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성장일기] 생후 492개월 엄마가 쓰는 45개월, 20개월 아들들의 성장일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23. 08:00

아이들 연령을 개월수로 말하는 이유

본 글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글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저 제목은 웃기려고 써 본 것이고, 처음에는 이 글의 제목을 "첫째 45개월, 둘째 20개월 성장일기"라고 썼다가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첫째 3세 반, 둘째 20개월 성장일기로 수정했다.  그랬다가 지금의 제목으로 최종 변경한 것이다. 

한국 살던 시절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아기 엄마들과 만나거나, 놀이터에서 다른 엄마들과 만나게 되면 서로의 아이 나이를 묻게 되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는 많은 엄마들이 자기 자녀의 나이를 "몇 개월"로 표현한다.  사실 내가 아이를 낳아보기 전에는 사람들이 왜 어린 아이들의 연령을 '나이'로 말하지 않고 개월수로 이야기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조카들이 자라는 것을 옆에서 볼 때조차도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몇살인지 이야기하면 될 것을 왜 굳이 개월수로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겐 그 개월수가 주는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아이들이 어릴 때는 3개월, 6개월 차이가 엄청난 차이이고, 그러다 보니 연으로 계산하는 연령으로는 아이의 성장발달 사항을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3개월 아이와 18개월 아이는 둘 다 만으로 1세이긴 하지만 단 5개월 차이로 그 연령대의 발달사항은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이다.  13개월 아이는 겨우 아장아장 걷는다면 단 5개월 후인 18개월이 되면 아이들이 훨씬 잘 걷는 것은 물론 아이들에 따라(잭처럼) 공을 차면서 뛰어갈 수도 있는 수준의 발달을 보인다.   

이처럼 몇 개월을 상간으로 발달과정이 첨예하게 다르다보니 병원을 방문하면 의사들도 아이가 몇 개월인지 묻고, 부모들 간에도 우리 아이가 몇 개월인지를 기억하고 이야기나누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그런데 그것도 어느정도 연령이 되면 개월수로 이야기하는 것을 멈춰야할텐데, 우리 첫째 잭을 45개월이라 적고 나니 저 개월수는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황급히 3세 반으로 수정했다.  둘째와 짝을 맞춰 이야기하자면 잭 45개월, 뚱이 20개월이라 쓰는 게 균형이 맞지만, 45개월은 도대체 몇 살인가? 24개월까지는 아직 만 2세가 안 됐다고, 30개월이라 하면 이제 두 돌이 갓 지났구나 쉽게 계산이 되는데 36개월을 넘어가면 이제 나도 계산이 힘들다.  이 이상은 개월 수가 별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랬다가 다시 돌아와서 내 개월수를 계산해보니 어느덧 492개월!  이렇게 말하니 내가 몇 살인지 다 드러나긴 하지만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굳이 계산을 해봐야 알 수 있으니 나이가 들어 자신의 나이를 적당히 감추고 싶을 때는 아기들처럼 개월수로 이야기하면 좋을 거 같아 내 글 제목도 그렇게 수정해봤다.  


본글에 들어가서, 요즘 우리 아이들은 새로운 시기에 접어든 것 같다. 

첫째 잭의 경우 최근들어 식재료 편식이 시작됐다.  언어유희를 즐긴다.  사회성도 발달하고 있다.  징징거리며 우는 연기를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하고자 노력한다.  또한, 이제는 동생을 직접 응징하는 대신 부모에게 보고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울음을 약간 참았다가 우는, 그러니까 좀 큰 애들의 울음 방식으로 울음 방식도 변하고 있다.  높은 곳에 잘 올라가고 멀리뛰기를 아주 잘 한다. 

둘째 뚱이의 경우 하루 하루 지날 때마다 말이 쑥쑥 느는 게 눈에 보인다.  어제는 두 단어를 따로 따로 말했다면 오늘은 그 단어들을 이어붙여 하나의 문장으로 말하는 식이다.  발음도 너무 또렷해졌다.  스스로의 힘으로 점프를 할 수 있다. 

1. 3세 반 첫째 아이 발달사항

식습관 발달: 편식이 시작됐다. 

입은 짧았어도 여러 반찬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었다.  잘 먹지 않으려던 식재료는 질긴 고기류, 가지무침, 피망 정도였다.  과일 중에서는 파인애플 정도.  그런데 요즘은 버섯도 싫다고 하고, 파도 싫다고 하고, 호박도 싫다고 한다.  예전에는 잘만 먹던 재료인데 요즘은 그 식감과 맛이 싫다며 밥에서 빼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틴틴은 그렇게 편식하는 건 아주 매너가 없는 거라고, 식사예절 없는 사람은 밥 못 준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나는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때 그때 아이가 싫다하는 재료를 빼서라도 아이 배를 불릴 수 있도록 밥을 먹이는 편이다.  그렇지만 나도 언제까지나 편식을 오냐오냐할 수는 없는 노릇.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아이의 편식이 심해진다면 틴틴과 협의하여 편식하는 이에게는 밥이 없다는 정책을 쓰게 될 듯하다.  그 전에 육아의 신들에게 조언도 좀 구해보고. 

