서 뚱이가 함께 소리쳤다.
"선.우.야! 선.우.야!"
우리 뚱이는 이렇게 스타카토로 단어를 끊어서 말할 때가 많다.
요즘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은 이 두 마디.
코 나와.
코 닦아줘.
아이는 이렇게 코가 조금만 나와도 코 나왔다고 하고 우리에게 달려오고, 코 닦으라고 요구하는데, 그 코를 꼭 깨끗한 가재수건으로 닦아줘야지, 티슈로 닦거나 물티슈로 닦거나 하면 "아니야!!!!!"하고 소리치고 울며 난리를 피운다.
그렇게 우리를 쫒아다니며 자기 코를 닦아내라고 요구하기를 한 일주일 하더니 이젠 갑자기 자기 소매로 코를 닦는 법을 연마하여 코가 나오면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자기 오른쪽 소매로 코를 휙 훔쳐낸다. 그 결과... 오른쪽 뺨에는 항상 콧물이 말라 붙어있고, 피부도 빨갛게 일어났다.
아이가 제 옷으로 코를 닦아내는 모습이 지저분하고 안쓰럽게 여겨지긴 하지만, 매번 우리를 찾지 않고 나름 자력으로 해결하니 우리 부부의 삶이 한결 편해졌다. 코 닦아주는 게 뭐라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에 수도 없이, 그러니까 1분에도 몇번을 아이에게 불려가며 코를 닦아줘야 했는데, 그것도 꼭 가재수건이 놓인 서랍에 가서 수건을 챙겨서 아이에게 한걸음에 달려가야 했는데, 그 일이 사라지니 이렇게 편할수가 없다.
뚱이야. 올 겨울만 잘 지내렴. 내년만 되어도 네가 감기 걸리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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