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T가 이야기했다. '언니, 나 이제 엄마 부심 좀 그만 부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엄마랑 친하니까 페북에 엄마 이야기를 쓰게 되는데, 생각보다 엄마와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더라구요. 내가 엄마 이야기를 쓰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나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뭐 어때서 그러니. 난 니 이야기 다 재밌고 너무 좋은데~ 그냥 너 하던대로 계속 해~ 결국 소셜미디어라는 게 자기가 가진 것 보여주고 과시하는 곳 아니겠니~ 다들 자기의 일상, 자기가 가진 것, 좋은 것 이야기하고 보여주는데, 너에게 그게 엄마라면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보여주고 하는 게 뭐가 어떠니~ 어쩌면 소셜미디어를 가장 소셜미디어답게 쓰고 있는 거지. ㅋ 난 니 이야기 재밌어~" 라고 대답했다.
정말 솔직하게 나는 T의 엄마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기도 했고, 그 이야기 속에서 T를, 그리고 T의 엄마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흥미롭고 좋았다. 나는 T가 자연스럽게 쓰게 되는 글을 어떤 이유에서든 제한하거나 하기 보다는.. 그저 그냥 지내던 대로 편히 지냈으면 좋겠고, 동시에 T의 글들을 통해 T에 대해, 그리고 T의 엄마에 대해 계속 더 알고 싶은 욕구도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가만히 보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족의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하는 편이었는데, 이건.. 가족 부심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내 삶에 있어서 가족이 너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아마 T에게도 엄마가 그런 존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게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집은 가족이 많다 보니 이야기거리가 될 만한 에피소드도 많은 편이라 그런 점도 있었는데, 그에 더하여 사실 나에게는 인간 관계, 나와 다른 인간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가장 많이 제기하던 대상들도 바로 그 가족들이었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많이 하게 되는 편이기도 했다. 어쩌면 T나 나나 자신이 언니와의 갈등, 동생과의 갈등, 나와는 너무 다른 성격의 엄마, 그로 인한 부담, 엄마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아버지라는 존재.. 이들과 한 집에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살고 있으니.. 그로 인한 고민들이 나에게는 아주 크고 중요한 고민들이었던 것.
대학시절, 나와 우리 언니와 같이 살던 S는 나에게 말했다. '몽실, 너희집은.. 정말...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구나!!!" S또한 우리집보다 자녀수가 겨우 한명 적을 뿐이었고, 거기에 더해서 S의 어머니는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살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S의 눈에 우리 가족이 그렇게 보였다는 것은.. 같은 수의 식구라고 해서 모든 식구들이 비슷한 환경에 있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어쨌든.. 시간이 흐르면서.. 갈등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확실히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더 이해하게 되는 것이 또 가족이기도 한 것 같다. 서운하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존재해 줌이 한없이 감사할 때가 더 많고, 시간이 지날 수록 각자의 마음들이 더 이해가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
새롭게 가족이 된 나의 Tintin. 그리고 그의 가족들.
요즘은 그들이 나의 새로운 화두이다. Tintin에게는 늘 고맙고 (그렇긴 하지만 아침에는 제발.. 스스로 일어났으면 좋겠다 ㅠㅠ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버지께서 왜 매일 아침마다 등교시간 30분 전에야 일어나서 부랴부랴 학교를 가는 나에게 늘 잔소리를 하셨는지 알 것 같다. 나보다 아버지께서 내가 지각이라도 할까 싶어, 지각이라도 하게 되면 그게 본인 탓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셨나보다..), 자꾸만 Tintin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고, 자랑도 하게 되고, 고민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좀 더 알아 가게 되기도 한다. '배우자'라는 처음 해보는 인간 관계이고, 서로 알게 된지.. 올 겨울로 만 4년이 되지만 앞으로.. 큰 사고만 없다면 40년 이상을 함께 하게 될 사람이다. 그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그의 가족 또한 도움이 된다. 그의 가족은 그를 형성하고 있는 틀이자,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도구이자, 현재의 그를 있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렇게 또 나의 좁디좁은 인간관계와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은 조금 더 넓은 지평으로 나아가게 된다. 나에게 '결혼'이라는 생활을 해 볼 수 있게 해준 그에게 고맙고.. 새롭게 가족이 된 Tintin. 그리고 곧 태어날 우리의 Jack. 모두 참 고마운 존재.
앞으로 어찌 고마운 일만 있으랴.. 많이 싸우게 될 것이고, 밉고, 화가 날 때도 있겠지만.. 갈등과 어려움들을 서로 인내하고 이해하고 도우며 잘 극복해나갈 수 있기를..
함께 있으면 피곤하고, 떨어져 있으면 애틋하고, 멀리 있어서 보고싶지만 막상 만나면 싸우게 되는 한국에 있는 식구들 생각이 유난히 나는 오늘이다. (가을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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