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형제의 뉴 헤어컷

옥포동 몽실언니 2021. 12. 16. 01:06

아이들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  

큰 아이 잭은 어릴 때부터 잭이 목욕할 때 옆에 앉아 머리를 조금씩 잘라주곤 했는데, 요즘은 잭이 목욕을 하기 싫어하면서 아이 목욕할 때 옆에서 머리를 자를 틈이 없었다.  그리하여 아이의 머리는 계속해서 자라서 앞머리가 눈썹을 가리는 지경에 다다랐다.  

그리하여 며칠 전 아이 손톱을 자르려고 손톱 가위를 들고 아이 곁에 갔다가 아이 귀를 덮고 있는 귀 옆머리를 살짝 잘랐다.  손톱가위는 끝이 동그래서 아이 피부를 다치게 할 위험이 적다.  그래서 잭은 머리숱이 많아지기 전까지는 손톱가위로 머리를 잘라주곤 했었다.  

그런데 언제나 엄마가 하는 것이든 뭐든 직접 해보려는 우리 잭.  자기 귀옆머리를 자르며 손에 받은 머리카락 조각을 쓰레기통에 버리러 간 사이에 자기 머리를 자기가 잘라버렸다.  그리하여 아이 앞머리는 두 덩이가 되고, 옆머리에 구멍 하나가 생겼다.  사진으로 찍어두질 못했는데, 앞머리가 완전 W 모양이 되어 있었고, 옆머리에는 500원짜리 구멍이 생겨버린 것이다. 

"으악!  잭, 직접 머리 잘랐어?!! 어떡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내 반응에 오히려 놀란 잭.  뭔가 잘못됐다는 듯한 내 반응에 아이가 놀라며 날 피해 도망쳤다.  그제서야 내 반응을 반성한 나는 이내 태도를 바꿔서,

"아니야, 잭, 괜찮아.  직접 머리 잘라보고 싶었구나?  엄마가 조금만 손질해줄게.  이리 와봐."

그러나 때는 늦으리.  아이는 계속해서 날 피해 도망치며 평소처럼 자기 머리를 내게 쉬이 내어주질 않았다.

겨우겨우 달래고, 겨우 쫒아다니며 아이 앞머리를 손질하고 옆머리도 잘랐다.  앞머리에 구멍이 너무 커서 가장 짧은 머리카락을 기준으로 자르다 보니 이마가 다 드러났다.  

"이게 뭐야.. 어떡해..."

속으로만 소리를 내지르며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 

그렇게 우리 잭은 이마를 완전히 다 드러낸 새 헤어스타일을 하게 되었다.  이쁜 이마가 드러나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  아니, 내 눈에는 너무 이쁘다.  뭘 해도 이쁘구나, 우리 잭.  미소는 얼마나 또 사랑스러운지(제말 말만 좀 잘 들으면 좋겠구만..)!

그렇게 짧은 머리로 우리 아이는 12월 9일에는 소박한, 지나치게 소박한 생일 파티를 했다.  케잌을 준비할 틈도 없는 게으르고 무심한 부모 탓에 아이는 그날 어린이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라며 나눠준 컵케잌에 생일초를 켜고 생일파티를 했다.  컵케잌 하나 뿐인 초라한 생일상.  그래도 남편이 준비해둔 생일선물(Hotwheels 트랙)에는 아이들이 대만족!

첫째 머리를 잘랐으니 이제는 둘째 차례.  둘째는 올해 딱 두번 머리를 자른 게 이 아이 평생에 자른 전부였다.  앞머리가 길어서 삐죽삐죽하게 눈썹까지 내려왔던터라 둘째 머리도 잘라줬다.  이번에도 아이가 목욕하는 틈에 옆에서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둘째는 머리가 직모라 자르고 나니 온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섰다.  더벅머리 총각이 되어버렸다. 

머리를 자르기 전에는 이렇게 길었는데, 짧게 자르고 보니 우리 둘째 뚱이는 머리를 좀 길게 길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어야지 내려앉는 머리카락인 듯.  아래 빨래바구니는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스팟이다.  빨래를 갠 후 2층 방으로 들고 올라갈 때 쓰는 바구니인데, 뚱이가 맨날 빨래를 비우고 자기가 들어가앉는 바람에 빨래바구니 역할을 못 한지 제법 되었다. 

머리 자르기 전에는 둘다 머리가 이렇게 길었는데.  둘 다 앞머리가 삐죽삐죽. ㅋㅋ 머리가 짧으니 단정해보이고 시원해보이기는 한데.. 엄마가 프로가 아니라서 미안하다.  나중에 좀 자라면 너희도 전문 미용사의 손길을 느낄 수 있게 해주겠으나.. 그 전까지는 엄마가 너희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개발하도록 노력해보마. 

우리 귀염둥이들.  벌써 돌아올 시간이 다 되어가네.  엄마는 오늘 바쁘게 일했어야 하는 날인데 일을 제대로 못했네. 어쩌나.  

이렇게 하루하루가 간다.  하는 건 없이 그저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하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