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2017-20

주말은 남편 찬스 쓰는 날~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1. 11. 08:12
안녕하세요!  아빙던에 살고 있는 옥포동 몽실언니입니다~

오늘은 두둥~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이 시작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그리고 모두 한주간 수고 많으셨어요!!

저희는 주변에 달리 기댈 곳이 없다 보니 부부끼리 서로 적당히 일을 분담하고 있어요.  주중의 전업육아로 고달팠던 몸을 저는 주말이면 남편 찬스 덕분에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재충전하여 새로운 한주를 대비하지요.  제가 주로 쓰는 주말맞이 남편 찬스는 독방수면 찬스, 아침 서비스, 마사지 서비스입니다.  

독방수면 찬스

저희같은 경우 주중 (월/화/수/목)에는 제가 아이를 데리고 자고, 금/토/일 이렇게 3일 밤은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자요.  가끔 남편이 힘든 주말에는 제가 양보해줄 때도 있고, 주중이라도 제가 많이 아프거나 힘들면 남편이 아이와 잘 때도 있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편입니다.  사실 남편이 양보해주는 때보다는 제가 양보할 때가 좀 더 자주 있지요.

제가 아이를 데리고 자는 날이 더 많긴 하지만 남편이 힘들 때 제가 더 양보해주는 것이 그렇게까지 힘든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가 따로 자는 날이라도 밤에 아이가 울면 어쩔 수 없이 저는 침실로 들어가서 그 시간부터는 아이 옆에서 아침까지 함께 자기 때문에,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자는 날이라도 저도 50%는 아이와 함께 하는 셈이기 때문이죠.  결국에는 아이와 함께 잘 거, 처음부터 아이와 하루 더 잔다고 큰 일 나지 않으니, 남편이 힘들 때면 기꺼이 양보를 해주는 편이에요.  게다가 저보다 남편이 체력이 더 좋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틴틴은 유독 이런 ‘토막수면’에 취약한터라 되도록이면 틴틴이 ‘긴 연속 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편입니다.  대신, 틴틴이 긴 잠을 연속해서 잔 평일 아침에는 출근 전까지 아이를 돌보기 때문에, 저는 새벽녘에 부족했던 잠을 그 때 조금 더 보충하며 에너지를 충전하지요. 

새벽에 아이가 울면 결국 침실로 올라가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첫 3-4시간이라도 아무 방해없이, 맘 편하게 팔다리 움직이고, 이불도 뒤척이며 자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게다가 어제부터는 아예 아이 울음소리가 가장 적게 들릴 곳에 이불을 깔고 누워 자기 시작했지요.  바로 거실!  저희 침실은 다락방을 개조한 3층에 있고, 저나 틴틴이 따로 잘 때는 2층에 있는 아기방에 이불을 깔고 잤는데, 침실에서 아이가 울면 그 방에서는 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저는 바로 잠이 깨버려요.  놀랍게도 틴틴은 그 소리에도 깨지 않고 잘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저는 그 능력이 없거든요.  어제는 제가 온 몸이 너무 아팠던지라 큰 맘 먹고, '나 정말 제대로 좀 자야겠다!’ 선언을 한 후 제 이불을 모두 1층 거실로 들고 내려왔습니다.  결국 새벽 4시에 3층에서 들려오는 아이 울음소리에 잠이 깨버리긴 했지만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정말.. 꿀맛같은 잠을 잤답니다! (제 귀가 소머즈라 그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라 아이 울음 소리가 워낙 커서 다 들리는 거예요 ㅠ)

어젯밤 12시나 되는 늦은 시각에 잠이 든 이유는.. 항상 독방수면찬스를 쓰는 제 1일차에는 잠이 오질 않기 때문이죠.  왜냐구요?  이유는 매우 단순해요.  오랫만에 혼자 있는 시간, 혼자 잘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너무 기분이 좋고 흥분이 되어 그 시간에 잠이 절대 오지 않아요!!!  그 바람에 그 다음날은 항상 기분은 좋지만 몸은 되려 좀 더 피곤하답니다. ^^;;  이해심 많은 틴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시간 조차 너무 필요한 시간이니 제 마음대로 그렇게 하라고 말합니다.  그럴 때면 저는 결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죠 (아직까지는 말이에요. ^^;; 게다가 저희는 아직 결혼 1.7년밖에 되지 않은 신혼이랍니다!).

아침식사 서비스

주말 아침, 제가 함께 일찍 일어나 있을 때는 제가 보통 아침을 차리는데 (틴틴이 아이를 보고), 제가 밤새 아이를 달래고 수유를 하느라 잠을 못 잤을 때는 제가 비몽사몽이니 틴틴이 아침을 챙겨줍니다.  아침이라 해봤자 별 게 없습니다.  그냥 커피에, 토스트에 버터, 잼 발라 먹는 게 전부죠.  

새로 구입한 빵 보관 상자에 빵을 넣어두는 바람에 빵이 있는 줄 모르고 빵을 안 먹어서 빵이 너무 많이 남았어요 (이 이야기 보러가기 클릭!).  그래서 오늘 아침 저는 토스트 3장, 틴틴은 토스트 4장을 먹었습니다. 흐흐.  빵에 버터를 듬뿍 바르고~ 

잼도 이 잼, 저 잼, 종류 별로 발라먹죠~

치즈도 있는대로 꺼내 먹고..

그러면 아침 끝!

지난 주 일요일에는 아침 늦잠을 자고 내려왔더니 틴틴이 계란후라이까지 구워서 토스트 샌드위치를 만들어줘서 아주 감동했답니다.  거기에 수프까지 데워서 말이죠.  사실 혼자 먹으려고 준비하다가 제가 내려올 것 같아서 하나 더 만들었을 뿐이라 하는데, 저는 자고 일어났더니 아침이 준비되어 있어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죠!  

