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기본 식재료만큼은 아주 저렴한 영국 물가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2. 11. 17:30

과거에 영국에서 생활하거나 유학한 사람들은 영국 물가가 한국보다 매우 비싸서 여려움을 겪은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도 가장 처음 영국에 온 것은 2002년 9월부터 12월, 4달이 좀 안 되는 시간이었다.  당시만 해도 IMF이후 한국의 화폐가치 하락으로 영국돈 1파운드에 2000원쯤 하였으니.. 뭐라도 할라치면 한국 물가의 두 배같은 느낌이라 밖에서 커피 한잔은 물론이고 과자 하나 사먹는 것도 망설여지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너무 다르다.  한국은 계속된 물가 상승에 더하여, 식료품비는 기본 물가인상율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치솟았지만, 영국의 경우 EU국가들에서 저렴하게 농수산품이 수입되는 데다가 대형마트들의 계속된 경쟁으로 마트에서 판매하는 기본 식재료비는 한국보다 영국이 저렴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특히 식구가 한두명 밖에 되지 않아서 소량만 구입해도 될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가장 기본적인 식재료, 가령 빵, 우유, 바나나, 사과, 파스타, 파스타 소스 같은 것은 정말.. 싸다.  

출산예정일을 앞두고, 몸도 너무 무거워지고, 3월 결혼 이후 거의 매일같이 그날 먹을 요리를 그날그날 해서 먹으며 지내온터라 요리 자체에 지치기도 해서 지난 주부터는 외식도 좀 자주 하고, 집에서는 대충 스파게티나 해 먹으며 간단히 먹으며 지내기로 했다.  그러나 거의 매일같이 밥에 한식으로 저녁을 먹던 우리집에는 장기 보관이 가능한 파스타 면조차 없어서 마트에 가서 파스타에, 야채, 빵, 과일, 이것저것 장을 봐서 왔는데, 그 돈이 11.41파운드, 우리돈으로 17,000원 남짓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참.. 이런 점은 영국이 한국보다 살기 편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가 Waitrose이다 보니 Waitrose에서 장을 봤다.  전에 몇번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웨이트로즈는 영국에서 가장 비싼 마트이다.  유기농 식품을 많이 팔고, 완전 유기농 농수산품이 아니더라도 유기농에 가깝게 생산한 것들을 많이 파는.  

우리가 산 것은 니더작센 장금이가 가장 맛있는 파스타라고 이야기하는 이탈리아산 De Cecco 에서 나온 링귀니면 (1.55파운드; 2300원), 그리고 웨이트로즈 자체 브랜드의 링귀니 생면 (1.6파운드, 2400원), 그리고 웨이트로즈 유기농 스파게티 면 (1.05파운드, 1600원).  De Cecco 면과 스파게티 면은 집에 두고 두고 보관하며 먹기 위해 산 것이고, 4분만 익히면 되는 생면 링귀니도 한봉지 구입.  이건 4인분이라, Tintin과 내가 두끼 정도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그리고, 자두 한팩, 세일 중인 샐러드 한봉지, 가지 하나 (가지가 비쌈!! 하나에 1200원쯤 한다), 유기농 양파 한봉지, 크림파스타를 해먹기 위한 생크림 한통 (0.90파운드, 1300원), 감 3개짜리 한팩 (1파운드, 1500원), 거기에 위 사진 맨 아랫쪽에 동그란 빵, 사우어도어 크럼핏이 0.75파운드, 약 1100이니,  도합 11.41파운드로, 요즘 환율로 17000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이 나왔다!

사실 작년 브렉싯에 대한 투표로 영국의 EU탈퇴가 결정되면서 1파운드에 1700원을 오가던 파운드가 요즘은 1500원이 채 되지 않다 보니 영국의 장바구니 물가가 그 전에 비해 더 저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Tintin은 영국에서 돈을 벌어 영국에서 생활하니, 우리의 생활은 여전한데, 우리 생활비를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더 저렴한 비용에 똑같은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계산되기 때문에.  그러나 1700원 환율일 때와 비교하더라도 내가 2010년경, 자료조사차 한국에 머물 때 집 근처 롯데마트에서 1인용 장을 보던 때와 비교하면 여기서 이렇게 식재료를 사는 것이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저렴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장바구니 포스팅에서는 한번도 올린 적 없는,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crumpet을 소개하며 오늘 글을 마칠까 한다.  

위의 장바구니 사진의 우측 하단에 있는 동그란 모양의 빵으로, 한봉지에 총 8개가 들어있다.  사우어도어 (sourdough) 가 아닌 일반 밀로 만든 것이면 더 저렴한데, 사우어도어를 좋아하는 나는 사우어도어로 구입.  이 크럼핏은 1382년에 작성된 문서에 기록으로 남겨져 있을 정도로 오래된, 전통적인 빵이라 할 수 있다.  영국식 팬케잌인 셈인데, 살짝 덜 익혀서 판매되므로 토스트나 오븐에 살짝 구워 먹으면 따끈따끈하면서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느낌에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는 영국식 아침식사용 빵!  

특히 할머니들이 많이 좋아한다고 하는데, 내 입맛에도 딱이다!  ㅋ 토스트기에 따끈하게 구워진 크럼핏에 버터를 샤르르 바르면 표면이 뜨거워서 버터가 그대로 녹아버린다.  버터가 잘 발라지면 한입 앙~ 깨물면, 그 속의 모습은 아래 사진처럼 구멍이 숭숭 뚤린 신기한 모양!

마치.. 전혀 단맛 없는 한국의 술빵 같다고 해야 하나.. 옥수수빵 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영국에서 찾기 힘든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는 빵이다.  이건 그야말로 요즘 잘나가는 김생민 표현에 따르면 "파생소비"에 따른 것으로, 맛난 버터를 샀는데, 그 버터의 맛을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이 크럼핏에 발라 먹는 것이라는 어느 기사를 읽고는 버터를 더 잘 맛보기 위해 구입한 거라는.. ^^;; 꿀이나, 메이플 시럽, 잼을 발라서 먹어도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버터만 살짝 발라 버터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 담백한 빵맛을 좋아해서 매일 두개씩 버터를 발라 아침으로도 먹고, 간식으로 먹었다.  Tintin은 이런 식감보다는 그냥 식빵 토스트를 좋아해서 하나만 맛 보더니 흥미가 없어해서.. 모조리 내 차지.  혹시라도 금방 다 못 먹을까봐 두어개는 냉동실에 보관했는데, 확실히 냉동실에 들어갔다가 나온 녀석보다는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토스트에 바로 구워먹는 것이 훨씬 맛있었다.  

지난주, 외식에, 파스타나 해먹으며 간단히 밥을 먹기로 한 우리는 평일에는 피곤해서 단 하루도 외식을 하지 못했고, 파스타도 겨우 한번 해먹었다.  역시 우린 한식파.  밥이 좋으니.  그 덕에 하루 걸러 또 하루.. 늘상 요리를 한 듯한 나.  이젠 정말 요리 보이콧!  요리하지 않고 Tintin에게 얻어먹고, 대충 떼우리오!  애기 태어나면 정신이 없을테니 그 전까지 맘껏 내 멋대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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