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성장일기] 20개월 둘째의 언어발달(계속)

옥포동 몽실언니 2021. 10. 4. 08:30

우리 뚱이는 자고 일어나면 말이 늘고, 또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또 느는 식이다.

이 시기에는 발달이 왕성한 때라고는 하지만 언어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는 하루하루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기가 힘든데, 언어는 바로바로 눈에 띄다 보니 더더욱 인상깊게 느껴진다.

오늘 아침, 아침 식사를 하고 어린이집 갈 준비를 하면서 우리 둘째 뚱이는 이번에도 여러 새로운 말을 보여줬다. 

 

선재 먼저 타자.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늑장부리는 것은 항상 첫째 잭이지만, 동시에 차에 타는 순서는 반드시 자기가 먼저여야 한다는 사람도 잭이다.  그래서 잭은 외출 준비가 끝나면 항상 "잭 먼저 탈거야!"라고 말은 한다.  

그런 형으로 인해 늘 아빠가 형아를 먼저 차에 태워주다 보니, 이제는 둘째 뚱이도 지지 않고 맞선다. 

"선재 먼저 타자!"

하고 외치면서 말이다.

 

이거 입자.

늘 뭔가 하자, 어디로 가자, 뭘 먹자, 이런 권유의 표현을 들어서인가, 우리 뚱이도 그런 표현을 잘 쓴다.  오늘은 어린이집에 입고 갈 옷으로 갈아입히려는데, 자기가 먼저 옷 하나를 집어들며 말한다.  

"이거 입자."

하고 말하며. 

잭은 어려서 옷 입는 일 자체를 참 싫어했고,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싫어했다.  대부분의 옷을 싫어했고, 가끔 마음에 드는 옷 한 두벌이 있을까 말까했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보면, 일단 아이 머리가 크다 보니 옷이 들어갈 때 머리과 위에 걸리는 게 아프고 싫고, 감각적으로 예민하다 보니 옷의 재질이나 느낌, 옷의 무늬와 그림, 이런 것들이 별로 편안하지 않게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반면, 우리 잭은 옷 입는 걸 형아에 비해서는 좋아한다.  예쁜 그림, 알록달록한 색깔, 특이한 장식이 달린 것들을 좋아하고, 스스로 입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다만, 형아가 집에서 늘 반팔 티셔츠에 팬티차림인 것을 봐서 그런가 요즘 집에 들어왔다 하면 바지부터 벗고 기저귀 차림으로만 있으려고 한다.  벌써부터 절대 바지를 입고 있지 않으려고 한다.

기저귀 갖다줘.

아침에 일어나 놀다보니 기저귀가 넘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기저귀 갈자고 하면 잘 협조하지 않으니 아이가 의자에 앉아있는채로 기저귀만 살짝 벗겨줬다.  엄마 때문에 갑자기 하반신 탈의신세가 된 뚱이. 

"기저귀.  기저귀 갖다줘."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나랑 틴틴은 서로 마주보며 놀랐다.  와, 이제는 저런 말까지 하는구나.

그리고, 뚱이를 안아들고 거실로 가서 정식으로 다시 기저귀를 채워줬다. 

 

딸기 줘.

부엌에 앉아서 아침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딸기"라는 단어가 언급됐다.  딸기를 좋아하는 뚱이.

"딸기 줘!  딸기 줘!"

하는데.. 어쩌나, 딸기가 없는 것을! 오늘 장보러 갈 거니까 딸기를 오후에 주겠다고 했더니 아이가 이내 수긍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후 남편과 장보러 간 시간.  남편은 제일 먼저 뚱이를 위한 딸기부터 집었다. 

 

차에만 타면, "창문 열어줘." 라고 말하고, 차 밖으로 보이는 트럭이나 트랙터를 봤네, 못 봤네, 하고 형아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자기도 "봤어. 선재도 봤어." 하기도 하고, 못 봤을 때는 "못 봤어."라고 말한다. 

 

안 좋아. 좋아.

우리 뚱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아이들이 즐겨봤던(요즘은 잘 보지 않는다) 유튜브 Gecko's Garage라는 채널의 레이싱 카 에피소드에 나오는 노래, Racing cars are super speedy 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다. 

이건 원래는 형아의 최애곡이었는데, 그걸 늘 듣다보니 어느새 뚱이의 최애곡이 되어버렸다.

뚱이의 최애곡이 되자, 이 노래는 자연스럽게 형아가 제일 안 좋아하는 노래가 되어버리기도 하는 이 형제의 현실!

잭이 요즘 가장 즐겨 듣고, 즐겨 부르는 노래는 1, 2 buckle my shoe 라는 노래로, 1, 2부터 숫자 10까지 세면서 가사가 이어지는 노래이다.  

차에 탔다 하면 잭은

"원, 투 버클 마이 슈 틀어줘."

하는데, 그 때마다 뚱이는 "아니야, 아니야" 하거나 "레이싱 카가 수퍼스피디 노래." 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원투버클마이슈 안 좋아. 레이싱카가 수퍼스피디 틀어줘."

라고. 

듣고 보니 이건 정말 많이 듣던 표현이다.  우리 잭이 최근까지 가장 많이 쓰던 표현이었지 않았던가. 

"엄마, 뭐 안 좋아.  뭐뭐뭐 해줘."

라는 구문. 

가령, 엄마 볶음밥 안 좋아, 계란후라이 해줘.  엄마, 카레 안 좋아.  파스타 해줘. 이런 식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말들이다.  

형아의 모자를 써보려는 아이. 확실히 둘째라 형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