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짜쿵 결심은 했는데..과연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 작심삼일로 끝날지, 그건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래도 마음을 먹은 것이 어딘가!
운동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온 몸이 너무 아파서. 무거운 아이를 들었다 놨다 하고, 아이를 보지 않고 있는 시간에는 집안일을 하고 있는 이 일상의 반복 속에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몸은 항상 녹초인 상태인데, 바로 그게 문제였다. 집안일과 육아로 온 몸이 힘드니, 몸이 축나기만 하고 다져지지를 않는다는 것.
허리며, 어깨며, 목이며, 발바닥까지 모두 아파서 밤마다 틴틴이 마사지를 해 주지만, 전문 마사지사가 아닌데다가 둘 다 피곤한데 마사지를 하고 있노라면 5분도 길게 느껴진다. 그래도 출산 초반 몇달간은 그 마사지가 꽤나 효과가 좋았는데, 그 정도 마사지로 풀릴 통증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 그렇다고 전문 마사지사를 집으로 불러 마사지를 받자니 한시간에 적어도 70파운드 (10만원이 좀 넘는 돈?)는 할 것이고, 결혼을 하고 생활인이 되고 나니 그 돈이 너무 큰 돈이고 아깝다.
그러던 중, 요즘 본격 배밀이를 시작하며 시도때도 없이 몸을 움직이는 선우를 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저 조그만 녀석의 움직이는 동작들이 내 눈에는 그저 귀여워보이지만, 본인은 얼마나 힘들게 땀을 뻘뻘 흘리며 다음 단계를 연습하는 것일까! 나도 아이가 운동하는 동안 잠시라도 운동을 해보자!"
특히, 아이가 요즘 "엎드려뻗쳐" 자세를 할 때가 많은데, 그 때마다 저 아이가 저렇게 열심히 운동하는 동안 나는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 것.
아래 자세와 같이 배만으로 땅을 버티고 발다리를 들어올리는 것은.. 요가 동작으로도 자주 했던 것인데, 정말 힘든 자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애는 시도때도 없이 저런 자세를 취한다.
엉덩이도 자꾸만 치켜드는데, 이건 나중에 알고 보니 엎드린 자세에서 자리에 앉기 위해 연습하는 것이었더라.
바로 아래처럼 엉덩이를 번쩍 드는 자세! 얼마나 힘들꼬!
그래서 이런 아이 앞에서 운동을 했다.
아이를 보며 무릎대고 푸쉬업도 하고.. 15번만 해도 죽겠더라.
벽대고 푸쉬업도 하고.. 이 별 것도 아닌 동작이.. 스무번만 해도 숨이 헉헉 찼다.
과감하게 스쿼트까지 도전! 20번씩 두세트만.
몸이 좀 회복되면 달리기도 하리라 생각하며, 옷장 가장 구석에 처박혀있던 러닝팬츠도 꺼냈다.
뭔가.. 힘은 든데 기분이 좋았다.
나의 희안한 몸 움직임에 아이가 눈이 휘둥그레서 나를 쳐다봤다. 그러니 나는 더 신나서 으샤으샤..
그렇게 운동하기를 딱 3일.
이 글을 처음 시작한 것이 그 3일째쯤 되던 날이었던 것 같다. 지난 주 중반쯤.
아이가 밤마다 열번도 넘게 깨며 나의 수면의 질은 다시 현저히 떨어졌고, 설상가상으로 토요일에 아이는 감기까지 걸렸다. 나도 목이 칼칼하니 별로 좋지 않았는데, 아이를 돌보며 잠을 더 못 자고, 아파서 칭얼대는 아이를 돌보느라 힘에 더 부치다 보니 결국 나까지 감기.
아이에 이어 나까지 아프니, 틴틴은 점심시간 마다 집에 와서 얼른 점심을 먹고 1-20분이라도 나 쉬라고 애를 봐줬다. 그러니.. 덩달아 틴틴까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자다가 자기 코 막혀서 깨고, 기침 나서 깨고, 내 기침에 또 깨고, 자기 몸부림 (자다가 자꾸만 앉는다 ㅠ)에 깨고..
틴틴은 애 기침에 깨고, 내 기침에 깨고, 애 울음에 깨고..
바로 지난 주에 마음먹은 운동이건만, 딱 3일간 푸쉬업과 스쿼트 2세트씩 하고서는 그걸로 끝이다. 출산 후 운동은 아이 봐줄 사람이 있는 이들만의 특권인 것인가.. 결연한 의지에도 작심삼일로 끝나버렸다.
그래도.. 아이 감기는 나을테고, 내 감기도 나을테고, 틴틴도 회복을 할테고.. 나는 언젠가.. 다시 달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희망을 가지며..
우리 아이 감기부터 빨리 낫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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