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생후 7개월 3주, 감기에 걸렸다.
이번 감기는 100일전에 몇번 걸렸던 감기 이후 첫 감기로, 그간 우리 아이 많이 건강했졌다며 마음 놓고 있던 우리 부부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되었다. 아무리 덩치가 크다 하더라고 아직 잭은 아기라는..
사연은 이러하다.
지난 토요일 오전, 한주간의 피로가 쌓였던 나는 오전에 잠시 낮잠을 청하던 중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마트산책을 다녀왔다. 그 사이 나는 꿀맛같은 낮잠을 한 삼십분 잘 수 있었다.
남편과 아이가 돌아온 후 아이를 들어안았는데, 왠걸.. 아이의 팔이 매우 찼다.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는데, 남편은 아이를 집에서 놀던 나시 차림 그대로 마트에 데려갔고, 그 차림으로 냉장코너를 돌며 쇼핑을 하고 돌아온 것.
"아이고, 우리 아이 팔이 얼음장이 됐네! 이리와, 잭, 엄마가 안아줄게~"
나는 아이 팔을 비비고 꼭 안아서 아이 체온을 올려주고 수유를 했다.
"틴틴, 애 팔이 얼음장 같아졌어. 애 많이 추웠나봐. 뭐 좀 더 입혀주지 그랬어.. 유모차에 달린 아기 가방에 얇은 긴팔 셔츠 들어있었는데..."
"그래? 몰랐어. 별로 안 추웠는데?"
"틴틴은 청바지에, 상의는 반팔 티에 긴팔 남방까지 입고 있었으니 안 춥지! 얘는 나시에 반바지 차림 티셔츠 하나 달랑 입고 있었는데!"
"그런가..? 애가 가만히 있길래 추운지 몰랐지.. 유모차 가방에 아기 옷 있는지도 몰랐고.."
"애는 마트에 가서 온갖 신기한 게 많으니 당연히 정신이 팔리지~ 다음부터는 좀 잘 챙겨줘.."
이렇게 우리의 대화는 끝났으나.. 그날 오후부터 아이는 재채기를 자꾸만 하더니 콧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그 다음날부터는 본격 코가 막혀 젖을 잘 물지 못했다. 2월에 감기가 걸렸을 때는 아이가 입으로 숨쉬는 요령이 없을 때라서 코가 막히자 숨조차 헉헉 대며 힘들어해서 나와 남편을 깜짝 놀래켰는데, 이제는 그래도 좀 컸다고 입으로 숨을 쉴 줄 알아 다행이다 싶었다. 그러나 여전히 수유를 할 때면 입 전체가 가슴을 물다보니 코로만 숨을 쉬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배가 고파 가슴을 물고도 두세모금이면 숨이 막혀서 젖에서 입을 떼고 "헉헉"하고 숨을 쉬었다. 그렇게 수유를 하니 애도 짜증나고 나도 힘들고.
밤에는 밤대로 숨이 막히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계속 깨서 울고, 낮잠은 낮잠대로 아이를 세로로 세워줘야 코가 덜 막혀서 어쩔 수 없이 매번 업어서 재우고 있다.
"틴틴.. 이제 애 옷을 덜입히면 어떻게 되는지 봤지? 지난번에도 틴틴이 잭이랑 산책 하면서 아이 추운데 그대로 내 놔서 감기 걸린 적 있잖아. 그런데도 이번에 또 그러다니.. ㅠ 이제 정말 그러지마.. 애는 틴틴이랑 달라~"
"니가 산책 나가라고 해서 나간거잖아~"
"뭐야, 내 탓이라는 거야? 내가 산책을 가라고 했지, 애를 춥게 해서 나가라고 했어?!!"
"니가 가라고 해서 간 거 가지고.. 또 너 쉬라고 나간건데~ 히잉.."
"내가 언제 나가라고 했어? '마트라도 다녀 오든지~' 한거지!"
"니가 '마트라도 가든지~ 가기 싫으면 집에서 놀아~ 그게 더 힘들껄?!!' 이라고 해서 내가 나간거잖아~"
"뭐야~~ 그건 지나친 각색이야. 나는 말 그래도 집에만 있으면 더 힘들 거라는 이야기를 한 것 뿐이야~~ 그래서, 지금 그게 내 잘못이라는 거야?"
"이제 산책 안 나가~~"
"흥! 그래, 나가지 마~~ 집에서만 놀아~~ 이제 애 데리고 나가기만 해봐~ "
사진: https://www.pexels.com/
우리는 이렇게 유치하다. 유치의 시작은 늘 남편이 하는 편이지만, 나도 같이 장단을 맞추는 편이다. 이렇게 유치하게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의 유치함에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이번에는 설상가상으로 나까지 감기에 걸려 그 바람에 남편이 제대로 고생 중이다.
"자, 이제 애 옷을 덜입히게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지 제대로 알았지?"
"아휴.. 우리 애기, 덩치만 컸지 진짜 아직 애기인데, 아빠가 미안해~"
현재 우리집은 병동 신세. 아이와 나의 감기에, 남편의 간수치 이상. 내일 오전에 드디어 전문의 진료를 보니.. 일단 남편의 건강은 내일 좀 뭐라도 알게 되겠지.. 큰 문제가 아니기를..
이럴 땐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한국에 가서 나는 육아의 도움을 좀 받고, 틴틴은 잠이라도 좀 잘 자서 건강을 회복하게 해주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와 아빠를 장기간 떨어뜨려 놓는 것도 별로라 내키지가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생활. 외국에서 핵가족으로 아이 돌보는 것이 이리도 힘들 줄이야.
일단 얼른 낫자. 잭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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