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뜻밖의 육아 효자템 두가지

옥포동 몽실언니 2018. 9. 28. 09:00

생후 9개월 2주차인 우리 아들.  요즘 내 육아라이프에 있어서 최고 효자템이 둘 있으니, 그건 다름 아닌 블루투스 핸즈프리인 애플의 이어팟과 거실의 리클라이너 소파이다. 

먼저 이어팟~ 맥북과 아이폰을 쓰는 나에게 이어팟은 늘 갖고 싶었으나 "사치품"이라 사지 못하던 것이었는데, 남편이 내 블로그 방문자 백만돌파 기념으로 선물로 사준 것이다.  백만돌파 기념으로 셀프선물 하나를 사라고 하는데, 갖고 싶은 것도 필요한 것도 없다고 내가 아무것도 사지 않자 남편이 자신의 용돈계좌에서 선물해 준 것!  

이렇게 비싼 이어폰을 어떻게 쓰냐고, 왜 이런데 돈을 이렇게 썼냐고 한두마디 타박했다가 막상 이어팟을 써보자 완전... 딴 세상이 열리면서 나는 이어팟 예찬론자가 되어버렸다. 

일단.. 애플의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맥북이나 애플 컴퓨터를 쓰는 사람이라면, 특히, 나처럼 아이를 돌보느라 핸드폰이나 컴퓨터에 케이블로 연결된 이어폰을 꽃고 있는 것이 불편한 경우 비싸긴 하지만 돈을 모아 하나쯤 사서 쓸 가치가 충분한 것 같다.    

육아를 하노라면 아이를 들고 내리고, 기저귀를 갈고, 젖을 먹이든 분유를 먹이든 이유식을 먹이든, 어쨌든 아이 때문에 전화기를 손에 들고 전화를 받거나 걸기는 아주 불편하다.  그런데 아이가 낮잠을 충분히 자는 아이가 아니라면 아이가 깨어 있을 때 집안 용무로 인한 전화통화도 해야 하고, 병원 예약도 해야 하고, 아이가 아플 때 누군가에게 연락해서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도 봐야하고, 급한 일이 생기면 남편에게 전화도 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전화기를 손에 들 수도 없거니와 핸드폰에 케이블로 연결된 이어폰을 쓰면서 전화를 하다보면 케이블이 꼬이거나 감겨서 불편할 때가 아주 많다.  그 모든 불편을 이 이어팟이 말끔히 씻어내버렸다. 

굳이 뭘 비싼 이어팟을 쓰나, 그냥 시중에 있는 블루투스 핸즈프리 이어폰을 쓰면 되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떤 것을 사야할지 알아볼 시간도 없었거니와,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구입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어팟은 애플 자체에서 개발한 물건이다 보니 아이폰에 사용할 때의 그 편리성이 보통이 아니다. 

귀에 꽂는 순간 핸드폰에서 바로 인식하여 연결하고, 귀에서 빼는 순간 핸드폰에서 재생되던 넷플릭스건 유튜브건 아이튠즈 음악이건 팟캐스트건 뭐든 바로 자동으로 정지되고, 음악을 듣던 중에 전화가 오면 이어팟을 한번 툭 치기만 하면 전화가 바로 연결되는 식이다.  

게다가 배터리도 오래가는데, 더 놀라운 것은 음질!  음악을 들을 때 음질이.. 장난 아니다.  이건.. 정말.. 좀 놀라운 수준.  

귀에 꽂는 이어팟이 들어있는 케이스 자체에도 배터리가 있어서 저 통 안에 넣어두면 자동으로 이어팟에 충전이 된다.

