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시기 육아일기

[만5세 육아] 놀이터에서 만난 까만 옷 입은 형아

옥포동 몽실언니 2025. 5. 8. 22:33

지난주 토요일 (5월 3일) 아이 눈검사 후 Z네와 함께 리치몬드 파크 놀이터에 갔다. 놀이터에서 몇 시간을 놀았다. 이젠 슬슬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신나게 모래놀이를 하던 뚱이에게 다가가서 집에 가자고 말을 건넸다.

뚱아, 우리 이제 집에 가자. 주차장 쪽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먹자. 

주위를 둘러보더니, 

까만 옷 입은 형아 어딨어?
누구? 까만 옷?
뭐 말 해야 돼. 까만 옷 입은 형아 찾아줘. 형아가 뭐 도와줬어. 뭐 말해야 돼. 

아이가 만들고 있었던 무언가.. 이 무언가의 후반작업을 하는 데에 까만옷 입은 아이가 도움을 준 모양이다

무슨 일이길래..  조금 둘러보니 아이가 놀던 곳 근처에 검정색 티셔츠를 입은 덩치 큰 아이가 하나 있었다. 

이 형아야?
맞아.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안녕, 네가 이 아이 뭘 만드는 데 도와줬어?
네 맞아요. 
그랬구나, 정말 고마워. 뚱이가 네가 도와준 게 고맙다고 그 말을 하고 싶대.  자, 뚱이야, 이제 말 하면 돼.

좀 전까지 그렇게 까만 옷 입은 아이를 찾아내라고 닥달하던 아이가 막상 그 아이 앞에 가서 판이 만들어지니 살짝 얼었다. 

그러더니, 쑥스러운 듯한 몸짓으로 결국 한다는 말이,

난 아이스크림 먹을거야. 

 잉???????  이거라고???????  같이 협동하며 재밌게 놀았던 꼬맹이가 자기한테 할말이 있다고 하더니, 겨우 한다는 소리가 자긴 아이스크림 먹을 거라는 이야기이니.  그 말을 들은 까만 옷 입은 아이는 표정이 어리둥절하다.  그 상황이 웃기면서도 어이가 없던 나는 대충 상황을 설명해주며 마무리했다.

뚱이가 네가 도와준 게 고마워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어. 아이에게 친절하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뚱이는 자기가 놀이터를 떠날 예정이니 자기를 도와주던 형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고, 이젠 자기는 간다고 인사를 건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상대 아이가 뚱이가 할 말을 듣겠다고 뚱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아이가 얼어서 뱉은 말이라고는 자기는 이제 주차장으로 올라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거라는 것!

이건 마치, 좋아하는 친구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이쁜 꽃을 사다주면서, 막상 꽃을 건넬 때는 "오다 주웠어!"라고 한다는 그런 것과 비슷한 상황일까?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쑥스러운 것은 인간의 본성인 것인가?  왜 그렇게 마음을 표현하는 건 힘든 일일까?  우린 늘 서로의 마음이 궁금한데, 마음을 드러내는 건 이렇게 어린 아이들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니. 

다섯살 아이에게도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또, 마음을 고백하는 게 쑥스러울 땐 엉뚱한 다른 이야기가 나와버리기도 한다는 것을 보게 된 하루였다. 

그렇게 우리는 까만 옷 입은 아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주차장으로 올라가 Z엄마가 사준 아이스크림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