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새 세상이 열렸다. 고작 가구 하나 들였을 뿐인데.
처음 아기를 병원에서 데려온 후 기저귀를 가는 것조차 서툴렀던 우리 부부. 한국에서 대부분 그렇게 하듯이 우린 방 바닥에 아기를 내려놓고 기저귀를 갈고 옷을 갈아입히고.. 허둥댔는데, 그러다 보니 일단 처음 하루 이틀사이에 내 허리며 골반이 다 끊어질 듯 아팠고, 회음부 봉합부위도 모두 튿어지고 염증이 생겨 항생제 신세가 되었고, 그 탓에 남편 혼자 기저귀 가는 일을 도맡다 보니 건강 하면 자신 있던 남편 조차 "아래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자기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안 되겠다, 조치를 취하자, 하여 우리가 구입한 것이 이케아의 체인징 보드. 핸드폰으로 이 모델 저 모델 구경하면서 우리의 후보가 된 것은 아래의 세 상품이다. 그 중 우리가 구입한 것은 가운데 있는 140파운드짜리 모델이다.
25파운드짜리 가장 저렴한 것을 사면 한번 쓰고 버릴 가구를 사는 셈이었다. 가격은 저렴해서 부담은 없지만 체인징보드가 가로형이라 아기를 눕혀서 기저귀를 갈고 할 때 실질적으로는 불편함이 크고, 기저귀 보드에 아기를 올려놓고 나면 다른 자잘한 물건들을 올릴 공간이 없는 것도 불편해 보였다. 특히 아기 발진 때문에 물수건으로 닦아줘야 하는데, 깨끗한 물을 담은 바가지를 놓아둘 공간이 없는 것 또한 큰 단점. 그래서 가격은 저렴하지만 패스.
140파운드짜리는 가장 위의 기저귀 선반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는 점, 아래 두 개의 서랍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영국에서도 가구는 다 비싸다. 거기에 가구에 서랍이 달려있으면 정말 더 비싸다. 서랍이 있으면 정리가 깔끔하게 되고 더 많은 물건들을 효과적으로 수납할 수도 있기 때문에 확실히 편리하기는 하다. 그러나 가격이 부담된다는 점이 단점. 그러나 이 가구는 가장 윗 선반을 접어서 나중에 일반 가구처럼 쓸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장점이라 우리는 이 물건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아직도 집에 제대로 된 수납장과 가구가 없는 상황이라 구입하면 애가 자라서 기저귀 보드로 쓰지 않을 때도 유용하게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투자하는 셈 치고 약간의 돈을 더 쓰기로 했다. 선반을 접으면 아래와 같은 모양이 된다. (사진출처: 이케아)
90파운드짜리 세번째 물건은 첫번째와 두번째 가구의 절충안쯤이 될 수 있는데, 가장 위의 선반이 접을 수는 없지만 탈부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중에 기저귀용으로 쓰지 않을 때도 여전히 쓸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두번째 가구만큼 쓰임이 좋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아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50파운드를 더 쓰고 더 오래 잘 쓸 만한 가구를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
선반 위의 상황을 보자. 날것 그대로의 사진이라.. 다소 지저분. ㅋ기저귀 보드 왼쪽에 딱딱한 가구 끝을 아기가 손으로 치게 되거나 해서 다칠까봐 친구에게 얻은 초점책을 보호벽으로 세워뒀다. 아기가 기저귀를 가는 동안 초점책을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유용하다. 우측 코너에는 기저귀 여분, 그리고 기저귀를 갈 때 쓰는 물바가지가 올라간다. 왼쪽과 오른쪽에 작은 수납 바구니가 있어서 기저귀 갈 때 쓰는 여분의 솜과 기저귀 발진 연고도 보관할 수 있다. (발진연고 담아둔 바구니는 초점책 왼쪽편 벽에 있어서 가려져서 사진에는 들어오지 못한..)
서랍을 열면~ 지저분하다. ㅋ
서랍이 없는 첫번째 장에는 기저귀 여분과 솜 여분, 기저귀 매트 여분이 질서없이 널부러져있고, 첫번째 서랍에는 아기 목욕 수건과 천기저귀 등 큰 수건들을 넣어두었다.
두번째 서랍에는 아기띠, 아기 의약품, 아기 담요들.. 이 들어있는데, 아기때 두개는 현재 방 바닥에 널부러져있고, 아기담요도 나와있어서 사진촬영을 한 현재는 서랍이 비어있는 상태. 예전에 친구들이 내 기숙사 방에 취침하러 오면서 가져온 항공담요와 큰언니가 보내준 백효정 요술아기띠만 덩그러니..
서랍을 닫으면 다시 깔~끔~
우리는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었던 탓도 있지만 육아에 필요한 물품을 최소한으로만 구입하였는데, 그 중에 가장 유용하게 쓰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체인징 테이블이다. 한국에서는 다들 바닥에서 기저귀를 갈고, 영국에서는 체인징 보드의 사용이 한국에 비해서는 좀 더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기가 몸을 뒤집기 시작하면 위험해져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보니 여기서도 많은 사람들이 바닥이나 침대 위, 소파 위에서 많이들 간다고 한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특히 허리가 약한 나에게는 물론이고, 건강한 남성인 틴틴 조차도 이 체인징 보드 없이는 기저귀 갈다가 허리가 끊어질 뻔 했으니.. 그야말로 우리집의 등골 세이버. 말 그대로 등골을 구해준 등골 구세주가 바로 이 가구라 할 것이다.
이케아와 하등 관련도 없지만.. 육아용품이나 가구를 살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서 적어본 글이다. 우리는 방에서 아기를 목욕시킬 때는 위의 선반을 접어서 공간을 확보하고, 목욕을 시킨 후에는 다시 저 선반을 펼쳐서 저 위에서 옷도 입히고 기저귀도 채운다. 겨우 10주차인 아기도 벌써 저 매트에 꽉 차고 있어서 이 보드를 체인징 보드로 쓸 날이 얼마 더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몇주 만이라도, 아니면 어쩌면 몇달간이라도 아주 유용하게 잘 쓸 것 같은 가구이다. 그 이후에는 우리 침실의 가구가 되어 우리의 서랍장과 선반으로 사용될 고마운 물건.
기저귀 가는 것 때문에 허리가 아파서 고생하시는 분들, 기저귀 갈다가 허리가 너무 아파서 기저귀 갈기를 남편과 부인이 서로에게 미루다가 부부싸움이 날 뻔한 경험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 체인징 보드를 구입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 할 듯하다. 우린..기저귀 때문에 부부싸움을 한 적은 없지만 둘 다 허리가 아파서 고생한 터라 이 가구에 대한 만족도는 200%! 고마워요, 이케아! (현재 이 포스팅도 아기띠에서 잠든 아기를 몸에 달고서 기저귀 보드 위에 랩탑을 올려놓고 쓰고 있다는! ㅋ 이게 높이가 이렇게 딱 맞을 줄이야! 앞으로는 이런 용도로도 유용하게 쓰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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