그러니까, 귀에 꽂는 이어팟 자체에도 배터리가 들어있지만, 케이스에도 배터리가 들어있어서 케이스 안에 넣어두는 동안 이어팟이 충전이 된다는 것.  그래서 가끔 이어팟 케이스를 충전해주기만 하면따로 충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에게 이것이 효자템인 이유는 우리 아이는 유모차를 끌고 나가거나 어부바로 업거나 해야 겨우 낮잠을 자는 아이였는데, 유모차를 끌고 나가면서 음악을 듣거나 전화를 할 수 있고, 집에서 어부바로 재울 때도 전화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  특히, 집에서 어부바로 재울 때는 내가 아무리 노래를 불러주거나, 아이에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는 것보다 내가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 대화를 할 때 아이가 더 빨리 잠드는 경향이 있어서 업어 재울 때마다 저 이어팟이 그리 고마울 데가 없었다.  아래 사진은 아마 큰언니와 통화하면서 아이를 재운 날인 것 같고,

다음 사진은 작은언니와 통화를 하면서 아이를 재운 날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우리 언니들도 아이가 전화통화를 하면 더 잘 잔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에 내가 전화해서 "잭 재우려고 업었어" 라고 하면 언니들이 왠만하면 아이가 잠들때까지 통화를 해준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었다 하면 얼른 나도 쉬라고 하며 전화를 끊는다.  고마운 언니들!

반드시 이어팟이 아니더라도, 핸드폰에 무선으로 연결되는 통화기능이 지원되는 이어폰을 가지고 있으면 전화통화가 필요한 각종 집안일 처리의 편리성에, 가족/지인과의 편한 전화통화로 얻는 정서적 응원과 안정까지 얻을 수 있으니, 가히 육아의 필수템이라 할 만하다!

두번째 효자템은 우리집의 리클라이너 소파.

이건 작년 가을 처음으로 가구가 없는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이베이에서 중고가구점을 통해 99파운드 (15만원)에 사들인 리클라이너 소파이다.  우측 손잡이 아래에 있는 검정색 부분에 레버가 있는데 그걸 당기면 아래와 같이 다리부분이 펴지고, 사람이 누워서 등을 뒤로 기대면 등받이도 뒤로 더 젖혀진다.  수동 리클라이너인 셈.

거실은 좁은데 이 소파는 좀 너무 큰 것 같아서 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때 임신 말기였던 나에게 큰언니는 강력히 소파를 살 것을 추천하면서,

"리클라이너는 사~ 나중에 애가 태어나면 더 유용할거야!  애를 안고 니가 그 리클라이너에서 잘 수도 있단 말이야!  그러니 꼭 사~ 그냥 소파는 안 사더라도 리클라이너를 꼭 사!" 

언니가 그 말을 하기를 여러번..  그래서 나는 알겠다고, 흥정을 좀 해보고 사겠다고, 원래는 Ebay에 125파운드에 나와있던 것인데, 나는 80파운드로 offer를 넣었고, seller 측에서 그 가격은 거절한 대신 99파운드를 제시, 나는 곧바로 "그 가격에 사겠소!" 하고 사게 된 것. 

그 때 나는 속으로 '언니가 왜 자꾸 나에게 애를 안고 리클라이너에서 자라고 하는 걸까, 나는 편하게 침대에서 자고 싶은데..' 라고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요즘 와서 왜 언니가 그렇게 리클라이너를 강추했는지 몸으로 깨닫고 있다.  

바로 아래와 같이.. 3일전부터 매일 아이를 리클라이너에서 안아서 재우고 있기 때문!!! ㅋㅋㅋ 잘 잔다, 우리 아기~ 우리 큰~ 아기!  엄마를 꾹 눌러주는 12.5킬로짜리 무거운 사람이불~

그리고 또 잔다~~

우리 아이는 워낙 예민하고 잠 자는 중에 금방 금방 잘 깨서 늘 이 아이 낮잠재우는 게 하루 중 너무나 큰 일이었다.  잠에 잘 들지도 않을 뿐더러 잤다 해도 금방 깨기 일쑤.  앞서 말했듯이 유모차로 밖으로 끌고 나가 한참을 걷거나, 집에서 업고 있거나 하지 않으면 재우기가 힘들었는데, 며칠전부터 날씨도 너무 안 좋고, 내 몸도 너무 안 좋아서 밖으로 나갈 수도, 집에서 업을 수도 없어서 아이를 리클라이너에서 안고 젖을 먹이다가 아이가 잠들면 바로 세워 안아서 아이를 달래어 내 위에 엎어두니, 아이가 그렇게 잘 잘 수가 없었다. 

