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부동산 및 집구하기

[영국부동산] 영국 런던의 방 3개, 300억 아파트 구경하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20. 08:00

요즘 제가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부동산 사이트를 자주 들락거립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영국 부동산 사이트에서 보게 된 자그마치 300억이나 하는 런던의 한 아파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영국 부동산 사이트의 특징

영국의 부동산 사이트는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동산 사이트에서 집의 평면도와 집의 에너지 효율도는 물론, 집 실내 인테리어 사진까지 모두 보여주거든요.   

뿐만 아닙니다. 이 집을 사려면 얼마의 대출이 필요한지, 내가 가진 보증금 수준을 기입하면 예상 연이율에 따라 대출금을 매달 얼마씩 갚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지도 계산해볼 수 있는 툴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또한, 인근에는 어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지, 각 학교별로 성별 구성, 연령 구성이 어떠한지, 더 나아가 각 학교가 영국교육평가청에서 어떤 등급의 평가를 받은 학교인지까지도 보여줍니다.  영국이 나름 IT 강국이라 이런 웹사이트들이 정말 잘 되어 있어요.

'나름' IT 강국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렇게 웹사이트를 만드는 기술도 뛰어나고, 소프트웨어도 정말 잘 만들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인터넷이 불안정하고, 각 가정별로 사용하는 인터넷의 속도도 느린 등 국가적 차원의 IT 인프라는 한국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2. 런던의 비싼 부동산 가격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가 요즘 런던 가까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런던쪽 부동산을 검색하며 구경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런던 시내에서 제법 떨어진 외곽, 그러니까 시내 중심인 1존에서 2, 3, 4, 5, 6 존까지 외곽으로 나가더라도 집값이 저희 동네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비싼 거예요.  아니, 이렇게 외곽이 이 정도면 시내 집은 도대체 얼마나 하는건가 하고 부동산 매물을 검색해보고 기함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 3개에 3백억짜리 아파트가 있더라구요!

사실 영국에서는 시내라고 해서 무조건 집값이 비싸거나, 좋은 학교 근처라고 무조건 비싸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내는 대부분 상업지구이다 보니 전원생활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은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자연이 많은 외곽으로 나가서 넓은 정원을 가진 집에서 여유롭게 생활하고 싶어하기도 하거든요. 또한, 좋은 학교라고 한국처럼 지역 내 어느 학군이 좋거나 하기 보다는 유명 사립학교는 런던에도 있지만 런던이 아닌 지역에도 있고, 그런 학교들은 기숙사 생활을 제공하는 곳도 많아서 꼭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낸다고 그 학교 근처에 살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돈이 많다면 시내에서도 자연이 푸르른 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이 부자들의 삶이겠지요?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이 물질이라면 돈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일테니까요.  그리하여 저는 도대체 방 3개에 300억짜리 아파트는 어떻게 생겼나 구경이나 한번 해보았습니다.  구경에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니까요.  

3. 런던의 부동산 소개 

3.1 부동산 검색 사이트: Rightmove

영국의 부동산 매물을 검색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이트는 Rightmove 라는 웹사이트입니다. https://www.rightmove.co.uk/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많은 부동산들이 여기에 매물을 올려요.  매입할 집을 찾는지, 렌트로 월세를 살 집을 찾는지 클릭하고, 검색하고 싶은 지역명을 입력하면 됩니다.

 

지역명에 London을 기입한 후, For Sale 즉, 매매로 올라와있는 집을 찾는다고 클릭하시면 됩니다. 

 

지역명을 입력하고, 살지, 렌트할지에 따라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상세 검색화면으로 넘어갑니다.  그럼 자신이 원하는 방 갯수, 집 가격, 언제 올라온 매물을 원하는지, 이미 거래 중인 매물도 검색하길 원하는지 등 세부적인 사항을 체크해서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을 추려보실 수 있습니다.

