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둘째 임신 20주] 기형아 검사를 받고 돌아오다 (성별도 확인)

옥포동 몽실언니 2019. 8. 30. 18:34
영국에서는 임신 중 초음파 검사를 딱 두번 하는데, 운 좋게도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는 1번을 추가하여 총 3번의 초음파 검사를 해준다. 

첫 검사는 임신 10주 다운증후군 검사, 
두번째는 임신 20주 기형아 검사,
세번째는 임신 36주 아기 성장검사. 

이렇게 세 번의 초음파 검사가 전부이다.  한국에서 생각하면 겨우 세 번의 초음파가 전부라니 ㅋ 놀라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저 마저도 우리 지역에서나 세번이지, 다른 곳에 사는 친구는 두 번의 스캔이 전부였다.  이렇게 해서도 별 탈이 없다는 것을 첫째 임신으로 경험해서인가, 이제는 오히려 한국의 임신부 진료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사람마다 상황마다 입장은 다르겠지만. 

이틀전 8월 28일 수요일.  우리는 병원으로 가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20주 초음파 검사를 받고 왔다.  지난번 첫 초음파때는 아기 심장소리도 들려주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기형아 검사이다 보니 아이의 신체 구조 구석구석을 모두 보고 심장의 피 흐름도 보고 하면서 심장 소리도 당연히 들려주었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본인들이 원한다면 이 20주 검사에서 아기의 성별을 감별해준다.  10월 말에 출산 예정인 옆집 아나 (Anna)네는 성별을 확인하지 않고 출생 시 surprise로 알기로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번에 성별을 확인하기로 했다.  궁금하기도 하고, 성별을 아는 것이 이름을 미리 생각해보기에도, 출산 준비를 하기에도 편하기도 할테니 말이다. 

이 날은 운 좋게도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는 날이어서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을 주3회만 가고 있다) 남편만 오후 반차 휴가를 써서 나와 남편 둘이서 조용히 초음파 검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지난 번 10주 초음파 검사날에도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는 날이긴 했지만 아이가 그날 따라 많이 아파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초음파 선생님에게 한소리를 듣고 기분이 상했었다.  어두컴컴한 방에 엄마를 눕혀놓고 엄마 배에 뭘 갖다 대니 아이가 무섭다고 우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리 크게 운 게 아니지만 일을 하는 초음파선생님에게는 방해가 되고 힘들었을 수는 있다.  그 선생님은 초음파 검사 후 차가운 목소리로 ‘다음부터는 절대 아이를 데려오지 마세요.’ 라고 하셨다.  나는 ‘원래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려고 했는데 애가 아파서 그러지 못해서 데려올 수 밖에 없었어요.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기분은 별로였다.  우리 부부라고, 오죽하면 애를 데려왔겠느냐만은 그런 사정에 대한 이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검사에서도 한참의 대기 끝에야 우리 차례가 되었다.  검사실로 들어가서 검사를 하는 선생님 옆에 놓인 침대에 내가 눕고, 남편은 그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남편과 나를 위해 놓여진 모니터로 아기를 함께 보며 아이의 구석 구석을 살폈다.  팔, 손, 심장, 머리, 위장 등등 살펴보다가 다리 쪽의 골격이 제대로 있나 보기 위해 선생님이 휘휘 기계를 돌리는데 그 때 남편이 소리쳤다.


“IT'S BOY!”

푸하하하.  나는 그 순간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초음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인 틴틴이나 내가 보기에도 이건 너무 남자아이였다.  그것을 초음파 선생님이 지적하기도 전에, 함께 화면을 보고 있던 내가 눈치채기도 전에, 옆에 앉은 남편이 가장 먼저 눈치채고 이야기한 것이 너무 웃겼다.

그리고, 검사 실시 전에 선생님이 우리 첫째 아이 성별을 물었고, 둘째는 딸을 원하냐 아들을 원하냐 물어서 ‘우린 특별히 별 상관 없지만 남편은 딸을 원한다’고 말했는데, 그랬던 남편이 결국은 ‘아들이네요!’라고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초음파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런 상황에 내가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배가 실룩거리자 선생님께서 그렇잖아도 아이가 너무 활발해서 검사가 힘든데 나까지 움직여서 더 힘들다며 가만히 있으라 주의를 주셨다.  그리고, 조금 지난 후 아이 머리 등의 길이를 재면서 초음파 기계를 잠시 쉴 때, ‘자, 이제 맘껏 웃으세요’ 라고 하셨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이제 당신 집에서 당신이 공주예요." 


라고 하셨다. 

우린 사실 둘째가 또 아들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첫째와 둘째의 생일이 한달 보름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을 거라서 옷도 계절이 같아 그대로 모두 물려입기도 좋고, 둘이 성별이 같으니 한 방을 오래 쓸 수도 있고 (영국에서는 아이들 성별이 다를 경우 특정 나이 이후에는 반드시 방을 따로 줘야 한다), 둘이 성별이 같으면 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도 딸이면 아들 키우는 것과는 다른 재미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딸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남편은 나 닮은 딸 (어떤 딸일줄 알고?! ㅋㅋ) 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들은 하나 있으니 딸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딸에 대한 환상을 강하게 내비쳤었다.  

그러나 결국 아들인 것을 확인하고 나자, 

“우리 집에 그래도 여자가 몽실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야.  내 인생에 여자와의 인연은 너로 끝인가봐.”

응?  이게 무슨 말인가 방구인가 ㅋㅋ 나는 빵 터졌다.  

“또 알아?  내가 살다가 '나 사실 내 성이 여자가 아니라고 인식한다는 것을 깨달았어' 라고 커밍아웃이라도 하게 될지?”

하며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우리 둘째는 현재 검사로는 아이 체중도 321그램으로 평균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하고, 머리크기는 잭이 그랬던 것처럼 이 아이도 좀 큰 것처럼 보였다.  초음파를 보고 나서 돌아나오며 나는 아이 코가 잭 초음파때보다는 좀 더 오똑해보이고 다리도 좀 더 길어보이더라 했더니 틴틴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며 둘이 마주보고 웃었다.  

“둘째는 어떤 아이가 나올까?  36주때 보면 확실히 알겠지?  잭은 진짜.. 36주 초음파때 보였던 그 모습 그대로였잖아~ ㅋㅋ”

하며 웃었다. 

그렇게 초음파 검사를 보고 우리는 인근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잔 하려고 스타벅스에 들렀다가 그 뒤에 있는 KFC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둘 다 점심을 먹은지 두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징거버거에 핫윙까지 먹어치웠다.  그리고 잭을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왔는데..

이날 밤.. 잭은 밤새 어디가 아프고 불편한지 밤새 울고 불고 난리를 쳤다.  저녁 9시가 넘어 겨우 잠든 아이가 몇번을 울더니 결국 11시가 넘어 터진 울음은 절대 그칠 줄을 몰랐다.  아이를 깨워 거실로 내려와서 아이를 안아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별에 별 짓을 다 해도 그칠줄 모르는 울음이 한 시간은 지속된 거 같다.  그렇게 우리에게 고된 시간을 선사했다.  그리고 새벽 1시반이 넘어 다시 잠들었는데, 아침 6시가 되자마자 또 울면서 일어나서 오전 11시반이 되어서야 낮잠을 잤다. 

이런 시간을 겪으면서도 둘째를 기대하는 우리 부부라니.  아이가 주는 기쁨, 아이가 주는 위안이 대단하기는 한가보다.  

뚱이야, 벌써 많이 보고싶다.  (그 날이 두렵기도 하면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