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우리 아이 책장 소개

Michael Rosen's SAD BOOK

옥포동 몽실언니 2021. 4. 23. 22:13

오늘 소개하는 책은 We are going on a bear hunt로 유명한 작가, 마이클 로젠의 SAD BOOK 입니다.  

추천을 받아 사서 읽어보게 된 책으로, 아이에게는 아직 읽어주지 않았어요.  아이가 좀 많이 자라서나 읽어줄 만한 책인 것 같거든요.  오히려 어른인 저에게 딱 맞는 책이었어요. 

이 책은 황망하게 아들을 잃고, 그로 인한 슬픔의 시간을 겪어 나가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예요. 

 

 

그림책답게, 그림이 많은 메세지를 한번에 표현해주고 있고, 거기에 짧은 글들은 메세지를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전달합니다.  

아이를 잃고 큰 깊은 슬픔에 빠진 작가.  그러나 자기 모습은 아래 그림과 같대요.  행복해하는 모습 같아 보이지만, 실은 자기는 행복한 척 하는 거라고.  그렇게 하는 이유는, 내가 슬퍼 보이면 사람들이 날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많이들 하는 행동이죠.  그렇게 해야만 어른스러운 것처럼 여겨지니까요. 

슬퍼서 자기가 어떻게 했는지, 엄마에게도 이야기해보고, 상담사와 만나서도 이야기 해보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아서 별별짓을 다 해 보았다고 고백하는 작가. 

이 책은 작가가 어두운 방에 촛불을 켜고 혼자서 그 촛불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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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보면서 위에 찍어올린 그림.. 행복한 척 하는 그 그림과 그 그림 아래의 글을 읽으며 저는 눈물을 터뜨렸어요.  그리고 한장 한장 더 읽어내려가면서는 눈물을 펑펑 쏟아냈지요. 

자식을 잃어본 적은 없지만, 자식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질 것 같은 일이기에, 자식을 잃은 이의 이야기를 글로 읽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더라구요. 

그리고, 유명작가가 유명작가인데는 이유가 있겠지요.  짧으면서도 담담히 써내려간 이야기.  아픔의 시간 동안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지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너무 담담하다 보니 제 감정만 더 울컥해진 것 같아요. 

죽음은 멀리 있는 듯하지만 참 가까이 있기도 하지요.  저의 아주 가까운 친구는 대학시절 남동생을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고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저의 제일 친한 친구도 자기의 고등학교 시절 짝꿍이었던 친구가 산후우울증으로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꽤 힘든 시간을 보냈지요.  저는 한국 대학원 시절, 석사 동기가 저를 포함하여 딱 세 명이었는데, 그 중 한 친구가 미국으로 박사 유학을 가서는 태풍에 부러진 나무가 친구 차를 덮쳐.. 친구의 목숨을 앗아간 일도 있습니다.  친구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부인도 함께.. 

남편의 친한 달리기 동료는 십대였던 딸을 잃고 그 아픔을 이기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해서 매년 마라톤에 참가하며 청소년 정신건강 관련 단체를 위한 기부금을 모금하구요. 

얼마전에는 제 또래의 동생을 둔 분이 동생을 잃었다고 슬퍼하고 계셨어요.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할 것 같아서 뭐라고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알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책을 두 권 보내드렸습니다. 

삶은, 그 삶의 모습이 어떻든지 간에 사는 게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살아있어야 희든, 로든, 애든, 락이든 뭐든 느낄 수 있으니까요. 당장은 웃지 못해도, 웃었던 시간이 있고, 웃게 될 시간도 있고, 웃지 못하더라도 우여곡절을 겪어가는 그 과정 자체도 그 자체로의 의미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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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글은 한참 전에 쓰던 것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뒀다가 오늘에야 이렇게 마무리를 합니다. 

앞으로도 책 소개 계속해서 종종 올려볼게요.  좋은 책,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