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안경을 끼기 시작했다. 5월 3일 토요일, 나와 둘이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찾아왔다.
학교에서 아이가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 게 2월이었던 것 같은데, 미적거리다가 눈 검사를 몇 달이 지나서야 예약해서 2주전에 드디어 검사를 했다.
혹시나 하고 해 본 검사였는데, 실제로 눈이 나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단 안경을 끼면서 눈 교정을 해보고, 3개월 이후에 다시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그 때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눈 병원으로 전원의뢰를 해준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도 아이도 놀랐다. 일단 안경을 맞춰야하는데, 마침 마인크라프트 영화가 나오면서 마인크라프트 안경테들이 전시돼있었다. 마인크라프트 안경이 딱 4종류가 있었는데, 콧받침이 있는 안경은 그 중 딱 하나였다. 나머지 안경은 아이 얼굴에서 그대로 주르륵 흘러내리고, 콧받침 있는 그 안경 하나만 다행히 코에 걸렸다.
영국에서는 눈 검사를 하고 안경테를 정하고 나서 안경을 받기까지 2주가 또 걸린다. 2주 후에 안경 찾으러 가는 약속이 지난 토요일이었다.
안경을 고르고 왔을 땐 마인크라프트 안경이 생긴다고 신나하더니, 막상 안경을 가지러 가야한다고 하자 안경을 왜 써야 하냐, 안 쓰고 싶다, 안경 가지러 안 가고 싶다 등등 떼를 쓰며 가기 싫다고 하던 뚱이.
어루고 달래어 안경점에 갔고, 안경을 찾았다.
아이 얼굴에 잘 맞게 피팅을 해주면서 1분만에 일이 끝난 거 같다. 일어서려던 참에, 직원분께 한가지 요청을 더했다. 아이에게 안경 쓰고 관리하는 방법을 좀 설명해줄 수 있겠느냐고. 아무래도 안경을 처음 써보는 거라 안경을 다룰 줄 모르는 아이에게 안경 쓰는 법을 알려줘야 하는데, 엄마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아이 귀에 잘 들리지 않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직원은 물론이라며, 아이에게 안경을 쓰고 벗을 땐 두 손으로 안경을 잡도록 할 것, 테이블에 안경을 올려놓을 때는 항상 안경 렌즈가 바닥에 닿지 않도록 안경을 두도록 할 것, 안경 렌즈가 지저분해지면 안에 있는 수건으로 닦고, 안경을 보관할 때는 잘 접어 통안에 넣은 후 지퍼를 닫으면 된다고 설명해주셨다. 아이는 집중해서 잘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날. 아이가 형아랑 함께 게임을 한다고 티비 앞에 앉았는데, 누가 말 한 적도 없는데 아이가 안경을 꺼내와서 끼고 앉아있다. 하하하. 게임을 할 때 티비 앞에 붙어있을 때가 있었는데, 실제로 티비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랬던 거다. 아이는 자기 의자에 잘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길래 이제 잘 보이냐고 물으나 아주 잘 보인다고 대답했다. 그제야 자기 옆자리에 앉아있는 동생이 안경을 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형아 잭. 동생 뚱이를 힐끗 보더니,
"You look stylish!"
라고 한마디 하는 게 아닌가.
형아의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와서 나온 말이었다.
그제야 나와 틴틴은 잭 말대로 동생이 스타일리쉬 해보인다고 맞장구를 쳐줬다. 우리 눈엔 그저 귀여울 뿐인데, 형아 눈에는 동생이 초록색 안경을 낀 모습이 스타일리쉬해보였나보다.
안경 끼는 걸 어색해했던 뚱이는 그때부터 온종일 안경을 끼고 있었다. 안경점에서 아이가 멀리 보는 건 문제가 없다며, 학교에서 공부 시간이나 책상에 앉아서 하는 활동 시간에만, 집에서는 티비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만 안경을 끼면 되고, 먼 거리를 볼 때는 안경을 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집에서 가든에서 놀면서도 안경을 벗지 않고 내내 끼고 지냈다. 엄마가 항상 안경을 낀 모습이라 안경이 익숙한 걸까. 아님 형아가 해준 스타일리쉬하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걸까. 스타일리쉬하다는 말을 들은 일요일 오전부터 공휴일이었던 월요일 오후까지 내내 집에서 안경을 끼고 생활한 뚱이.
형아의 말 한마디 덕분에 아이가 안경을 거북해하지 않고 기쁘게 안경을 착용하며 적응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다섯살짜리 뚱이에게 안경 쓴 모습 멋지다고 나와 틴틴이 아무리 칭찬해줬어도 별 여파가 없었을 것 같은데, 같은 또래이자 제 인생의 모태 경쟁자인 형아에게 스타일리쉬하다는 말을 들은 안경이니, 첫 안경부터 아주 특별해졌다.
안경점에 가기 전날이었던 금요일에 마침 아이들과 동네 옷가게에 가서 마인크라프트 티셔츠와 모자를 사줬는데, 거기에 이젠 안경까지 더해져서 우리 아이는 마인크라프트 영화 그 자체가 되었다. 안경착용을 열심해 해서 3개월 후에는 눈 검사 결과가 더 나아졌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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