 

 

3.2 런던의 300억 아파트

저는 일단 런던에서 아파트를 찾아보았습니다. 가격 범위를 1500만 파운드에서 2000만 파운드로 설정해봤어요.  그러니까 200억에서 300억 사이의 매물을 검색해본 거지요.  그랬더니 런던 시내에서 3마일, 그러니까 4.8킬로 반경 이내에서 현재 200억에서 300억 사이 매물이 총 102개가 검색되었습니다.

 

 

위의 리스트에서 두번째 나온 집은 가격이 나와있지 않고 POA라고 적혀있습니다. Price on application 이라는 것의 약자로, 가격대는 알려주지만 가격은 밝히지 않으며 집을 사겠다고 오퍼를 넣을 경우 그 때 집주인과 협상하여 가격이 정해지게 됩니다. 

가격

이렇게 검색해서 나온 집들 중 가격대비 방 갯수가 가장 적은 집이 있으니, 그 집을 한번 구경해볼까요? 이 집 어떠신가요? 이 집은 17,950,000 파운드에 나온 집입니다. 300억이 좀 안 되네요. 한국 돈으로 291억2천만원 정도입니다(오늘 환율 1622원 적용시). 

이렇게 비싼 이유는 위치도 위치이고, 실내도 최고급(이라고 설명하고 있네요)일 뿐만 아니라, 이 아파트를 관리하는 곳도 최고급 호텔 체인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요. 아파트 내부에 스파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헬쓰장도 있고, 사우나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최대 18명까지 손님을 초대할 수 있는 씨네마도 있다고 하네요.

 

한국에서는 이렇게 비싼 집들의 세부정보는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지 않을 것 같은데, 영국에서는 이렇게 구경할 수가 있습니다.

위치는 런던의 하이드파크 근처. Knightbridge 라는 지역이네요.

넓이는 286제곱미터라고 하는데, 한국식으로 평으로 변환해보니 86.5평형입니다. 42평 아파트 2채 합쳐둔 너비네요. 이 넓은 집에 방은 단 3개!!!! 대신, 방 3개에 화장실도 3개입니다.

위치를 지도상에서 볼 수 있게 해주고 있으니 클릭해봅니다.

하이드파크 바로 앞이네요. 이런 으리으리한 건물들은 뭐하는 건물일까, 사람이 살기나 할까, 어떤 사람이 살까 궁금했는데, 방 3개짜리 아파트를 300억주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군요. 

근처에 버킹엄 궁전도 있고, 자연사박물관도 걸어갈 수 있고, 쇼핑의 메카도 가까워보입니다. 웨스터민스터 사원도 멀지 않고. 사치 갤러리도 걸어서도 갈 수 있겠네요. 피카딜리 서커스에 가서 뮤지컬 관람 후 집까지 걸어돌 수도 있겠구요. 하하하.

평면도

Floor Plan을 클릭하면 내부 평면도를 볼 수 있습니다. 해상도가 낮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건물 모양이 특이하다 보니 방들이 반듯한 사각모양인 곳이 한 곳도 없습니다. 86평인데도 공간이 참 작아보여요. 돈이 많으면 굳이 그 공간을 넓게 쓸 필요가 없나봅니다.

평면도

주택담보대출

스크롤을 죽 내리면 집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제시되고, 이어서 모기지(대출)를 신청하면 얼마씩 갚으면 되는지 알려줍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기입해보면 알 수 있는데, 집값의 10%(29억)를 보증금으로 넣을 경우, 연이율 2.4%, 25년 상환 대출시 매달 71,664파운드, 그러니까 1억 1600만원을 은행에 갚으면 25년후 온전한 내집이 될 수 있습니다!  돈 단위가 너무 크다 보니 돈 액수가 보드 게임에서 쓰는 종이돈 같은 느낌입니다. 

 

어떠신가요?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내부사진

돈만으로 집을 살 수 있나요~ 집 내부도 마음에 들어야죠! 집 내부를 구경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짜잔~  먼저, 거실입니다! 화려한 조명이 눈길을 끕니다. 그렇지만, 저런 거실 조명.. 제 스타일은 아니네요. 하하하.  물론 이 집은 저같은 사람의 취향에는 관심이 없겠죠? 