주말에는 보통 아침에 이렇게 간단히 (? 토스트 3-4장씩?!) 먹고, 점심에도 좀 간단히 먹고 저녁을 거하게 먹거나, 점심을 거하게 먹으면 저녁을 간단히 먹거나 (그리고 결국 또 간식) 하는 편이에요.  오늘 같은 경우, 점심에는 틴틴이 비빔면을 끓여줬고, 저녁에는 제가 도미찜을 해서 각자 도미 1마리씩 (sea bream)을 먹어치웠답니다.  오늘은 틴틴이 잭을 재우는 동안 간식상도 제가 차렸어요.  물론 치우는 건 틴틴 몫이지요.  

저희는 이렇게 주말 식사 분담을 하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사지 서비스!!

이건 꼭 주말이어야만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평일에 저도 피곤하고 틴틴도 피곤해서 마사지를 해달라 할 겨를도 없고, 그러기도 미안하고, 틴틴도 여유가 없어서 마사지 제안을 못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며칠전부터 온 등과 어깨가 너무 아파서 다시 마사지 세션을 시작했고, 주말이면 시간이 여유로우니 서로 더 여유롭게 마사지를 해주고/받을 수 있지요. 

요즘은 마사지 받으려고 제가 바닥에 누우면 틴틴이 제 등에 손을 대기도 전에 잭이 먼저 제 등에 올라타서 13킬로의 체중을 그 작은 손과 발에 다 실어 저의 여기저기를 눌러대는 통에 두서없는 마사지를 받고 있어요.  저는 오랫동안 근육통증질환에 시달렸던터라 이런 저런 치료와 개입을 해 왔어요.  그래서 틴틴은 연애 중에도 제가 많이 아플 때 마사지를 종종 해 줘서 제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너무 잘 알지요.  그러다보니 틴틴은 ‘마사지 경력자’가 되어 요즘은 마사지 실력이 꽤 좋아졌습니다.  여기, 여기, 하면 딱 딱 알고 제가 아픈 곳을 꼭꼭 눌러주지요.  그래도 마지막에는 꼭 한마디 덧붙여요. 

틴틴: 몽실, 이건 마사지로 될 수준이 아니야.  근력 운동 해야 돼.
몽실: 응, 나도 알아.  근데 시간이 없잖아 ㅠ 힘도 없고 ㅠㅠ 덜 힘든 날은 집에서 푸쉬업이라도 하는데, 요즘은 그럴 겨를도 없었잖아.
틴틴: 응 그렇지.. ㅠㅠ
몽실: 틴틴도 힘들텐데 마사지해줘서 고마워~~너무 시원해!

저희는 아직 신혼인데다, 둘 다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 이렇게 서로간에 인사치레를 잘 하는 편입니다.  안 그러면 삐질 수도 있을 정도로 그렇게나 소심하거든요! ^^;;

며칠전에는 아침에 마사지를 해주며 틴틴이 그랬어요. 

틴틴: 몽실, 몽실이 나 같이 마사지 이렇게 잘 해주는 남편 안 만났으면 어쩔 뻔 했어?!
몽실: 응? 틴틴 안 만났으면 도우미 아주머니 쓰면서 육아하고 있었을 수도 있지! 
틴틴: 뭐라구?!!  (마사지 하다말고 내 엉덩이를 찰싹~)
몽실: 큭큭 농담이야~ ㅋㅋ 틴틴 안 만났으면 나 그냥 결혼도 못 하고 신세한탄이나 하고 있었겠지 (정말 그랬을겁니다!ㅠ) 너무 고마워! 이제 좀 살 것 같아!  

저희 둘은 이러고 놉니다.  이런 저희 모습을 본 저희 친정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죠. “너희 둘은.. 좀.. 모자란 애들 같다~  둘다 셋째라.. (‘하는 짓이 애같다’는 말씀을 생략)” 

주말 육아 분담

주말에는 전반적으로 틴틴이 아이를 많이 돌보도록 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해야 아이와 아빠의 친밀도가 높아진다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실제로 그런 시간을 많이 가지게 해주니 아이가 확실히 아빠에게 (전보다) 좀 더 가더라구요.  그리고 저도 아이로부터 좀 떨어져있어야 주중의 아이와의 집중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기도 하구요.  또 저는 주말이면 주말알바도 해야 하고, 집에 먹을 것도 만들어두는 등 집안일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남편이 아이를 좀 더 돌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이렇게 주말 하루가 갔는데, 내일 하루가 더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쁩니다.  내일이 되면 모레는 주말이 아니라서 슬플 것 같지만, 오늘은 오늘의 즐거움을 즐겨야지요!

외국살이가 이렇습니다.  지척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남편과 저 서로밖에 없다 보니 서로 의지할 수 밖에 없고, 대신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채워줘야 하고, 서로가 서로를 돌봐줘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둘 다 버텨낼 수 없으니까요. 

한주간 육아로 고생하신 분들, 주말동안 남편찬스든, 부인찬스든, 가족찬스든, 지인찬스든, 누구의 찬스라도 쓸 수 있다면 그 찬스를 쓰시며 잠시라도 휴식하실 수 있길 바라고, 그럴 찬스가 없으시더라도 기운 내시고 좋은 음악에 따뜻한 차 한잔 하시며 한주 고생한 자기를 토닥여줄 수 있는 시간 가지시기 바랍니다. 

모두 힘내세요!  네, 힘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