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출산 98일, 걸어야 사는 여자..

옥포동 몽실언니 2018. 3. 16. 21:25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틴틴도 걷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둘이 데이트 한 시간들 중에는 가장 많은 시간이 걷거나 뛰거나 였던 것 같다.  데이트 하는 커플들이 가장 흔하게 할 법한 영화관람도 우리는 3년 반이라는 긴 연애기간 중 단 한번 뿐이었으니..  그럼 도대체 뭐 하고 데이트했냐고?  산책하고, 아니면 달리고, 아니면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아니면 산책하며 이야기하고, 달리기하며 이야기하고, 밥 먹으며 이야기하고.. 그것도 아니면 이야기하면서 산책하고, 이야기하며 달리고.. ㅋ 그런 식이었다.  그러던 우리가 요즘 가장 서글퍼 하는 일 중 하나가 둘이 함께 산책할 시간이 없다는 것! 

우리 아이는 내일모레면 백일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하루에 똥을 자주 싼다.  어제 하루에 똥만 9번이요, 소변까지 더하면 하루 중 기저귀 갈기로 보내는 시간이 참 많다.  그저 똥오줌만 잦냐고?  아직 배앓이가 완전히 낫지는 않았으므로 아직도 응가를 하거나 방귀가 나올 때마다 소리를 지르니.. 이런 우리 아이를 데리고 외출은 언감생신. 

그래서 몇주전부터 나 혼자 아침 산책을 시작하였는데, 그마저도 일주일, 그 후로는 아이 배앓이로 인해 다시 외출금지, 그리고는 기상악화로 강제 외출금지..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보름이 넘는 시간 만에 첫 산책을 했고, 오늘은 그날로부터 일주일 만에 다시 두번째 산책을 했다. 

오늘의 산책 테마: 허리건강을 사수하라!

무거운 우리 아기를 들었다 내렸다, 아기띠에 매고 재우고 내리고.. 하기를 반복하니 허리가 끊어질 듯.  어젯밤에는 급기야 허리와 목이 너무 아파서 그 통증이 두통까지 유발하고 미열까지 올라서 한밤중에 남편을 깨워 등마사지를 부탁했다.  그래서 오늘은 산책을 하면서 자세를 바로 잡는데 신경을 썼다.  

그렇게 집을 나와 동네 오솔길에 접어드니.. 거참.. 아침 7시가 넘었는데 길에 사람 하나 없다.  

어느 길목에 핀 예쁜 꽃.  나팔꽃이려나?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본격 산책로로 접어드는 길목..  화단 구석에 이쁜 수선화를 심어뒀다.  수선화의 계절이 벌써 왔구나!  봄이 되면 영국은 수선화 천지가 된다.  이곳 저곳 공원에도, 일반 집들의 가든에도, 집안에도 수선화가 가득이다.  마트에서 수선화 한다발을 1파운드면 살 수 있으니, 이때야말로 한국돈으로 몇천원이면 집안을 수선화로 가득채우고도 남으니 사지 않을 이유도 없다!

바로 일주일 전에 걸었던 산책로인데, 그 때는 가지마다 조금씩 피어있던 꽃들이.. 이제는 거의 만개한 수준이 되려 해서 깜짝 놀랐다.  내가 밖을 나오지 못했던 일주일 사이에 이렇게 봄이 다가왔구나!

괜히 집에 두고온 틴틴과 잭이 신경쓰인다.  함께 산책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이게.. 그러고보니.. 벚꽃인가..? 싶기도 하여 집에 와서 벚꽃 이미지도 찾아보는데.. 눈썰미 없는 나는.. 봐도 모르겠다는.. ^^;;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오니 잭이 배가 고파지기 일보 직전.  얼른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수유를 하며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일주일만에 산책을 하면서 몸 전체를 바로 세우고 올바른 걷기 자세로 걸으려고 신경써서 걸었는데, 그러면 뭘하나..   결국 버둥거리며 잠투정 하는 아기를 달래느라 아기띠를 매니.. 모든 게 도루묵이다.  그래도.. 산책을 안 한 것 보다는 한 게 더 나았으리라 생각하며.. 남은 하룻동안이라도 최대한 아기를 덜 안도록 노력해야지..  내가 안 아파야.. 우리 가정이 평화로울지니!!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