거실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런던 시내의 오래된 건물들이네요.  시내를 다니기는 매우 편리할 것 같습니다. 

집 안 복도도 갤러리 같은 느낌.  좋아는 보이지만, 이 복도.. 너무 길고(?) 밋밋한 느낌이에요.  집 같은 느낌이 들지가 않아요!  ㅋ 제겐 그닥 매력적이지 않네요.

 

다음은 욕실. 왜 좋은 집들은 욕실에 세면대를 두 개씩 두는 거죠? 둘이서 같이 세수하고 양치할 건 아니지 않나요? 세면대 두 개 나란히 있는 집에 살아보지 못한 저는 이해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다음은 부엌이에요. 좀 좁군요. ㅋㅋ 부엌에서 일하는 엄마들의 복지가 반영되지 않은 공간. 방 3개짜리 아파트에 무슨 기대를 그리 많이 하겠어요.  모르긴 몰라도 엄마들이 요리를 하는 공간이 아닐 겝니다.  하하하하하. 대리석 상판이 눈길을 끕니다.  아마 이 집에 들어가있는 오븐과 각종 주방기구들도 최고급이겠죠? 

 

다음은 식사를 할 다이닝룸.  거실의 조명과 세트를 이루는 조명. 아마 유명 작가의 작품일 가능성도 있을 것 같네요.

차가운 느낌의 부엌과는 달리, 식탁과 식사하는 공간은 좀 아늑한 느낌이 듭니다. 벽에 걸린 그림도 멋잇긴한데 제가 부엌에 걸고 싶은 스타일은 아니에요. ㅋㅋ 화병에 꽂힌 꽃은 이쁜데, 전 좀 더 밝고 화사한 느낌이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못 먹는 감이라고 제가 너무 함부러 품평하는 경향이 있죠? ㅋ 알고 보면 제가 별로라고 한 것들, 유명인들의 대단한 작품일 가능성이 많아요(예술이라는 게... 참.. 그렇죠?! ㅋ).   

 

침실입니다. 아.. 이 집은 300억이라는 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위치 때문일까요.. 너무 비싼 탓에 침실 공간이 좀 좁은 편이네요. 제가 이번에 고가의 집 여럿을 구경해봤는데, 침실이 작은 아파트 한채 크기인 곳들이 있더라구요. 저렇게 넓고 횡한 곳에서 잠이 잘 올까 우려될 수준의 침실 사이즈. ㅋ 그에 비해 이 집 침실은 친숙한 사이즈입니다. 비록 저희가 현재 사는 집의 방 2개 이상의 공간인 것 같긴 하지만요.

 

창 밖 전망을 보여주는 듯한 사진. 여기 이 꽃들도 식탁 꽃과 세트를 이루네요. 이쁘네요. 인정.

 

또 다른 침실과 욕실 사진.

 

마지막 침실 하나 더.. 여러 각도에서 이 집이 어떤 모양인지 보여줍니다. 침실 머리 양쪽으로 옷장이 들어있는 구조예요. 전 이렇게 자면 머리가 옆에 부딪힐까봐 걱정되어서 잠을 편히 못 잘 것 같습니다. 300억이나 줘도 이런 집이라니.. 실망인데요? 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마지막 욕실 사진.

 

처음과는 다른 방향에서 거실을 또 한번 보여주네요. 밖으로 고풍스런 오래된 건물이 보이긴 하지만.. 건물간 간격 너무 짧은 거 아닙니꽈??!! ㅋㅋㅋ 아.. 그래도.. 거실.. 멋있긴 멋있네요.  아니라고 하려고 해도 그렇게 말이 잘 나오질 않습니다.  멋져요.  조명도.  어디 멋진 호텔 로비에나 걸려있을 법한 조명인데, 그런 조명이 집안, 그것도 거실에 걸려있으니 그게 다소 놀라울 뿐.  이제 인정합니다.  멋지네요.  

