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결혼

나의 남편이라는 사람 [염장/오글주의]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1. 16. 07:26

안녕하세요!  옥포동 몽실언니가 오늘은 저희 부부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사실 에버노트에 블로그 포스팅을 써서 티스토리 블로그로 "불러들이기" 기능을 실시하는데, 사용자가 많아서 기능이 원활하지 않다며 22분 뒤에나 다시 시도하라고 하네요.  기다리기 뭣해서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자고 싶은데 빨래가 덜 끝나서 잘 수가 없어요 ㅠㅠ) 쉬어가는 코너로 저희 부부의 에피소드 (사실 저희 남편 이야기)나 할까 합니다. 

다만 염장/오글 유발 가능성이 높은 글이니,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바로 글을 닫으시고 육아 카테고리 글들을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__^

* * * 

1. 

저는 결혼을 참 잘 한 것 같아요. 

남편이 참 좋은 사람이거든요.  물론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요. 

남편은 좋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정다감한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제 이야기를 정말 잘 들어줘요.  (가끔 건성으로 듣는데, 그렇다 싶을 때는 예고없이 '듣기평가'를 실시해서 제대로 듣고 있었나 확인하기도 하기 때문에 건성으로 듣다가도 제 눈치를 살살 살펴요. ㅋ)

남편은 다른 것보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 갚는" 사람입니다.  저에게만큼은요  (틴틴은 회사에서는..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지는 일이 일쑤랍니다 - 그게 또 제 걱정거리이기도 하구요). 

정말.. 저는 요즘 하루하루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아이와 단둘이 있는 동안은 정신이 하나도 없고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애가 안 자고 저에게만 자꾸 안기면 지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지금의 이런 삶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결혼 전 오랫동안 공부하며 힘든 시간을 많이 겪어서 지금이 더 행복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집 대출금 생각하거나, 앞으로의 경제활동과 가계운영을 생각하면.. 갑갑하긴 합니다 ㅠ)

오늘은 저녁 먹고 아이를 재우고 둘이 부엌에서 쉬다가 제 옆에 다가온 틴틴의 허리에 제 머리를 기대며

"틴틴, 고마워.  나 정말.. 너무 행복해.." 라고 하자, 틴틴은,

"뭘 이 정도 가지고.  이 정도로 만족해?" 라고 되물으며 저를 빵 터지게 만듭니다.  뭐, 더 해 줄 것도 아니면서~ 늘 말만 이렇게 하는 남편이지만 말이라도 이렇게 해주니 기분이 좋습니다. 


2. 

이런 제 남편은 가끔 말 한마디로'만' 천냥빚을 갚으려 해서 그게 또 가끔은 화를 불러일으킬 때도 있습니다. 

몇달전, 육아로 몸이 너무나 너무나 힘들었을 때였습니다.  아이를 매일같이 몇시간씩 업어재우며 몸이 다 으스러질 것 같았을 때..

"틴틴,  나 정말 너무 힘들어..ㅠㅠ 온 몸은 다 아프고, 잠도 잘 못 자고, 쉴 시간도 없고, 애 이유식은 만들어야 하고, 누가 좀 와서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가족들은 아무도 못 온다고 하고 ㅠㅠ" 하며 엉엉 울었습니다.  

"몽실, 울지마.  내가 있잖아.  내가 세배, 네배로 더 잘 할게.."

틴틴은 그 말 한마디로 제 울음을 뚝 그치게 했답니다.  

그러나 얼마 뒤 저희는 바로 이것 때문에 싸우게 되죠. 

"틴틴, 세배, 네배로 잘 한다며?!! 도대체 이게 뭐야??!!!" 하고 말이죠. ㅋㅋ

그리고는 얼마 뒤 둘이 함께 앉아 런던에 있는 한인슈퍼에 택배로 각종 음식을 배달하며 화해를 했지요. 


3. 

남편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남편에게 반한 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저녁에 둘이 통화를 하던 중 틴틴이 제게 물었어요.

"몽실, 너는 꿈이 뭐야?"

"(오랫만에 받아보는 '꿈'질문에 화들짝 놀라며) 꿈이요?  글쎄요.. (이제 그런 거 잊고 살 나이라..)  틴틴은 꿈이 있어요?"

"그럼, 나 꿈이 있지!!" 

라고 하는 거예요.  

와..나이 마흔을 목전에 둔 남자가 "꿈이 있다"고 말하는 모습이 참 멋있었어요.  참 오랫만에 무언가를 "꿈꾸고"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니 기분도 좋았구요. 

.

.

그렇지만..현실은..

아직도 그는 그 때 말한 자신의 "꿈"이 뭔지 모르고 있습니다. 

"틴틴, 꿈이 있다며?  도대체 그 꿈 뭐야?  언제 찾고 언제 이뤄?"

"하하!  그러게!! 나 진짜 꿈이 있긴 있는데.."

"그러니까, 그 꿈 뭐냐고?  내가 틴틴 꿈 있다는 이야기에 반해서 사귀었는데!"

"꿈.. 찾고 있어!! 찾을 거야!"


4. 

저희 틴틴은 꼼꼼한 면에 있어서는 조금 구멍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뭘 믿고 맡기기가 가끔 불안할 때가 있지요.ㅠㅠ)

반면 저는 너무 꼼꼼을 떨어서 피곤한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틴틴의 그 허술함이 편하고 좋습니다.  그 구멍 때문에 가끔 문제가 생기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틴틴은 모든 일에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아요.  그리고 핑계나 변명도 늘 그럴싸하게 됩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얼마전 저와 틴틴은 저녁 먹는 시간을 버느라고 아이에게 바닥에서 뻥튀기를 가지고 놀게 해줬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면서 틴틴이 청소기로 뻥튀기를 싹 정리했습니다. 

"수고했어요~" 틴틴에게 인사를 했죠.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저는 부엌 바닥에 뒹구는 뻥튀기 몇개를 발견했어요. 

"틴틴~~ 이게 뭐야~~?!! 어제 청소기 돌린 거 아니었어??!!" 라고 틴틴에게 타박을 하자,

"청소기가 잘 안 돌려졌나보네? (마치 남이 청소기를 돌린 것처럼)"

"으으응???  뭐라고?  잘 안 '돌려졌다'고?  제대로 꼼꼼히 안 돌린 게 아니구?" 

"수동태!! 영어식 표현!  수동태로 표현한거지~~"

라고 합니다. 

그 바람에 저희 둘 모두 빵 터지며 남은 뻥튀기들은 틴틴보다 꼼꼼한 제가 싹싹 청소를 해버렸지요. 


이러고 삽니다. 

이제 빨래가 다 되어 틴틴이 빨래를 널고 자러 올라갔습니다. 

저에게 경고를 하면서요. 

"열시 반이 다 되어가.  오늘 잭이 좀 더 일찍 잤으니 내일 아침 배달서비스도 좀 더 빨라질 수 있어~ (웃음) 그러니 어서 자~"

"응!! 알았어!"

* * * 

이제 에버노트 글을 블로그로 올리는 기능이 정상화 되었으려나요? 

저는 일단 오늘은 이만하고 자야겠습니다. 

내일 금요일은 후배들이 놀러오기로 해서 신나는 날입니다! 

그리고 주말이면 케임브리지의 J네 가족과 만나기로 해서 또 기대되는 날이구요!  신나는 주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