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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임신19주] 식욕이 폭발하고 몸이 붓기 시작하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9. 8. 25. 08:00

어느새 임신 19주에 도달했다. 


첫 아이 잭을 임신했을 때는 하루하루 날을 새며 현재의 임신상태를 체크해갔는데, 둘째 임신 중에는 아무래도 첫째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보니 둘째 아이의 출산예정일이 언제인지조차 정확히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정도이다.  아마 1월 14일에서 1월 16일 사이였던 것 같은데, 결국은 아이가 자기가 나오고 싶은 날 나올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굳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그에 한몫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그럼 그 날짜 중 가운데인 1월 15일이라 생각하면 되겠다는 우스개소리를 던졌다. 

요즘 글빚 마감날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일까, 단순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로 인한 것일까, 우리 잭 어린이집 변경을 앞둔 긴장감 때문일까, 6주간 함께 한 부모님의 출국일을 앞두고 마음이 급해서일까, 식욕이 조절되지 않고 군것질이 폭증했다.  주로 최근에 많이 손을 대지 않고 있던 쵸코렛류와 소금 친 견과류.  그리고, 저녁 식사 후 잭이 간식을 먹을 때마다 나도 함께 거들며 저녁 군것질까지 이어가는 중이다. 

매일 아침 저녁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임신이 이런 것이었나?!’ 하는 것이다. 

겨우 2년전에 겪은 일인데도 이 모든 과정이 이런 것이었음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하나 하나를 거쳐가면서 ‘아, 그때쯤 내가 이랬었지’, 하며 그때의 기억을 되살린다.  그리고..

‘이랬다는 것을 정확히 기억했더라면 다시 임신할 엄두를 이렇게 일찍 내지는 못했을텐데..’ 

그러나 잭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나면 둘째는 어떤 아이일지 벌써부터 너무 궁금하다.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첫째 잭과 25개월 차이다.  연 나이로는 3살 차이가 나겠지만, 거의 두살터울이나 다름없는 차이다.  나와 우리 작은 언니의 차이보다 딱 1개월 더 적은 차이.  그렇게 생각하면 이 둘이 태어나서 얼마나 잘 놀지도 상상이 되지만 또 얼마나 다툴지도 생각하면 벌써부터 겁이 난다.  부디 나와 우리 작은언니가 다툰 것보다는 덜 다투기를!!!

첫째 임신 때는 모든 것이 어리둥절했는데, 한번의 임신과 출산을 겪은 후라 임신 중에 일어나는 변화와 그 과정에 대한 느낌들이 조금씩 다르다.  가령, 첫째 임신 때는 점점 크고 무거워져 가는 가슴을 보며 이게 뭐냐 싶어 웃음이 났는데, 지금은 단유 후 임신 전보다 더 쪼그라들었다가 다시금 점점 커져가는 가슴을 보면 이 가슴으로 또 수유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수유에 대한 부담이 올라온다.  물론 모유수유를 하고 말고는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현재 가슴이 찌릿찌릿하고 가슴이 부어오르는 것이 첫 아이 모유수유 중에 일어나던 바로 그 신체반응과 동일해서 자연스레 '모유수유'에 대한 기억으로 나를 이끄는 것이다.  뜻깊고 즐겁고 행복하기도 했지만, 힘들고 괴롭고 아프기도 했던 모유수유였다.  둘째때는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어떤 식으로 수유를 해나갈지 아직은 미정이다.  아마도 닥치면 닥치는대로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계획해도 계획한대로 되지 않는 게 육아라는 것을 이미 몸소 배웠기 때문에!

둘째를 임신하니 둘째에 대한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둘째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많고 그저 이쁘기만 하다고 한 이들이 많았다.  뭐가 그리 미안한가, 그리 미안하면 미안할 일 안 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내가 둘째를 가져보니 다른 엄마들이 말하던 그것이 둘째의 타고난 숙명인 것 같다.  첫째가 이미 엄마의 온 정신을 뺏어가고 있으니 둘째는 임신 중에서부터 이미 엄마의 관심을 첫째때만큼 받지를 못한다.  첫째때는 첫 태동을 느낀 날, 그 이후에도 태동이 느껴질 때면 언제라도 남편과 이야기하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둘째때는 태동이 느껴지면 느껴지는대로 나혼자 태동을 느끼며 '우리 아가 잘 살아 있네~', '아가 안녕~', 하고 인사하는 것이 전부이다.  남편에게는 태동이 벌써 느껴진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틴틴도 지금 우리 부모님과 함께 지내느라 또 본인의 회사 일에, 게다가 매일 10시반은 되어야 잠을 자는 잠 없는 어린 아들 잭 때문에 둘째 태동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심지어 내가 임신해 있다는 사실조차도 자주 까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지금 그도 나도 어떤 상태인지 우리 서로가 너무 잘 알기에 그런 것으로 남편을 채근할 생각이 전혀 없다. 

우리 둘째의 태명은 '뚱이'이다.  엄마가 지어주신 태명이다.  엄마가 한국에서 가져오신 2003년에 발간된 낡은 유아동화책이 있는데, 그 동화책에 나오는 여자 아이 이름이 뚱이이다.  오빠와 같은 놀잇감을 서로 먼저 타려고 싸우다가 결국 둘이 같이 타니까 재밌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이야기에 나오는 여동생 이름.  엄마는 우리 둘째가 아무래도 딸 같다고 (그러면서도 자꾸만 아들 같다는 이야기도 하신다), 우리 둘째는 '뚱이'하면 되겠다고 하셨다.

우리 첫째 잭이 평균체중으로 태어난 후 줄곧 우량아였기 때문일까, 그 뚱이라는 이름이 정겹고 좋다.  엄마가 지어주신 이름이라 또 좋다.  뚱이, 뚱이, 우리 뚱이. ㅋ  딸이어도 뚱이, 아들이어도 뚱이.  중성적 이름이라 그것 또한 좋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둘째를 갖고 처음으로 써 보는 임신일기같다.  잭 때는 임신 5개월까지도 주말에 종종 틴틴과 달리기를 한 것 같은데, 지금은 운동은 언감생신, 잭을 돌보느라 왔다 갔다 하고 잭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내 운동의 전부이다. 

부모님이 가시고, 생활이 다시 정돈되면, 그 때부터 건강관리에 좀 더 힘써야겠다.

그리고 나의 임신일기도 좀 더 주기적으로 써봐야겠다.

사진: Unsplash 무료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