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와서 이사가 참 여러번이지만, 학생 이삿짐 이사가 아닌, 살림 이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 짐이라고는 책, 책상, 컴퓨터, 얼마 안 되는 옷가지에, 허접한 부엌살림 몇가지가 전부였지만 남편과 같이 살기 시작한 이후.. 짐은 두배가 되었고,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또 다른 공간으로 첫 이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지금이라고 해서 우리 살림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 부엌살림이 조금 더 늘었고, 여기저기서 얻거나 중고로 구입한 아기물품들이 좀 늘어난 것 외에는 그리 짐이 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사를 앞두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부터 식탁, 침대에 이르는 가구들도 구입해야 하는데.. 결혼 하면서 가구나 가전을 구입하지 않았던 우리로서는 남들이 결혼 전에 하는 소위 혼수 장만? 같은 것을 결혼하고 아이를 뱃속에 가진 채로 하게 되었다.
어디서 사면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살지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돌면서, 가격과 품질을 따져가며 처음으로 컴퓨터가 아닌 것에 고가의 비용을 지르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 해도 생각해보면 물품 하나 당 가격을 고려하면 내 컴퓨터보다 싼 값인데도 불구하고 구입을 위해 물품 "주문" 버튼을 누를 때마다 밀려드는 이 긴장감. "Tintin~~ 나 이거 지금 주문해요~ 이리 와서 내 손 잡아줘요!!!" 하고 남편을 불러서 왼손으로는 남편 손목을 꼭 붙잡고, 오른손으로 "주문" 버튼을 클릭..! 그렇게 하기를 몇번 하여 세탁기도 주문하고, 식기세척기도 주문하고, 냉장고, 냉동고, 식탁, 침대, 책상까지 주문을 마쳤다. 그것이 우리가 주문한 전부.
좀 좋은 물건들로 구입한 것은 냉장고, 세탁기, 식탁. 냉장고는 고맙게도 시누가 집들이 선물로 사준다고 해서 그 덕에 비용을 줄였고, 식탁은 반값 세일 하는 것에 또 20% 추가 할인을 받아서 구입. 책상도 eBay 에서, 침대도 eBay를 통해 반품되거나 기존 진열상품 싸게 사는 것을 구입. 티비는 이미 중고를 100파운드 주고 저렴하게 구입해뒀던 터라 딱 이만큼이 우리가 이사에 맞춰 주문한 물건들이다. 어제부터 하나씩 하나씩 배달이 오기 시작하여 나는 집에서 일을 하다가 배달 관련 전화가 오면 이사갈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가야 했다. 어제는 그러기를 자그마치 하루 세번! 오늘도 그 일을 두번 해야 한다.
집에 들어가도 서랍장 하나 없고, 소파도 없고, 식탁도 아직 3주는 더 있어야 배달되어서 당분간 이래 저래 없는 살림에 짐도 제대로 못 푼 채로 지낼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급하게 이사를 하고, 이사준비를 하였으니.. 그래도 이 정도 짧은 시간에 이 만큼 준비한 것도 대견스럽다.
오랜 학생 생활 덕분에 뭐든 좀 없고, 불편하게 사는 것이 꽤나 익숙해진 덕분에, 우리 가구도 제대로 없이 불편한 생활이 한동안 지속되겠지만 이미 나도 그 부분에는 김생민 표현처럼 "굳은살"이 이만큼 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이래서.. 좋든 나쁘든.. 어떤 경험이든 도움이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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