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둘째 뚱이의 차 떼기가 진행 중이다.
차 떼기가 무언고 하니 뚱이 나이 때에 흔히들 경험할 수 있는 모유 떼기, 분유 떼기, 공갈젖꼭지 떼기 같이 우리 뚱이는 차를 떼는 중이다. 부릉부릉 자동차, 장난감 자동차 말이다.
우리 뚱이의 자동차 집착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돌 전에 한국에서부터도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하긴 했는데, 영국에 와서 몇 달전부터 저 자동차 사랑이 아주 심각해졌었다. 그리하여 장난감 자동차는 잭과 뚱이의 모든 싸움과 갈등의 원인이 되어 우리 부부를 힘들게 했다.
그런 뚱이의 자동차 사랑은 잠 잘 때까지도 이어졌다. 자나깨나 자동차. 자기 전에도 자동차, 자는 중에도 자동차, 차를 타도 자동차, 산책을 나서도 자동차. 우리 뚱이의 손에는 늘 자동차가 없으면 안 되었다.
처음에는 귀여웠다. 잭이 어렸을 때는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잭은 그 어떤 장난감이나 물건에도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경우가 없었다. 모유수유를 끊기전 엄마 젖, 그러니까 모유에 대한 애착은 있었다. 먹기 전부터 히죽히죽 웃고, 먹는 동안에도 모유먹기에 심취하여 젖을 빨고(표현이 좀... 그런가..?ㅋㅋ), 자다가도 찾는 게 모유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모유를 잭이 13개월이 되던 때에 단호하게 끊었고, 그 이후에는 그 어떤 것에 대한 강한 집착도 없는 편이었다.
뚱이의 자동차 사랑이 봐주기 힘들어진 것은 요 몇 주, 자다가 조금이라도 잠에서 깨거나 잠을 설치게 되면 자지러지게 울면서 "자동차아아아아!! 자동차 어디가아써어?!!!!"를 외치는데, 이런 날이 하루도 빠짐없이 지속되면서이다. 아니, 얘야, 엄마도 잠 좀 자자.
아이가 아파서 깨거나 목이 말라서 깨면 그렇다 칠텐데, 그것도 아니고 자다가 깨서 매번 자동차를 외쳐대니, 우린 아이가 잠들고 나면 아이가 손에 쥐고 자던 자동차를 베개 아래에 숨겨뒀다가 아이가 울면서 자동차를 찾으면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자동차를 찾아서 얼른 아이 손에 쥐어주기에 바빴다.
문제는, 아이가 어둠 속에서도, 잠이 덜 깬 그 상황에서도 손의 느낌만으로 자기 손에 쥐어진 자동차가 자기가 찾는 그 자동차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아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리하여 자기 마음에 드는 자동차가 아니면 "이거 아니야!!!! 자동차아아아아!!!" 하고 더 심하게 울기를 며칠..
요즘 나도 한창 바쁘고 힘든데 이렇게 밤마다 몇 번씩이나 이어지는 자동차 타령이 견디기 힘들어지면서 틴틴에게 나의 고충을 토로했다. 자다 깨서 애 손에 자동차 쥐어주는 것도 한번 두번이지,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자면서 자동차 갖고 자는 건 못 하게 해야겠다고.
둘째 뚱이에게 마음이 약한 틴틴은 그래도 그걸 어떻게 떼냐고, 떼더라도 점진적으로 떼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분유나 모유를 조금씩 줄여가며 떼듯이 뚱이 자동차도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자기 부인의 고충을 알기나 아는 것인지, 뚱이의 자동차 사랑을 지극히도 생각해주는 자상한 아빠이다. 성격 궁합 탓인지, 기질 궁합 탓인지, 틴틴은 둘째 뚱이에게 약하고 잭에게 너무 단호한 편인데, 틴틴이 그런 편이다 보니 나는 더더욱 잭을 감싸고 뚱이에게 엄한 편이다.
각설하고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러던 중 마침 어제 아침에는 잭과 뚱이가 또 자동차로 한바탕 크게 싸움이 났다. 이제 둘째 뚱이가 몸도 재빨라지고(뛸 수 있게 되었다), 힘도 세어지고, 목소리도 커지면서(아주 크게 복식호흡으로 엄마 아빠, 선우야를 부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형아에 대한 대응능력이 한층 커졌는데, 이는 곧 더 큰 몸싸움과 상처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둘이서 자동차를 두고 울고 불고 싸우고 서로 때리고 뒤로 자빠지는 바람에 우리는 늘 하던대로 서로 번갈아가면서 해라, 상대방 것이 갖고 싶으면 해도 되는지 물어봐라, 하고 나면 달라고 부탁해라 등의 방법을 쓰다가 결국에는 아이들 싸움의 원흉이 된 미니카들을 모두 압수했다. 일주일간 자동차 놀이 금지. 큰 자동차들까지 치우기에는 치워둘 공간도 없고, 담을 상자도 없어서 틴틴이 그건 그냥 봐주자고 해서.
