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임신 34주차를 맞아 조산사를 만나는 날이었다.
10주, 16주, 28주 이후 네번째 조산사를 만나는 날.
사실 내 조산사는 10주에 만나고, 34주가 되어서야 처음 만났다. 16주때는 조산사가 나와의 약속 전날 아기를 받으러 가야 해서 다른 조산사를 만났고, 28주에는 내 조산사가 휴가를 떠나고 없어서 또 다른 조산사를 만났다. 그리고 34주가 되어서야 장작 24주만에 내 담당 조산사를 만났다.
32주, 33주를 거치며 아기는 점점 더 태동이 강해지고, 나는 점점 더 몸이 불편해졌다. 가장 불편한 것은 설거지 하기. 배가 너무 나와서 싱크에 가깝게 설 수가 없으니 몸이 숙여지면서 허리가 불편해진다.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거나 이를 닦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편하다. 세면대에 가까이 설 수가 없으니.. 게다가 몸이 너무 무겁다 보니 몸을 숙이는 것조차 불편하고 허리에 무거운 무게가 가서 허리도 아프다.
사실 조산사를 만나는 것보다 한국사람들처럼 나도 초음파로 우리 애기나 한번 쯤 더 보고 싶지, 조산사를 만나러 가는 것은 오히려 귀찮았다. 가봤자.. 별 것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게다가 이번주에는 조산사가 동네 병원으로 오는 날의 스케줄이 이미 꽉 차서 조산사의 오피스로 내가 가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걸어서 35분, 그런데 버스를 타도 34분은 걸리는 코스이니.. 걸어갔다가 걸어오는 편이 편한데.. 운동삼아 걸어가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그 거리를 걸어서 왕복해야 한다는 게 내키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
어쨌거나 그 먼길을 걸어 걸어... 그것도 집에서 결국 약속시간 32분 전에야 나서는 바람에 빠른 걸음으로 걷고 걸어.. 32분도 아닌, 29분만에 1.8마일 (2.88킬로) 완주. 약속에 늦을까봐 급하게 걸어갔는데, 너무 급하게 걸어갔나..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렇게 만난 조산사는 여느때처럼 혈압검사, 소변검사, 줄자로 배크기 측정, 아기심장소리 듣기, 거기에 더하여 이번에는 피검사 (철분 수치 체크 위해), 그리고 끝.
오늘도 배 크기 측정시 배가 좀 작게 측정되었는데, 그래도 정상 범위 안에는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말라고 한다. 31주때 30센치였는데, 34주 하루 전날인 오늘 31센치밖에 되지 않았다. 조산사는 혹시나 해서 두번이나 다시 재어보더니.. 결국 그냥 31센치라 결론내림.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니가 작은데 니 아기가 너무 큰 것도 이상하지 뭐~" 라지 않나! 괜히 발끈한 나는 "나는 3.6킬로로 태어났어. 큰 아기였다고!" 했더니, 조산사 왈 "그건 영국 기준으로는 그냥 평균이야. 나는 4.9킬로짜리 아기도 받아봤어. 그런 애기가 진짜 큰 애기지!" 하지 않나.! "자연분만으로?" 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놀랍다.. 영국..! 한국에서는 그렇게 큰 아기였으면 무조건 제왕절개로 꺼냈을텐데... 어떤 게 더 좋은 건지는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어쨌든 4.9킬로의 아기를 자연분만한다...라... 상상이 되질 않는다..
처음에는 25주때 의사가 아기가 작은 것 같다고 해서 신경이 쓰였었는데, 이제는.. 그런 얘기를 들어도 별로 아무렇지가 않다. 이들에 대한 신뢰가 적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들 (의사 및 조산사) 개개인에 대한 불신이라기 보다.. 매번 다른 사람이 측정하다 보니 그렇기도 하고, 오늘 조산사가 측정할 때는 배가 급 수축이 되어서 또 평소와 다르게 측정되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 심지어 인턴 조산사가 동석했는데, 내 조산사와 인턴 조산사간에 아기 허리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견해도 달랐으니.. 그냥.. 아기가 그 짧은 몇초 사이 움직였던 것으로 결론 내리며 훈훈하게 마무리 (난 그 사이 태동을 느끼지도 않았건만).
다만, 오늘 만남에서 유용했던 것은 산전에 필요한 여러 수업/워크숍에 대한 안내를 받고 예약을 했다는 점. 먼저 영국 병원에서 실시하는 산전교실 3시간짜리 수업이 다음달 첫째 토요일에 있다고. 과거에는 더 긴 코스였는데, 예산이 줄어들면서 3시간에 압축하여 이루어진다고 한다. 출산을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등등에 대해 알려준다고 하니, 동네 다른 임산부들도 만날 겸, 남편과 함께 참석하는 것으로 예약 완료.
그 다음으로는 모유수유 워크샵 (breast feeding workshop) 예약. NHS (영국의 국민건강제도) 에서 직접 이렇게 모유수유 워크샵을 운영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그런 게 있었던 것! 캠브릿지에 사는 J가 나에게 이런 게 분명히 있을 거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우리 동네에도 있었다. 날짜는 다음달 셋째 월요일 4시에서 6시까지 한다고 하니.. 기대 중. 다음달이 되면 슬슬 유축기 대여도 알아보고 미리 예약을 해야 할 것 같다.
슬슬.. 출산이 다가온다는 느낌이 든다.. 기대 반 두려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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