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부동산 및 집구하기

남편의 런던 이직, 이사를 고민했다 내려놓은 이유

옥포동 몽실언니 2022. 1. 11. 01:03

남편이 런던에 있는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은 후, 저는 열심히 이사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런던으로 구직반경을 넓힌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어요. 첫째는 남편이 런던에서도 한번 일해보고 싶었던 열망, 두번째는 런던 인근으로 이사를 가서 아이들이 좀 자랐을 때 저희도 런던을 가까이 두고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이사를 알아본 이유는 첫째 잭이 올해 9월이면 초등학교를 입학하게 되는데, 왠만하면 아이 입학할 시기에 이사를 가서 처음 시작한 학교에서 초등학교를 죽 다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살면서 전학이라는 것을 다녀본 적 없었기에 전학이라는 일이 큰 일로 여겨졌고, 어차피 몇 년안에 이사를 갈 생각이 있다면 빨리 이사해서 아이가 학교 생활에 큰 변화를 겪지 않게 해주고 싶었어요.

 

이사할 지역을 탐색하다

 

그래서 저는 열심히 런던으로 출퇴근 가능한 지역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먼저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있는 런던 남동쪽 뉴몰든 인근의 지역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집값이 참 비싸더군요.  그래서 런던 북쪽 Hertfordshire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친한 후배가 사는 왓포드에 나온 부동산 매물들을 싹 다 훓어봤어요.  거기도 비싸더군요.  

런던 북쪽의 핀칠리 지역도 살펴보았습니다.  거기도 비쌌어요.  친구가 런던 남쪽의 Dulwich라는 곳을 추천해서 살펴보니 거기도 마찬가지로 비쌌습니다.

그러다 런던 서쪽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저희 예산으로 갈 수 있는 곳이 런던 서쪽의 Hanwell 이라는 지역(패딩턴 역까지 기차로 빠르게 연결되고 좋은 공립 중학교가 다수 포진)과 런던 동쪽의 Walthamstow 정도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그런데 그 두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고 해도 대출금을 너무 많이 늘려야 하고, 큰 경제적 부담을 떠안고 이사를 가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생활환경은 런던 접근성이 좋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현재 사는 곳보다 좋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이리 저리 집을 알아보다 보니 저희 동네가 정말 좋은 동네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런던 접근성이 안 좋은 것만 빼면 집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주변 자연환경도 좋고, 현재 이웃들도 좋고, 동네도 안전하고. 이런 환경에 런던 접근성이 좋아지면 집값이 최소 2배 이상 올라가더군요.

런던 프리미엄이 이렇게 비싼 것이었다니.  런던을 너무 쉽게 봤나봐요.  런던 동쪽에 일링, 치즈윅도 가족들에게 좋은 거주 지역이라 해서 살펴보니 거긴 뭐.. 온 동네 집값들이 수십억씩 하더라구요. 저희 집과 유사한 집이라면 최소 3배 이상 줘야 하고, 저희 집보다 더 크고 좋은 집으로 가려면 그것의 4-5배는 줘야 하고. 치즈윅의 집값은 완전 눈이 휘둥그레지게 하는 수준이었어요.

물론 남편의 직장이 런던으로 바뀌니 런던 접근성이 좋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입니다.  그러나, 그것 하나만을 위해서 이사를 감행하기에는 너무 큰 경제적, 정신적, 생활적 비용이 들 것 같았어요.  큰 아이 학교야 어디든 자리 있는 곳으로 배정받아서 보내야 할테지만, 둘째 어린이집도 새로 알아봐야 하고, 집 상태가 좋지 못하다면 수리 및 공사도 해야 할 것이고, 어떤 이웃들이 살고 있을지 그것도 장담할 수 없었어요. 

 

영국에서 이사가 힘든 이유

 

영국에서는 이사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일단, 집을 부동산에 내놓는 것부터가 일입니다. 부동산에서 저희 집 내부 외부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 있는 자질구레한 짐들을 모두 치우고 정리해서 집 상태를 최대한 좋아보이게 만들어야 해요. 

그 전에, 부동산에서 저희 집 가격을 감정하러 오게 되는데, 그 때를 위해서도 집 정리를 제법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부동산에 집을 내놓게 되면 사람들이 저희 집을 보러 오겠죠?  그때마다 아이들 장난감을 급하게 치우고, 부엌 상판을 모두 정리한 후 아주 깨끗한 모델하우스처럼 꾸며놓고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피신하여 집을 비워야해요.

