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첫째와 둘째 임신의 차이: 육체적 심리적 장벽과 한계

옥포동 몽실언니 2019. 11. 11. 18:49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둘째를 임신한 이후 저는 첫 임신 때와는 참 달라진 제 모습을 자주 발견합니다.  물론 틴틴의 태도와 모습도 상당히 달라졌지요.  오늘은 저희가 겪고 있는 첫 임신과 두번째 임신의 차이점들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첫 임신

모든 게 경이로웠습니다.  

대신 모든 게 불안하기도 했죠. 
첫 태동도 너무나 신기했고, 임신으로 제 몸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가 너무 신기했어요. 
한편으로는 어떤 변화까지가 정상이고, 어떤 변화가 문제가 되는지 몰라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이 초음파 정기 검사를 앞두고는 항상 불안했어요.  혹시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어쩌나 하구요.

모든 게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꽤나 조심하며 지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가 '조심하는' 것인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저는 첫 임신 때 임신 5개월 정도까지는 남편과 가벼운 주말 조깅을 즐겼습니다.  한국에서 보수적으로 임신을 대하는 분들은 기겁을 할 일입니다.  그러나 이곳 영국에서는 임신 중에 달리기를 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당시의 저희 가족 의사였던 분께서는 몸이 너무 무겁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그 전에 하던 운동을 그대로 이어서 하라고 조언하였고, 저는 그 조언에 딸랐을 뿐이었지요. 

그러나 운동을 제외한 다른 부분들은 정말 많이 조심했어요.  입덧으로 얼큰한 라면이 너무 너무 먹고 싶어도 열번쯤 먹고 싶으면 한번쯤 남편 라면을 두어젓갈 얻어먹는 정도였고, 커피도 차도 모두 디카페인으로만 마시고, 그마저도 1/3잔에서 반잔쯤 마시면 나머지는 남기기 마련이었습니다.  쵸코렛도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했어요.  쵸코렛에도 커피 못지않게 상당한 카페인이 들어있으니까요. 

종종 임신 사진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점점 앞으로 나오는 제 배가 신기하고, 그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서 아침에 거울 앞에 서서 배 나온 사진을 가끔이지만 몇번 찍곤 했어요.  두어달에 한번쯤 찍은 것 같아요.  생각날 때, 너무 신기할 때, 그럴 때 가끔 찍는 정도였지요.  남편에게 내 배 좀 보라며, 배 많이 나왔는지 어떤지 남편에게 보여주는 일도 자주 있었고, 점점 불러오는 배를 보며 남편도 저도 참 신기해하곤 했습니다.   

출산 준비도 제법 했습니다.

사실.. ‘많이’했다고 하지는 못 하겠어요.  애 낳기 전에 산후조리에 대한 책만 좀 읽었지 육아서적을 읽지도 않고, 태교라 할 만한 것도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당시 집도 알아보고 이사도 하고 가구도 장만하고 그 와중에 제 일도 하느라 하루하루 바쁜 나머지 '내가 잘 살면 그게 다 태교다' 생각하며 자신을 정당화했습니다.  심지어 출산용품 쇼핑 또한 출산 3-4주를 앞두고서야 했을 정도지요.  

그런데, 무슨 준비를 했냐구요?  그나마 제가 가장 많이 했다고 할만한 출산 준비는 다름아닌 운동!  운동을 꽤 열심히 했고, 산책도 꾸준히 하며 어떻게든 체력을 길러두기 위해 부지런히 애를 썼습니다.  출산 두어달을 앞두고는 출산 후 먹을 음식을 부지런히 마련해뒀고 (거의 매일 온종일 음식만 한 듯), 아기옷 빨래며 출산 가방도 슬슬 챙기기 시작했지요.  실제로 뭔가를 한 건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부지런히 출산 생각을 했습니다.  최소한의 육아 정보 (기저귀 갈기, 목욕 시키기 등)도 유투브를 보며 익혀두려고 애 썼어요. 

몸 컨디션이 그렇게 나쁘지가 않았습니다.