 

저기, 안쪽 구석의 아늑한 소파자리만 집중해서 또 한번 보여줍니다. 여기앉아 커피 한잔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나누면 어디 멋진 카페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일 것 같네요.  항복.  멋져요.  저도 살아보는 건 몰라도 잠시 가서 차라도 한잔 저 거실에서 마셔보고 싶어집니다.

 

작지만 테라스도 있어요. 여름이면 밖을 걸어다니는 관광객을 구경하며 저녁의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겠어요.

자, 런던 시내 하이드파크 앞 300평짜리 아파트.  어떠셨어요?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이렇게 집 내부를 모두 볼 수 있다는 건 참 재밌죠?

참고로, 위 사진들은 모두 Rightmove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사진들입니다. 직접 보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이 집의 주인이 빨리 집을 팔고 싶은지, 부동산 두 곳에 이 집을 올려둔 상태네요.  빠른 거래를 원할 경우, 주인들이 부동산 여러 곳에 물건을 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할 경우 부동산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는 더 비싸지지만, 두 부동산에서 열심히 서로 자기네들이 판매하려고 경쟁하는 만큼 거래가 더 빨리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지요.  참, 영국에서는 부동산 거래시 판매하는 사람만 부동산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집을 사는 사람이 지불하는 부동산 수수료는 없습니다.  

3.3 런던의 고가 주택

아파트가 답답하신가요? 그럼 하우스는 어떠세요? 오늘 괜찮은 집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 집은 자그마치 한화로 900억이더라구요! 하하하하. 놀라운 세상이에요. 이런 금액의 집이 있을 거라고는, 그것도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기차로 한시간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에 그런 곳이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어요.  스포일러를 남기자면, 시내 한 가운데 위치하고 외관은 아주 고풍스러운데 집 내부에는 지하에 수영장과 자쿠지를 갖추고 있더군요.  

서울 집값 비싸다 비싸다 했는데, 런던 시내 집값을 보니 기함할 만 하죠?  런던의 집값이 이렇게도 비싼 것은 전세계 부호들이 런던에는 집 하나쯤 다들 갖고 있는 것도 한몫 할 것 같습니다. 

방금 찾아보니 유명한 가수 리하나는 런던 St John's Wool 지역에서 주당 16000파운드를 내는 집을 렌트해서 지냈다고 하네요.  한국 돈으로 한달 월세가 1억이 좀 넘습니다.  그 집이 이후에 3200만파운드, 그러니까 한국돈으로 약 520억에 나왔다고 하니..  몇백억씩 하는 집들은 부유한 사업가나 세계적인 셀럽, 영국의 귀족 정도의 재력가들이 월세를 살거나 매입을 하는 모양입니다. 

4. 300억 아파트를 둘러본 소감

런던의 300억짜리 아파트를 둘러보았는데요.  사실, 300억이니, 500억이니 하는 돈을 봐도 별 감흥이 없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그 10분의 1은 커녕 100분의 1이라도 갖기 위해 애쓰는 상황이다 보니 저런 돈의 규모는 제게는 그저 공상과학같은 느낌입니다. 

그런 집들을 소유하는 이들은 세상에서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하고 얼마나 대단하게 인류의 복지에 기여하고 있어서 저런 규모의 부를 소유하는 것인가, 그들이 보유하고 축적한 부는 얼마나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야기할 거리가 참 많을 듯하지만 제 블로그에서 논할 일은 아니니 이만 접도록 하겠습니다. 

영국도 내년부터 가스비가 많이 오른다고 해서 저희 부부는 벌써 내년 난방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어디 저희만의 걱정이겠습니까.  집이 없는 이들, 집이 있어도 연료비 부담으로 최소한의 난방도 버거운 가정들도 있을텐데..  벌써 걱정입니다. 

런던의 방 3, 300억 아파트 구경으로 시작한 글이 겨울 추위에 대한 걱정으로 끝을 맺네요.  아무래도 가족과 이웃과 함께 온정을 나눌 시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다가오니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참, 한국은 추석이지요?  모두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