누군가 저희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온다고 모두 끝난 게 아닙니다.  영국에서는 집을 사겠다는 견해를 보이고, 팔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더라도 보증금이나 계약금이 들지 않습니다.  , 언제든 집을 팔 사람이나 살 사람이나 마음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생각보다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저희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저희도 저희가 살 집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집을 가진 상태에서 이사갈 집을 찾으려고 하면 부동산에서는 우리 집이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상태인지, 사겠다는 사람이 이미 나온 상태인지 확인하기를 원합니다.  실제로 성사될 만한 거래에만 에너지를 쏟겠다는 의사로 볼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이 있을 경우 그 지역으로 집을 보러 가야 합니다. 

몇 군데 보고 나서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을 경우 얼마에 사고싶다고 가격 제시를 하고, 해당 집 주인이 그 가격을 받아들인다면 저희도 이사갈 집을 찾은 셈이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저희가 이사들어갈 집의 주인도 자기가 이사들어갈 집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을 영국에서는 “Chain”이라고 불러요.  체인.  연쇄적으로 모두 엮여있다는 거죠. 

제가 아는 한 지인은 자신이 사려고 한 집에 체인이 8개가 걸린 적이 있대요.  자신이 살 집의 주인도 들어갈 집을 찾아야 하는데, 그 집 주인도 자기가 들어갈 집을 찾아야 하고, 그 주인이 들어갈 집을 찾았지만, 그 주인도 자신이 살 집을 찾아야 하고… 이렇게 총 8집이 연쇄적으로 엮여 있었던 거죠. 

이 체인 중 한 곳이라도 잘못되면 모든 계획이 틀어질 수 있어요.  , 제가 사려고 한 집 주인이 사기로 한 집 주인이 자신이 원하는 집을 찾지 못해서 집을 팔겠다는 의사를 접게 되면, 제가 사려고 했던 집 주인도 다시 집을 찾아야 하거나 아니면 그들도 집을 팔겠다는 의사를 아예 접어버릴 수 있죠.  그럼 저도 집을 다시 알아봐야 하는 위치에 오게 되고, 그런데 저 또한 새 집을 제때 찾지 못하면 저희 집을 사기로 한 사람에게 집을 팔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거죠.

아주 복잡하죠?

뿐만 아닙니다. 영국에서는 집 거래에 발생하는 부동산 비용을 집을 파는 사람이 모두 내게 되어있습니다.  대신, 내가 팔 집에 대한 수수료만 내고, 내가 사는 집에 대한 수수료는 낼 필요가 없긴 합니다.

, 영국에서는 집을 살 때 변호사를 끼고 거래를 해야 하므로 변호사 비용도 들어가고, 구매할 집에 대한 각종 조사를 하게 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취득세도 당연히 납부해야 하지요.

거기에 이사 비용까지.

이런 저런 비용을 모두 합하면 이사 한번 할 때 드는 비용이 만만치않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저희는 이사를 포기했어요.

이 모든 복잡한 과정을 감당해야 하는데, 일단 현재의 재정상태로는 런던 출퇴근 가능한 지역의 집값을 감당할 여건도 되지 않고, 집을 내놓고 새 집을 보러 다닐 시간적 여유도 없는 상태입니다. 틴틴은 새 직장에서 새 일에 적응해야 하고, 저도 현재 남은 프로젝트를 빨리 마무리해야 하는 상태거든요.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 저도 이후의 생계를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해서도 총체적으로 고민이 필요합니다.  아이들 어린이집 비용에, 작년  차사고로 새 중고차를 구입하면서 은행 대출을 추가로 받은터라 은행에 갚아야 할 빚이 늘었거든요.

어쨌거나 이렇게 이사할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지금은 지금 할 일에 집중하면 됩니다.

이사할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2-3년 안에 다시 한번 이사를 알아볼 생각이에요.  그럴 경우 큰 아이 잭은 학교를 한번 전학해야겠지만, 둘째 뚱이는 현재의 어린이집을 죽 이어서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그것 또한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 때도 이사할 형편이 안 된다면, 그 때도 마음을 내려놔야겠죠?

앞으로 2-3년은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길다면 긴 시간이기에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때까지 저희는 이 아빙던을 사랑하여 마음껏 즐길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