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초딩키우기

[영국생활] 초등학교 리셉션 첫학기 적응하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3. 1. 13. 06:48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옥포동 몽실언니라고 쓰려고 했는데, 더이상 옥포동에 살고 있지를 않네요.  저의 근시안적이었던 닉네임, 어찌해야할까요.  

그나저나, 오늘은 저희 아이 학교 생활 적응 이야기를 해보려구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는데, 너무나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글을 시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이전에도 한번 아이 학교생활과 관련한 고민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요.  이젠 저 나름대로의 결론이 좀 내려진 상태예요.  그 결론을 공유하자면,

  • 아이는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다. 
  • 선생님 말씀을 너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자. 
  • 영국이나 한국이나, 좋은 학교, 좋은 선생님도 있고, 다소 아쉬운 학교, 이해하기 힘든 선생님도 있게 마련이다. 

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나의 첫학기 앓이

저희 아이는 30여명 남짓한 학급 내에서 영어로 말이 잘 안 되는 몇 안 되는 아이 중 하나입니다. 저희 아이처럼 집에서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언어를 쓰는 아이들은 많아야 10% 수준, 즉 3명 정도밖에 안 될 것 같아요.  

저희 아이는 꼭 영어 때문은 아니어도 성격적으로 언어 보다는 행동이 빠른 아이이다 보니 학교에서 영어의 장벽에 부딪히니 몸으로 말하는 때가 더 늘었고, 그로 인해 저희 부부는 선생님께 몇 번 불려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학기 초에는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저는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를 돌보는 데 정신이 빠져서 도저히 블로그에 글을 쓸 틈이 나지 않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둘째를 온종일 돌봐야 해서 몸도 정신도 피곤한데, 첫째 아이 학교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되니 없던 두통이 다 생기더군요.

그렇게 몇 번 선생님께 불려가며 괴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최근에 또 한번 선생님께 불려가게 되었는데요.  이번 일을 계기로 생각과 마음을 조금은 바꾸게 되었습니다. 

교사-학부모 면담

여러번에 걸쳐 선생님께 불려가며 듣고 통보받은 일들은 다음과 같은 일들이에요. 

  •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밀칠 때가 있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고 혼자 놀 때가 많다.  아이에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이건 이미 하고 있었으나, 더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에게 계속 반복해서 가르쳤어요),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플레이 데이트를 많이 하라고 하셨습니다.  몇 번 플레이데이트를 했고, 여러 가지를 배우고 깨달으며 요즘은 플레이데이트에 크게 집착하지 않고 있습니다.  번외로, 저희 아이도 친구들에게 맞고 오는 일이 몇 번 있었는데, 아이는 친구들에게 맞아도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도 아이에게 친구가 때리면 누가 날 때렸다고 학급 내 어른에게 꼭 말하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도 말하라고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 선생님께서 아이가 거친 행동을 했을 때 아이에게 물어보면 항상 뭔가 이유가 있다고, 아이가 그걸 행동이 아닌 말로 할 수 있도록 말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 날은 저희도 선생님에게 아이 영어가 생각보다 능숙하지 않으며, 필요한 말을 "발화"하는 데는 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영어를 사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더더욱 그걸 행동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저희 아이가 지시대로 잘 따르지 않는다고 청력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청력검사를 의뢰하셔서 저희 아이는 얼마전 청력검사를 받았어요. 
  • 다행히 청력검사 결과 모두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 청력검사 상 문제가 없다는 게 밝혀지자 이제 이 연령에는 할 줄 알아야 하는 발음을 저희 잭은 잘 못한다고 언어 평가를 받았어요.  몇가지 발음, 그 중 특히 s 발음이 샌다고 s 발음 연습을 시켜주라는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이제 아이가 s 발음을 의식적으로 잘 하고 있어요. 
  • 가장 최근.  바로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인데요.  이제는 아이가 아이컨택이 안되고 집중을 못한다고 시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시력검사를 받아보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난 일요일, 아이 시력검사 결과 다행히 연령대에 맞게 건강한 시력을 가진 상태라고 합니다. 
  • 아이가 집중을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펫에 앉아서 공부를 배우는 시간에는 저희 아이만 의자에 따로 앉히기로 했다고 하셔요.  30여명 되는 전체 학급 아이들 중 저희 아이만 의자에 앉게 됐네요.  오늘도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교실에서 모두들 카펫에 앉아 있는데 저희 아이만 혼자 우뚝 의자에 앉아 있네요.  
  •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감각적인 개입이 필요해보인다고 감각적 개입을 하는 그룹에 포함시켜서 아이에게 주 2회, 1회당 30분 가량 집단 감각수업을 하는 클럽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소그룹으로 놀이활동의 연장선 같아 보여서 아이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중입니다. 

