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육아] 아이 감기에 약도 주지 않는 영국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1. 28. 05:54
안녕하세요.  옥포동 몽실언니, 오늘은 아이와 함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영국 병원은 기본적으로 사회보험료와 세금으로 모든 재정이 이루어지고, 가족들이 동네의 한 의사에게 등록되어 그 의사에게 모든 진료를 받습니다.  이 의사들은 GP (General Practitioner 로 전문의가 아님) 라고 부르는데, 특별한 경우 전문의를 꼭 봐야 하는 경우에는 GP의 판단 하에 GP가 연결을 해 줘야만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임신부터 출산 중에 (큰 문제가 없었으므로) 단 한번도 산부인과 전문의를 본 적이 없으며, 아이를 낳고 아이가 돌이 다 되어가는 지금껏 소아과 의사 한번 만나볼 일이 없었죠.  만나고 싶다고 다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 GP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연결해줘야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아이가 지난주 금요일부터 기침을 시작한 이후, 기침이 너무 심해져서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낮잠 자다가도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해서 그렇잖아도 잘 못 자는 낮잠을 더 못자며 지낸지 며칠 되었거든요. 

아이가 기침하는 소리가 너무 힘들어보여서 어제는 병원에 ‘전화상담’을 요청해서 전화로 의사선생님과 간단히 통화를 했고, 선생님께서 친절하게도 오늘 아침 9시 20분에 약속을 바로 잡아주셔서 병원을 다녀왔어요. 

영국 병원의 “전화상담/혹은 전화상 진료”이란? 

영국 병원에서는 일반적으로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병원에 의사와 ‘전화상담’으로 간단한 것들을 전화로 물어볼 수가 있어요.  바로, 'telephone consultation' 을 요청하면 가능하지요.  가끔은 병원에서 필요할 경우 저에게 먼저 전화상 진료를 요청하기도 한답니다.  임신 중에 병원에서 간단한 검사결과 안내나 체크업 같은 것을 전화상담으로 하기를 원했고, 그래서 저도 의사를 만나지 않고 전화로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지요. 

저희가 어제 의사와 통화한 후 오늘 아침에 바로 의사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응급”으로 의사가 약속을 잡아준 덕분이었어요.  영국 병원은 진료를 예약하면 응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 대개 2-3일에서 어떨 때는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의사를 볼 수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러나 아기나 노약자의 경우, 그리고 응급한 상황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응급환자를 위해 의사들이 비워두고 있는 세션에 예약을 해줍니다. “emergency (응급)”라고 이야기하고, 왜 응급한 상황인지 간략히 설명하면 그 응급 약속을 잡아줍니다. 

어쨌든 잭은 3차 예방접종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이렇게 병원을 갔네요.  

사진: 주차장에서 병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감기로 며칠째 집에만 있다가 밖에 나오니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모릅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병원에서는 기부받은 물품으로 모금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Virtual Doctors 라는 기관을 위한 모금입니다.  원하는 물건을 갖고 가면서 자유롭게 도네이션 (기부)를 하면 된다고 하네요. 

다양한 물품들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아래는 망원경인지, 새를 보는 것인지.. 

제 취향은 아니지만 화려한 장식의 벨트도 있고.. 

직접 손으로 뜨개질한 장갑도 있었습니다.  이건 탐났으나 잭에게는 너무 크고 저에게는 너무 작아서 패스.. 

별 것 아니지만 별에 별개 다 있던.. ^^;

또 눈에 띈 것은 직접 뜨개질한 스웨터와 가디건. 

저희 잭이 입을 만한 것은 없어서 저희는 아무 것도 갖고 오지 않고,

병원을 나설 때 틴틴이 약간의 기부만 했어요. 

진열된 물건들 구경하던 사이 의사가 저희를 부르네요.  유모차에 앉아있는 잭,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저 안에서 팔을 반드시 빼는데, 오늘은 자기도 힘든지 팔을 안에 넣은 채로 얌전히 있었어요. 