자동차를 치우기 시작하는 순간 두 녀석 모두 완전 오열. 집이 떠나가라 울어댔다.
사실, 지난 주말, 그러니까 열흘 전에는 티비 채널을 두고 두 녀석이 다투는 바람에 티비 시청을 일주일간 금지하기로 했는데, 이젠 자동차 장난감까지 금지된 상태.
티비는 사실 우리 부부가 편하려고 보던 편이다 보니 티비를 못보게 한다고 아이들이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언제 우리가 티비를 보고 살았냐는 듯이, 티비를 시청하기 시작하기 이전의 상태처럼 즐겁게 노는 모습에 되려 우리 부부가 놀랐다. 그리고 우린 과거처럼 다시 티비시청료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긴 했지만, 티비를 안 보는 게 아이들에게는 나쁠 게 없으니 그건 괜찮다.
그러나 자동차는 달랐다. 뚱이에게는 자동차 금단현상이 곧이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을 가기 위해 차를 타면서도 자동차를 달라고 하며 울고, 차를 타고 가는 중에는 내내 "자동차아아아~!!!" 하며 닭똥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가며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는 가든에서 노는 시간 내내 자동차만 타고 놀았다고 하더라는.
집에 돌아온 후, 아이들은 계속해서 자동차를 원했다. 그러나 어제는 다행히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싶다고 해서 (어린이집에서 트리 장식하기를 했는데 그게 너무 좋았던 모양이다) 트리를 꺼내서 장식하기를 했더니 자동차는 잊어버렸다.
대신, 자동차로 싸우지 않는 대신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품으로 서로 다투는 바람에 또 다시 눈물과 울음이 그치지 않는 저녁시간이 되었다. 울고 불고, 밀고 때리고, 소리지르고 싸우고, 뒤로 넘어지고.
별에별 방법으로 중재를 하다 지친 우리는 결국 크리스마스 트리도 다시 집어넣겠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또다시 울고 불고... 그리하여 트리는 그냥 두되,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아이들의 싸움을 겨우 중지시켰다.
아.. 이 긴 이야기가 겨우 어제 하루에 일어난 일이다. 적으면서도 나 스스로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 이야기의 대 반전은, 이렇게 온종일 다툼을 그치지 않던 이 형제가 잠 잘 시간이 다 되어가자 둘이 마음을 합하여 싸우지 않고 너무 잘 노는 바람에 아이들의 취침 시간이 매우 늦어졌다는 것. 9시가 넘어서 잠들었는데, 심지어 아침 6시 반에 뚱이가 울면서 "일어나, 엄마 일어나!! 일어나!!!!!"하고 나를 일어나게 하려고 애쓰는 소리에 우리 잭이 "일어났어!"라고 화답하며 일어나 이 둘이 아침 시간에도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놀았다는 놀라운 이야기.
하루 전체 중 5% 정도 되는 평화의 시간.
그리고, 또 하나! 우리 뚱이는 밤새 자동차를 한번 정도만 부르짖고 자동차를 찾지 않고 잘 잤다. 몇번이나 울면서 깨긴 하였으나, 내게 안아달라고만 하지 자동차를 찾지는 않았다. 며칠만 더 하면 밤중자동차는 완전 끊을 수 있을 것 같다. 자동차 장난감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더라도 밤에 잘 때는 갖고 자는 게 아니라고 일러주고 밤중자동차는 완전히 끊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동차를 압수하게 되면서 얼떨결에 자동차 끊기까지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덧: 아이들은 미니카를 못하게 된 대신, 큰 자동차를 갖고 다툼을 시작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오늘 아침 싸움의 원인이 될랑말랑했던 자동차들.
뚱이가 원하는 차를 잭이 주지 않자 뚱이가 자꾸 자동차를 집어던질랑 말랑, 던지는 둥 마는 둥, 사실 던지긴 하는데 혼나지 않으려고 우리 눈치를 살살 살피며 던지며 선을 넘었다 말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잭이 줄지어둔 저 자동차들이 아이들의 미니카 사랑을 대신 받고 있다. 저 중에서 하얀색 자동차를 그렇게 뚱이가 갖고 싶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저 차를 뚱이에게 주려고 했던 잭이 막상 뚱이가 그걸 원하니 그 때부터 저 차를 절대 내어주지 않으려 해서 뚱이가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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