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만 4세 아들의 음악 취향

옥포동 몽실언니 2021. 12. 17. 01:29

잭의 음악 취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잭은 좋아하는 노래가 몇 안 된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좋아하는 노래도 수시로 바뀐다. 

일단, 락을 좋아하는 것 같고, 멜로디가 좋은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다.  한 때 드럼 비트가 강한 음악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또 그렇지는 않다.

그때 그때마다 좋아하는 노래가 바뀌지만, 무엇보다도 자기가 좋아하던 노래를 뚱이가 좋아하게 되면 그 때부터 그 노래는 금지곡이 된다.  절대 싫단다.  자기 영향으로 뚱이도 좋아하게 된 건데.  도대체 저들의 저 심보는 무엇인지.

요즘은 아이가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달라고 한다.  동요 말고 우리가 듣는 가요든 뭐든 다른 노래를 들려달라는 거다.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로 내가 많이 재생해준 음악은 Bahamas 의 All I've ever known이라는 음악.  드럼 비트가 강하면서 잔잔해서 잭 취향도 저격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차에서 애들을 진정시키고 잠들게 할 때 효과적인 노래. ㅋ 

그 다음으로는 아이에게 악동뮤지션의 노래를 종종 틀어줬다.  가요를 틀어달라고 해서 아무 가요나 틀어준다고 아이가 좋아하는 게 아니다 보니 아이들 취향에 맞을 만한 가요로 생각한 게 악뮤의 음악이었다.  그 중 Play 앨범에 수록된 발랄한 곡들.  역시, 우리 아이의 취향 저격.  아이는 Give Love라는 노래와 갤럭시를 좋아했다.  멜로디가 밝고 발랄한 가요. 

어제 저녁에는 함께 악뮤 음악을 들으며 노래를 부르다가 매번 같은 노래가 지겨운지 아이가 다른 음악을 틀어달라고 해서 아이유의 "밤편지"를 틀어줬다.  며칠 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초반 도입부의 멜로디가 잔잔하면서 상큼하고 심금을 울리는 게, 귀에 꽂혔던 기억이 나서 틴틴과 함께 듣고 싶기도 했다.  잔잔한 기타 반주에 아이유의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다같이 식탁에 앉은 자리에서 아이유의 노랫소리가 나오는데,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으아아~~" 하며 온 몸을 웅크리며 우리가 흔히 뭔가 좋은 것에 소름이 끼칠 때와 같은 몸짓과 표정을 했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흐으음~사랑한다는 말이에요"

"그으날의" 하는 부분에서 소름끼쳐하더니 "보낼게요~"하는 부분에서 또 한번 아이가 꺄아악.. 하는 게 아닌가!

그 순간 틴틴과 나는 둘 다 아이의 반응에 으응? 하며 너무 귀엽고 신기해서 하하하 웃었다. 

아이들도 좋은 걸 다 아는구나.  예술의 아름다움은 느끼는 사람 마음이라고는 하지만, 음악만큼은 보편적으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그런 음정과 멜로디와 화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어린 아이도 저 음악에 저렇게 반응하다니. 

그리고 대망의 오늘!!!! 아침 등원길에 아이가 또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다.  

나는 이미 운전 중이어서 잠시 신호등에 섰을 때 노래를 랜덤으로 재생되게 아무 버튼이나 눌렀는데 그 때 나온 곡이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 

남편과 내가 자주 즐겨듣는 노래.  딴따라다라-라라라래로, 딴따라다라-라라라래로.. 전자음의 멜로디로 전주가 시작되었는데 아이가 음악을 더 키워달라고, 안 들린다며 더 크게 틀어달라고 요청하더니 노래가 본격적으로 흘러나오자 아이가 노래가 아주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운전하니 나는 신이났는데, 아이도 노래가 아주 마음에 들었나보다.  

"엄마, 집에 가는 길에도 이 노래로 틀어줘!"

하고 주문했다. 

우리 아이의 음악 취향.  

그래, 저 네 살밖에 안 된 아이도 다 취향이 있다.  쪼끄맣다고 뭘 모르지 않는다.  다르게 느끼지도 않는다.  음악 취향만 존중해줄 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아이의 취향을 살피고 준중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