그 덕에 몇달만에 아이가 한시간 반 낮잠을 잤고, 그런 낮잠을 오전에 자고도 오후에 또 낮잠을 잤다.  

9개월 아이가 그 정도 낮잠을 자는 건 당연한 게 아니야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아이가 평일에 나와 있을 때는 하루에 한번만 낮잠을 자는 경우도 있고, 그것도 한시간반 정도로 짧게.  그렇지 않으면 오전에 45분, 오후에 45분 정도 이렇게 짧은 낮잠 두번 자는 게 전부일 때도 있다.  그나마 아이가 길게 잘 때는 업은 채로 내가 내내 버티고 있을 때.  내 등에서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을 잘 때도 있는데, 그런 날은.. 정말.. 허리와 무릎이 모두 끊어질 것 같이 아프다. 

무거운 아이를 내 몸 위에 얹은 채 리클라이너에 누워있다보면 가슴이 압박되고 다리도 눌려서 피가 잘 안 통하는 것 같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졸려서 낑낑대거나, 내가 아이를 업어서 재우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고, 특히 아이가 평소보다 길게 잘 자니 시간도 잘 가고, 아이와 놀아줘야 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또 무엇보다 아이가 낮잠을 푹 잘 자서 그런가 놀 때도 더 좋은 컨디션으로 즐겁게 잘 놀아서 나도 아이와 노는 것이 전보다 더 즐겁다.  

이래서 리클라이너 사면 애를 안고 내가 잘 수 있으니 좋을 거라고 언니가 그렇게 말했나보다.. 하고 이제야 깨닫는다. 

3일 동안 아이가 두번이나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할 일이 우리에게는 굉장한 일이다!) 낮잠을 자고, 아이가 자면 나도 같이 자거나 쉴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이어팟으로 음악을 듣는다.  요즘 푹 빠진 음악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정재일 피아노에 박효신이 부른 노래들~  그 음악을 듣다가 이어팟의 음질에 또 한번 감탄하고, 박효신의 노래에도 감탄, 피아노의 선율에도 감동.  음악을 듣다가 잠에 들기도 하니, 세상에.. 내 9개월 2주간의 육아라이프 중 이렇게 낮에 낮잠도 자고 음악도 들을 수 있었던 시기가 또 있었던가!  우리 아이 생후 13주차쯤 아이 낮잠이 갑자기 늘어서 며칠 살만했던 때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다. 

이 놀라운 일들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몰라도 이어팟은 계속해서 유용할 것이고, 리클라이너도 아이 낮잠이 아니더라도 편하고 좋기는 하니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휴우.. 정말.. 육아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도전이다.  벌써 9개월 하고도 2주가 되어 아이는 이제 제법 기어다니기도 하고, 거기에 제 힘만으로 서려고 엄청 애를 쓰고 있다.  낮잠을 잘 자서 그런가 놀 때 컨디션도 좋고 너무 귀엽고 이쁘다.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기술, 새로운 모습, 이쁜 웃음을 보여주려나.. 기대된다.  이쁜 것!  

잭, 오늘 밤엔...덜 깨고 잘 자보자.  오늘 아침에는 새벽 4시부터 낑낑대서 5시반에 결국 일어나고 말았지만, 내일은.. 좀 더 늦게..일어나보자.. 6시 이후에만 일어나도 엄마 소원이 없겠다.  흐흐.  잘 부탁해~ 잘 자고! 내일 봐, 우리 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