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초딩키우기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

옥포동 몽실언니 2022. 10. 11. 06:50

저희 첫째 잭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축하축하!!

정말 오랫만에 글을 업데이트합니다.  공지사항에 월수금, 화목토에 글을 올리겠다는 둥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긴 공백을 가졌어요.  그 기간 동안 저희는 아빙던을 떠나 런던 근교로 이사를 했고, 이사에 따른 온갖 행정일을 처리하고, 새로운 지역에 아이 학교 입학 신청을 하고, 한동안의 대기를 했다가 드디어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어요. 

둘째는 형아가 학교 간 뒤에 자기 혼자서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 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던 둘째가 이젠 다시 엄마에게도 사랑 표현을 많이 해주고, 엄마와 많이 친해졌어요.  저에게 보내주는 눈빛과 미소가 달라졌답니다. 

그런데, 학교는 저희 첫째 아이가 입학했는데, 왜 제가 아이보다 더 힘든 것 같을까요?

학부모가 처음이라 그런다고들 하지만, 그런 거 치더라도 정말 너무 힘든 것 같아요.  힘든 이유는 첫째, 제가 "힘듬"을 견뎌내는 역치가 좀 낮은 편이라 그럴 수도 있고 (즉, 남들은 별로 힘들다고 느끼지 않을 일도 저는 힘들다고 느끼는 편일 수도..), 제가 한 예민 하는지라 모든 이 상황의 변화와 이 변화에 따른 자극들을 크게 느끼는 편이라 그럴 수도 있을 것이고, 셋째는 이 상황 자체가 객관적으로 힘들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일 거 같아요. 

일단, 학교에서 부모들이 써야 하는 앱이 많아요.  돈 내는 건 scopay, 아이 책 읽는 건 boom reader, 학교에서 오는 공지사항 연락은 parent mail, 그리고 학부모 교사 미팅에 또 새로운 앱을 깔아서 그 앱으로 비디오 콜을 해야 하고... 되도록 애들과 있을 때 핸드폰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학교 일 때문에 핸드폰을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게다가 같은 반 학부모 단톡방 생활까지...

이 자체로 참 머리가 아픈데, 거기에 더해서 저희 첫째가 학교에서 단체 생활과 교우 관계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그거 때문에 또 고민이 많아요.  이게 얼마나 고민이냐하면요... 제가 태어나서 두통약을 가장 자주 먹고 있는 시기가 요즘입니다.  자꾸 머리가 아파요. 지끈지끈.. 흑흑..  제 맘대로 할 수 없는 한 인간 존재로 인한 고민.  저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상황.  이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긴 이야기라 지금 다 할 수가 없어요.  

어쨌거나, 그렇게 저희 잭은 초등학교 리셉션(Reception) 학년에 입학해서 학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학년 하기 전에 있는 0학년인 셈이고, 한국으로 치자면 1학년 전에 다니는 유치원 교육인 셈인데, 그래도 학교는 학교인지라 생활이 제법 엄격하네요. 

낯선 곳으로 이사와서, 아이를 학교 보내며, 저는 이제 이민가 가정의 학부모가 되었습니다.

매일 매일 새 동네에서 생기는 새로운 일과로 제 마음 속에 올라왔다 내려가는 생각과 감정이 한가득인데, 큰 애 학교 적응하며 둘째 매일 돌보며 하루 종일을 보내고 나면 매일 저녁에 녹초가 되어 쓰러져서 컴퓨터를 켤 여력이 없어요.  그래서 매일 그 생각과 감정들을 흘려버리면서, 흘러가버리는 내 감정과 생각들처럼 내 지난 시간들이 그냥 사라져 없어져버리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들 때가 많습니다.  부디 체력을 회복하고 육아스킬을 높여서 블로그를 자주 업데이트 할 수도 있도록 노력할게요.  영국 초딩생활, 그리고 다시 돌아온 둘째와의 육아일기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