언어발달: 언어유희를 즐긴다. 

짝이 맞지 않는 말들을 짝지은 후 재미있어 한다.  서로 다른 개념의 것들을 믹스 매치하며 재미있어 하는 것이다.  가령, "잭, 당근 먹어."라는 말을 내가 하면, "엄마, 자동차 먹어." 라고 말하고 자기 혼자 자지러지게 웃는다.  어제는 사과 쥬스를 달라고 하는데, 오렌지 쥬스밖에 없어서 오렌지 쥬스를 먹으라 했더니 오렌지 대신 다른 것들을 쥬스 앞에 갖다붙이면서 재미있어 했다.  그러다가 "트럭 쥬스 먹어", "아우디 쥬스 먹어"하며 온갖 단어들을 쥬스와 조합하며 재미있어 했다.  

사회성 발달: 메소드급 우는 연기

뭐든 자꾸 우는 소리를 내면서 떼를 쓰는데 들어주기가 아주 힘들다.  울지 말고 말하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그 마음을 꾸욱 누르고 최대한 아이 비위를 맞춰주면서 아이가 원하는 게 뭔지 이야기하게 하고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서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아이의 우는 연기에는 의외로 틴틴이 좀 견디기 힘들어하는 편이다. 

가령, 며칠전 잠자리에서 읽어주던 책에 햄버거 그림이 있던 것을 보고 아이가 계속 햄버거 먹고 싶다며 울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잘 밤에 햄버거가 왠말인가! 

엄마가 집에 있는 재료로 비슷하게 해줄까하고 물어도 그건 싫고, 밖에서 파는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했다.  징징 울면서 "햄버거 먹고 싶어어어어엉~" 하고 울어대니 듣다 못한 틴틴이 누워서 책을 읽어주다 벌떡 일어나 앉으며 "햄버거가 없는데 어떡해!"하고 버럭했다. 

난 얼른 잭 옆으로 가서 햄버거가 왜 없는지, 왜 지금 햄버거를 먹을 수 없는지 아이에게 설명하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햄버거 먹자고 잭을 달래고, 틴틴에게는 귓속말로 지금 잭이 배가 고파서 더 그러니 좀 참으라고 말해줬다.  잭은 몇 번 더 햄버거~ 햄버거~ 하며 울더니 그렇게 잠들었다. 

사회성 발달: 동생과의 관계

동생이 조금이라도 잘못한 행동을 하면 이제 자기 스스로 응징하기 전에 우리에게 일일이 보고한다.  지나칠 정도인데, 아마 과도기적인 현상이 아닐까 한다.  이게, 사실 뚱이 입장에서는 형에 대한 자신의 방어력과 공격력을 높이다 보니 일어나는 일로, 자기 마음대로 못하게 하면 형아 잭을 때리기 시작하면서 잭은 그에 대해 자신이 육체적으로 대응하면 엄마 아빠에게 야단맞는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엄마, 뚱이가 나 여기 때렸어."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뚱이가 잭 옆에 앉으면서 잭을 살짝 잡거나 해도 "엄마, 뚱이가 나 여기 아프게 했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뚱이가 자기 자리를 잡다가 뚱이 발가락이 잭 몸에 살짝만 닿아도 "엄마, 뚱이가 발로 나 여기 찼어" 이렇게 과장이 섞이기도 한다. 

사회성 발달: 울음 참기

이건 사실 몇 달전부터 알게 된 것인데, 아이가 넘어지거나 다쳐도 일단 울음을 참고 자기 상태를 좀 살피면서 울지 말지 결정한 후 울음을 터뜨리거나 울지 않거나 하는 현상을 보였다(이렇게 적다 보니 내가 무슨 아동의 발달행동을 관찰 기록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ㅋㅋ).  더 어릴 때였다면 바로 앙하고 울음을 터뜨렸을텐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 것이다.  

또, 예전에는 어떤 행동을 우리가 직접 제지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못하게 할 때 바로 울음을 터뜨리는 편이었다면, 이제는 냉담하게 말로만 잘못을 지적해도 울기도 한다.  그럴 때 특히 시무룩한 표정으로 1-2초 있다가 갑자기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데, 그 모습이 좀 큰 애들이 우는 모습 같아 보였다.  아이가 우는 방식과 패턴도 나이가 들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웃음도 사회적 행동이라 하더니, 울음도 마찬가지였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 아이가 참 많이 컸음을 깨닫는다. 

