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째 뚱이는 자동차를 정말 좋아한다. 손에 딱 잡히는 작은 사이즈의 자동차를 가장 좋아하고, 그 다음으로는 뭐가 됐든 바퀴가 달려서 굴러가는 장난감이면 다 좋아한다.
첫째 잭은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었다. 자동차가 나오는 책은 좋아했다. 그러나 자동차 장난감은 가끔 미끄럼틀에서 굴리고 노는 정도였지 자동차에 환장(?)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잘 때도 자동차 장난감
그런데 우리 둘째는 자동차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다. 이건 뭐 거의 공갈젖꼭지, 최고의 애착장난감 수준이다. 자면서도 손에 자동차를 꼭 쥐어야만 잠에 들고, 자다가 잠에서 깨서 자기 손에 자동차가 없으면 곧바로 울면서 "자동차 어디갔어?" 하고 자동차를 달라고 한다.
얼마전 어느 밤, 그 때도 어김없이 자다 깨서 자동차를 찾는 뚱이.
"자동차 어디갔어?"
매번 한밤중에 아이 손에 자동차를 쥐어줄 수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한번은 꾀를 냈다.
"자동차? 자동차도 자러 갔지~ 자동차도 코 자러 갔어."
라고 대답을 하자마자,
"으앙!!!! 자동차아아아아아!!!!"
하고 대성통곡을 시작하는 뚱이.
뚱이 울음소리에 잭이 깰까봐 난 결국 방 구석에 숨겨뒀던 자동차를 얼른 꺼내 아이 손에 쥐어줬고, 아이는 그제야 진정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모든 싸움의 시작, 자동차
뚱이의 자동차 사랑이 이쯤되니, 우리집에서 자동차 장난감은 더이상 그냥 장난감이 아니다. 모든 갈등의 원인이 되고, 모든 싸움의 시작이 된다.
뚱이가 자동차를 너무 잘 갖고 놀자 평소에는 자동차 장난감에 별 관심도 없었던 우리 잭도 덩달아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평화로운 순간은 둘 다 각자 원하는 자동차를 골라 그 자동차를 바닥에 굴리며 노는 때.
이런 시간은 하루에 몇 분, 아니 일주일을 통틀어서 몇 분 되지 않는다.
그 외 대부분의 시간은 누가 어느 자동차를 가질 것인지, 상대가 가진 자동차를 그저 탐내고, 그 자동차를 서로 절대 양보하기 싫고 양보할 수 없어서 울음이 터지고, 양보하지 않는 장난감을 서로 뺏으려 하다 싸움이 나고, 그 싸움에 나와 틴틴은 머리에서 김이 난다.
몸이 괜찮을 때는 자동차 저게 뭐라고 저렇게들 좋아하나 신기하고, 몸이 피곤할 때면 자동차 장난감이 눈에만 띄어도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란 생각이 든다.
자동차를 탈 때도 장난감 자동차
이제는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차에 타기 전에 나도 자동차 장난감을 내 외투 주머니에 몇개 주섬주섬 챙겨넣는다. 잭과 뚱이를 차에 태우고 보면 언제나 뚱이 손에는 자동차가 최소 한 대, 많을 때는 양손에 두 대씩 총 네 대가 들려있는데, 그것때매 잭과 뚱이가 어린이집까지 가는 내내 싸우고 울고 때리고 소리쳐서 운전이 위험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보면 뚱이는 언제 챙긴 것인지 자기 손에 자동차가 없을 때가 없다. 분명히 우리는 아이 옷을 입히고, 아이 양말을 신기고, 아이 신발을 신긴 후 아이를 차에 태운 것인데, 그 사이 어느 순간엔가 아이는 자동차를 손에 쥐고 그 자동차를 놓치 않고 카시트에 탑승하는 것이다.
그럼 평소처럼 맨몸으로 차에 탄 잭은 뚱이의 자동차가 갖고 싶어진다. 그럼 뚱이의 자동차를 뺏으려고 덤벼들고, 뚱이는 뺏기지 않으려고 용을 쓰고.... 이 싸움이 또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애초에 내가 그 싸움을 막겠노라, 내 주머니에 자동차를 챙겨가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어린이집 등원 연기전략에 동원되는 자동차
어린이집이 가기 싫은 우리 잭은 매일 "연기전략"을 쓴다.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시간을 연기하기 위한 온갖 전략을 쓰는 것이다. 그 첫번째가 교통이 막히는 길로 가자고 요구하는 것, 두번째는 지름길이 아닌 둘러가는 길로 가자고 하는 것인데, 오늘은 세번째 전략이 나왔다. 어린이집 교실 입구까지 와서는 자기가 손에 들고 온 자동차 장난감을 다시 차에 가서 자기 자리 옆 문에 달린 서랍에 넣고 오고 싶다는 것.
결국 그래서 오늘은 잭과 뚱이를 모두 데리고 뚱이 교실에 가서 뚱이를 넣어주고, 잭 교실 앞까지 갔다가, 다시 어린이집 밖으로 나와 길에 주차된 우리 차까지 와서 차 문을 열고 잭이 자기 자리 서랍에 자동차 장난감을 넣고 나서야 어린이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피아노와 자동차
우리집 거실에는 디지털 피아노가 한대 있다. 시누가 피아노 연습을 하겠다고 사서는 몇년을 음악 재생용으로만 사용하다가 우리 잭이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피아노를 물려줬다.
작년까지만 해도 보통의 악기였던 이 피아노는 이제 악기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피아노 위 선반은 잭이 좋아하는 모든 것들, 자기가 만들거나 수집한 모든 것들을 올려두는 장식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잭이 만든 것을 동생 뚱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둔다고 하나 두개 올려두던 것이 이제는 자리가 꽉 차서 더이상 자리가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제 뚱이도 피아노를 자기만의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주차해두는 주차장으로.
이쯤되니 난 이제 아이들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면 이게 다 자동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게 자동차 때문이야!! 이 모든 게 자동차 때문이라고!!!!
아이들의 자동차 사랑, 아니, 엄밀히 말해 우리 둘째 뚱이의 자동차 사랑은 도대체 언제쯤 멈추게 될까. 아니, 멈추지는 않더라도 언제쯤 적당한 수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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