진료실로 들어가서 귀에 혹시 염증이 있나 귓속도 살펴보고, 입안도 살펴보고, 청진기로 가슴 소리도 모두 체크했어요. 

처음보는 의료기구들이 보일 때마다 아이가 엄청 신기해했어요.  다른 것보다 아이 입을 벌리게 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진기를 배에 댈 때는 차가워서 놀랐을 만도 한데, 청진기가 신기한 게 더 큰지 아이가 얌전히 선생님도 보고, 선생님이 뭘 들고 자기에게 뭘 하나 관심있게 쳐다봤어요.

일단은 귀도 정상, 가슴 소리 정상, 목은 좀 부었으나, 이건 그냥 바이러스 감염 (일반 감기)인 것 같다고 하셨어요.  코 윗쪽이 단단히 막혔는데, 그것 때문에 목에 가래가 끼는 것이지 chest infection은 아닌 것 같다구요. 

이런 바이러스성 감염은 1-2주 정도 갈 수 있으니 일단 며칠 더 지켜보라고는 이야기와 함께 저희는 병원에서 돌아왔습니다.

즉, 아무런 약 처방 없이 말이죠.  주사도 당연히 없구요.  (영국에서는.. 왠만해서는 주사를 맞는 일이 없어요.)

영국에서는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어지간하지 않고서는 약을 잘 처방해주지 않습니다.  그 이유야.. 뭐 다양하겠지요.  약 먹지 않고도 잘 쉬면 저절로 낫는 병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국가재정이 워낙 많이 투입되는 의료시스템이다 보니 비용을 절감하려고 그럴 수도 있고, 그리고 실제로 항생제를 너무 많이 먹으면 내성이 생겨서 항생제가 “꼭!!” 필요한 상황에 항생제가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항생제는 정말.. 처방을 안 해줘요. 

저도 예전에 기침이 너무너무너무!!! 심해서 4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고 밤에 누워서 잘 수가 없어서 병원을 갔는데, 당시 의사 선생님은 “6주 이상 기침이 지속될 때 가슴 엑스레이를 찍어본다”고 말씀하시며 일단 저절로 좋아질 수 있으니 더 지켜보자 하시면서 저를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니, 어지간한 감기에 약을 처방해주지 않는 것은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마찬가지인 것이 바로 이 곳, 영국입니다. 

저희 아이는 며칠째 이유식도 거의 먹지 않고 물과 엄마우유만 먹고 있는데요, 그래도 오늘은 오전에 고구마도 아주 조금 먹고, 점심에 이유식도 조금 먹었어요.  지난 닷새 중 그나마 가장 많이 먹은 날이에요.  그래서인가.. 아이가 어딘가 야위어보입니다 (청소기 사랑은 계속되는 중~)

자기도 힘든지 식탁 아래를 기어다니다가 저렇게 잠시 누워서 쉬기도 하고 (저 의자 아래를 왔다 갔다 하길 정말 좋아해요!)

평소에도 잘 누워서 자지 않고 거의 항상 엄마 등에서 자지만, 감기에 걸리니 누워있을 때 기침이 더 심해서 계속해서 엄마 등에서만 잠을 자고 있는 잭.

안 좋은 소식은, 주말부터 3일간 아이를 데리고 잔 틴틴은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잭의 감기를 옮은 것인지, 틴틴도 목이 부었다는 것입니다. ㅠㅠ  그런데도 오늘까지는 자기가 아이를 데리고 자겠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저야 고마우면서도 틴틴이 너무 걱정됩니다.  틴틴까지 앓아누우면 저는 어쩌라고.. ㅠㅠ 

그래서 저도 얼른 이 글만 올리고 방에 올라가서 얼른 자려구요.  내일 새벽에 눈을 뜨는대로 틴틴과 교대를 해줘야 틴틴도 좀 회복할테니까요. 

추운 날씨에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본인이 안 아파야 가족들도 편합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본인의 건강은 스스로 지키기!  그럼 남은 한주도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