신체발달: 높은 곳에 잘 올라가고, 멀리뛰기를 아주 잘 한다.

요즘 잭은 높은 곳에 정말 잘 올라간다.  지난 8월 초, 정글짐을 마스터하더니, 이제는 그보다 더 높은 곳들을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것에 도전하는 데에도 과거에 비해 주저함이 적어졌다.  

어제는 이케아 발판에 올라가서 멀리뛰기를 하는데, 아이의 키가 110센티정도인데 자신의 키만큼 혹은 그 이상의 너비를 뛰는 듯했다.  아마... 실제 자로 재어보면 거의 자기 키 만큼 뛴 것일텐데, 우리 눈에는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자기 키의 1.5배는 뛰는 것처럼 보였다(부모란!!! ㅋㅋ).  

너무 놀란 나는 아이에게 발판에 올라가지 말고 제자리에서 멀리 뛰어보라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자기 키 혹은 그 이상의 너비로 훌쩍 뛰는 것을 보고 아이의 신체적 발달과 운동신경에 감탄했다.  순간... 도쿄올림픽 영향인지, 우리 아이가 올림픽에 멀리뛰기 선수로 출전하는 모습을 잠시 상상해봤다.  내가 올림픽 메달리스트 엄마로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까지!!! 하하하하.  상상은 자유니까!

2. 20개월 둘째 아이 발달사항

둘째 성장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언어발달과 신체발달이다.  

언어발달:  문장을 말하다

이건 첫째 때에는 20개월에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뚱이는 이제 문장으로 말한다.  아이가 가장 잘 하던 문장은 "엄마 봐봐."와 "아빠 봐봐"였는데, 지금은 다양한 문장을 구사한다. 

"이거 뭐야?"

"뭐야 이거?"

"이거 어디야?"

"책 읽어줘."

"책 많이 읽어줘."

"우유 더 많이 줘."

"가위 꺼내줘."

"거실 가자."

"오렌지 주스 줘."

뿐만 아니다.  형아와 부딪혀서 울고 있어서 다가가서 어디 다쳤냐고 물어보면, 아픈 부위를 가리키며 "여기!"하고 말한다.  

어제는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책을 읽어주다가 시멘트 믹서(레미콘) 자동차가 시멘트를 너무 많이 부어서 다른 자동차들이 모두 시멘트에 붙어버리는 장면이 나왔다.  이미 여러번 읽은 책이라 내용을 알고 있는 뚱이는 그 페이지의 내용을 말하기도 전에 먼저 말을 했다.

"자동차 (시멘트에) 붙어."

그리고, 쥐가 시멘트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장면을 가리키며 "풍덩!"이라고 말한다. 

주말에 공원에서 거위들에게 먹이를 주며 거위들이 앙 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실제로 잭이 어릴 때 아기 오리가 잭 손가락을 앙 문 적이 있다) 말해줬더니, 그 이후로는 거위가 나오는 책만 보면, "거위 앙 물어."라고 말한다.  

거위들이 달려들자 겁이 난 뚱이가 아빠에게 안겨있다.

관련 동영상: 거위들에게 밥을 주러 가니 거위들이 너무 달려들어서 뚱이는 무섭다고 아빠에게 안기고, 잭은 거위를 피해 도망다니는 영상(영상 편집 기술을 배울 틈이 없어 너무 "생" 영상을 공유하는 점.. 이해부탁드립니다)

Abbey Meadow in Abingdon

신체발달: 점프를 하다!

형아의 점프를 보며 자기도 무진장 점프를 하고 싶어했는데 드디어 해냈다!!  발판에서 점프 하고 뛰어내리며 균형 잡고 안정적으로 착지하는데 성공했다. 

점프를 할 때는 항상 "엄마 봐봐. 아빠 봐봐." 하고 점프를 한다.  

아직 제자리에서 자기 혼자의 힘으로 점프를 하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일단 17센티 정도 높이의 발판에서 안정적으로 뛰어내리는 것에 성공했으니 제자리 점프도 조만간 하게 될 기세이다. 

그 외에도 뚱이는 요즘 걷고 달리는 자세도 훨씬 안정감이 생겼고, 던지기도, 매달리기도 잘 한다. 


아이들이 쑥쑥 큰다.  말과 사진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역동적이고 재밌는 상황들이 참 많다. 

이런 걸 보면 아이들을 장시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주중에 체력을 잘 회복하여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충만하게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