첫 임신때는 운동을 꾸준히 하며 관리를 해서인지 임신 기간 내내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기때는 혈액순환이 너무 안 되어서 다리에 쥐가 나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남편의 마사지를 받곤 했습니다.  후기에 들어서는 허리 통증이 심해서 그때도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았구요.  그렇지만 일상 생활에 있어서는 전혀 지장이 없는 정도로, 한시간 정도의 산책은 무리없이 할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임신 막달이 되니 낮밤 없이 쏟아지는 잠 때문에 몸이 퍼지고, 영국 겨울의 비오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집에만 쳐박혀 있는 일이 제법 되긴 하였지만, 그럴 때라도 저녁 식사 후 남편과 둘이 동네 산책이라도 했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임신 초기부터 발견된 빈혈로 어지럽거나 머리가 아플 때가 종종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그리 힘들지 않은 임신 시기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둘째 임신

경이로움도 있지만 감사함이 더욱 큽니다.  

그건 제가 이런 상태로 지내면서도 임신이 가능하였다는 감사함, 생명의 경이로움, 거기에 더하여 첫째 아이를 돌보느라 뱃속의 아기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활해야 할 때가 많은데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살아있는 뱃속 아기에게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조심'이 뭔가요?  조심할 겨를이 없습니다.  

첫째때는 최대한 배가 눌리지 않게 하려고 애 썼고, 무거든 것도 많이 들지 않으려고 애 썼어요.  물론 당시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에서 집에 오거나 하는 일은.. 남편이 말렸어도 제가 할 만 했기 때문에 곧잘 하곤 했지만요.  당시에는 제가 운전을 할 줄 몰랐고, 장보기 또한 운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둘째 임신 중에는 15킬로나 되는 첫째를 수시로 들어올려야 합니다.  무거운 걸 들어서 좋을 건 없지만, 아이가 안아달래는데 어쩝니까..ㅠㅠ 게다가 이 이야기를 조산사에게 하니, 조산사가 아주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는 아이를 들어줘도 괜찮다고 해요.  우리 인류가 수천년을 그렇게 살아왔다면서.  임신 중에도 애를 하나 둘 이상씩 안아올리면서 말이죠.   특히, 요즘 아이가 뭔가 제 몸에 생긴 변화를 감지한 것인지 (실제로 엄마가 임신하면 엄마의 호르몬 변화로 체취가 변하고, 그걸 어린 아이들이 귀신같이 잘 알아챈다고 하더라구요!) 더더욱 제 껌딱지가 되어 제 품에서만 놀고 제 품에만 안기려 하는 통에 아이와 '단짝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임신 중의 배 사진이 임신 9개월이 다가오도록 한 장도 없습니다. 

일단, 제 사진을 찍을 틈이 없어요.  아이와 함께 있으니 아이 사진은 간혹 찍지만, 제 핸드폰에 가장 없는 사진이 바로 제 사진이죠.  아이 혼자 있거나, 아이와 아빠가 있거나.  게다가, 현재 전신 거울은 3층 다락방에 올라가야 있다 보니 임신한 제 배 사진을 찍기 위해 3층까지 올라갈 일이 없습니다.  대신, 아이 출산 전에 만삭 사진은 저도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둘째 아이에게도 아이가 뱃 속에 있던 시절의 사진을 한장쯤은 보여주고 싶거든요. 

출산 준비가 전무합니다.  (반성 포인트 ㅠ)

일단.. 3주전쯤부터 저희 첫째 잭이 모세기관지염으로 아프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어요.  ㅠ 저 또한 둘째 낳기 전까지 다른 것보다 제 일을 좀 해두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다 보니 더더욱 출산 준비는 밀리고 있습니다.  

그나마 한 것이라고는 첫째 낳고 기프트바우처 (상품권)로 받은 선물의 유효기간이 다 되어 가는 게 있어서 둘째 아이 신생아때 입힐 겨울 외투와 아기 담요를 산 게 전부입니다.  첫째를 키워봤다는 생각에, 또 첫째 옷과 물건들이 집에 있는데다가, 급하면 언제든 바로 온라인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각종 출산용품 준비에는 게을러집니다.  또 출산예정일 3일 전에 친정엄마가 와 주시기로 해서 이번에는 음식준비도 생략합니다.  음식할 시간도 없구요. ㅠ

몸 컨디션은 첫째때에 비교하여 훨씬 나쁩니다.  