면담 후 나의 가슴앓이

어찌보면 아이를 참 다각도로 도와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저는 과정에서 참 마음이 불편했어요.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고 괴로울까 참 많이 생각해봤는데요.  그 중 첫번째는 선생님이 저희에게 저렇게 많은 지적을 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단 한 마디도 아이가 보이는 긍정적인 행동이나 발전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선생님 말씀만 들으면 그냥 우리 애는 그저 문제아같이 여겨지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 선생님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초반에는 걱정도 정말 많이 하고, 그래서 울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괜히 속으로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러다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했어요. 

그러나 선생님 권유대로 다른 아이들과 플레이데이트를 하며 다른 아이들을 제가 직접 관찰하고, 아이 생일파티를 하며 다른 아이들이 놀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우리 아이가 특별히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 거예요. 

다른 아이들도 질서를 잘 안 지키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하고, 네다섯살이나 되었지만 피곤하다고 엄마 아빠에게 안겨서 응석을 부리기도 하고, 다른 친구가 쥐고 있는 걸 뺏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쑥쓰러워서 아주 조용하게만 있기도 하더라구요. 

주변에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저의 걱정을 떨쳐내는 데 조금 도움이 됐어요.  특히, 아들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많았고, 부모가 저희처럼 영어가 아닌 비영어권에서 온 경우의 아이들 중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와 부모들이 있었어요.  즉, 저희가 혼자가 아닌거죠.  You are not alone~

그런 것들을 여러번 보고 나니 우리 아이만 이상할 게 하나도 없고, 이 나이대 아이들이 보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희 선생님이 아이를 "문제"의 프레임에 끼워넣으려고 하는 느낌이 저를 불편하게 한 것 같아요. 

같은 이야기도 좀 더 긍정적으로, 발전적으로 할 수 있을텐데, 선생님의 이야기는 항상 1부터 10까지 부정적인 것으로만 가득차있고, 정작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아이의 성향이 어떻고 성격이 어떤지 제가 이야기해도 그 이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느낌... 

가령, 면담 시간에 아이가 이런 저런 점에서는 좋은 점을 보이는데, 아직 이러이러한 부분은 부족하다고 하면서 긍정적인 면도 한번 쯤이라도 언급해주셔도 좋을텐데..  한번도 그러지를 않으십니다. 

이런 이런 일들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있을 수 있는 일들인데, 이 일들을 부모와 학교가 이렇게 도와주면 더 빨리 이 부분이 극복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해주더라도 같은 말을 들어도 듣는 부모 마음이 덜 속상할텐데... 선생님은 그런 여유가 없어 보이십니다. 

사실 저는 학교에서 아이의 이런 문제들을 빨리 해결하고 싶다면 아이의 영어를 좀 더 도와줘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집에서 제가 책 한두권 읽어주며 영어를 가르쳐주는 것보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또 자기와 비슷하게 영어를 외국어로 접한 아이들과 함께 영어를 좀 더 배운다면 더 재밌고 효과적으로 배워서 영어가 좀 더 빨리 늘 수 있고, 그럼 아이의 교우관계도 더 빨리 좋아질 수 있고, 문제 행동도 줄어들 수 있을테니까요. 