일단.. 임신 중기의 상태는 첫째때보다는 나았어요.  첫째때는 임신 중기에도 대부분 책상에 앉아 일을 하며 보냈습니다.  작은 프로젝트로 자료조사를 해줘야 하는 일이 있었고, 또 집을 사서 이사나오는 문제로 부동산 구매와 은행 대출 관련 각종 행정처리를 책상에 앉아서 해야 했지요.  그러다 보니 몸도 더 잘 붓고 혈액순환도 더 안 되었던 것 같아요.  둘째때는 첫 아이 때문에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을 틈이 없으니 임신 중기에는 몸이 상대적으로 덜 부었어요.  

그러나!!!  임신 중기의 막바지쯤 갈 무렵 치골통이 생기더니, 이제는 둔통까지 생겼습니다.  사타구니 안쪽에 통증이 느껴지며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할 때마다 통증이 찌릿하고 가시지를 않더니. 이제는 엉덩이뼈까지 통증이 퍼졌어요.  조산사에게 이야기하니 아주 흔한 임신 중 증상이라 하며, 어떻게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문을 주겠다고 하네요. ㅠ  허리 통증도 첫째때보다 훨씬 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남편도 모두 시간도 없고 정신도 없다 보니 첫째때는 남편에게 짧게라도 거의 매일 마사지를 받곤 했던 것이 지금은 나무로된 마사지기로 혼자 침대에 누워 마사지 할 때가 많아요.  통증의 강도나 정도도 첫 임신 때에 비해 한두달 이상 빨리 가는 것 같구요.  가령, 현재 임신 8개월인 상태에 체감하는 제 몸의 컨디션이 저희 잭 임신 때의 임신 9개월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지요. 

출산에 대한 불안감은 적어요.  그런데 육아에 대한 불안감은 무지막지합니다.  

출산은..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 별 생각이 없습니다.  첫째때처럼 자연분만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어떻게든 의료진이 알아서 해 줄거라 생각하고 그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첫째 아이를 돌보며 둘째를 돌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아찔합니다. ㅠㅠ 첫째가 느낄 상실감과 질투를 어떻게 해야 하며, 그렇다고 둘째도 처음으로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인데, 둘째에게 소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렇게 첫째와 둘째 임신이 참 다릅니다.  임신 중기때까지는 틴틴은 가끔 제가 임신해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는 듯해보일 때가 많았어요.  물론 저 또한 마찬가지라 그에 대해 딱히 따질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주에 들어 임신 30주에 접어들며 몸이 확 달라진 것을 느끼면서, 틴틴도 저도 이제야 뱃속에 있는 둘째의 존재감을 크게 느끼고 있어요.  이 상태로 남은 10주를 잘 보낼 수 있을지.. 그 10주 중 마지만 1-2주가 정말 고비일 것 같은데..  그 시간을 잘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결국 닥치면 어떻게든 하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닥칠 그 시간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요. 

그 외에도.. 지난 2년에 이어 내년도 아주 고립된 생활을 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참 갑갑합니다. 

그리고, 내년 1년, 거기에 플러스 알파의 시간 동안 경력단절이 또다시 이어질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암담하구요.  첫째 아이 출산 후부터의 시간까지 합산하면 총 4년 이상의 시간동안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한채 시간을 보내게 되니까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게 저희가 선택한 삶의 길이고, 그 삶의 길에 놓여있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을.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직 닥치지 않은 현실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나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밖에 없습니다.  내가 가진 기술(?)이 몇년 묵혔다고 그 어디도 쓸 데가 없겠는가... 하고 말이죠.  사실 제가 가진 기술은 낙후하고 있고, 체력도 떨어지고, 사회에 대한 감도 떨어지고, 경쟁력도 약하긴 할텐데... 그저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도 갖고 있어야 앞으로의 시간을 좀 더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이런 상황은 비단 저만의 상황은 아니겠지요.  현대사회의 많은 여성들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을 잘 헤쳐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들의 용기와 노력을 생각하며.. 또,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께 경의를 표하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