또, 저는 선생님이 아이가 잘 하고 있는 걸 좀 더 열성적으로 칭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사진: Unsplash 의 Element5 Digital

 

선생님이 진짜 문제가 뭔지 파악하지 못하고, 아이 상황에 대해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를 하는 느낌이 들어서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코끼리도 장님이든 누구든 누군가 자기 다리를 만져준다면이야 피로했던 다리 근육도 풀리고, 피부 접촉을 통해 인간과 교감도 하고, 좋은 점들이 물론 있겠지요.  그런데 선생님의 저런 개입이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면담 시간 동안 아이의 문제에 대해 나열하고, 그에 따라 선생님이 내린 저런 결정들을 저에게 통보하기 바쁜 것 같은 모습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이의 '문제'행동에 대해 저에게 이야기 하기 전에 항상 저에게 아이가 집에서는 어떤지를 물어보시기는 해요.  그런데 왜 제가 묘사하는 아이의 모습과 선생님이 지켜본 아이의 모습이 완전히 같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제가 언급한 문제 중 조금이라도 자신이 언급하고자 하는 문제 행동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는지, 그걸 지적해내는 데에만 관심이 있으신 모습이에요. 

아이가 카펫 타임(카펫에 앉아 공부를 배우는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그런데 가만 보면 저희 애가 선생님이 한 말을 나중에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을 보인대요.  그건 아이가 선생님의 말씀에 어느정도 집중을 하고 있다는 것일텐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에 대한 말씀이 없고, 저에게도 아이가 왜 그런 것 같은지 물어보지 않으셔요.  그냥 그 상황만 지적하시며 아이 시력검사부터 일단 받아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난주 일요일 바로 그 시력검사를 받았어요. 

영국에서의 첫 시력검사

영국에서는 아이들 시력검사와 안경 맞춤 비용이 모두 영국의 국가보건의료서비스 (NHS)에서 지원되서 안경을 공짜로 맞출 수 있어요.  대신, 시력검사도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시력 검사 후 안경을 받기까지는 장작 열흘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네요? 

시력 검사 결과 아이 시력에는 다행히 문제가 없고, 눈이 좋은 편이라는 결과를 얻어왔습니다.  다행이에요.  제가 눈이 별로 좋지 않다 보니 아이 시력도 혹시라도 좋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시력검사를 의뢰한 이유가 담임 선생님이 아이 집중력 저조를 문제로 시력검사를 요청하신거라, 안경점에서는 아이의 집중을 도와줄 수 있는 안경을 하나 맞춰주겠다고 합니다.  아이 근육이 과하게 긴장되지 않고 긴장이 좀 풀릴 수 있게 해서 눈 피로감을 줄여줘서 아이 집중도를 높여줄 수'도' 있는 안경을 말이죠. 

제가 보기에, 굳이 안경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어차피 어린 아이들 안경 하나 맞춰주면 안경점이 NHS로부터 돈을 받으니 아이들 안경을 좀 쉽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보였어요.  어른들 감기에는 약 처방에 그리 인색하면서 또 이런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영국의 의료시스템.  오래 살았어도 참 적응이 안 됩니다. 

아이 안경은 시력검사한 날로부터 10일 후에나 완성된답니다.  압축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아이 안경이 참 오래 걸리죠?  영국은 뭐든 오래 걸린다는 말,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느낀 건... 제가 마음을 내려 놓았다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그렇지도 못한 것 같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이야기를 쓰려니 여전히 감정이 욱하고 올라와서 글이 좀 감정적으로 써진 것 같거든요.  

그냥 한 아이 엄마의 푸념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저도 학부모가 처음이라 학부모로서의 성장통을 겪나봅니다.  뭐 대단한 성장은 몰라도 둘째를 학교에 보낼 쯤이 되면 마음에 약간의 굳은살은 베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학교에서 적응하느라 애쓰는 모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화이팅을 전하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