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외국에 오래 살다보면 우리의 소중한 모국어인 한국어를 조금씩 상실해가고 있음을 깨닫고 당황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국가의 언어가 상당히 느는 것도 아닌데 모국어를 상실해가니.. 이건.. 뭐.. 어느 언어도 잘 구사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언어를 가지지 못한 사람이 되어가는 듯한 자괴감이 들때가 있지요.
오늘은 한국을 오래 떠나있다 보니 생긴 말실수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물고기? 생선?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텐데요. 아이를 키우다보면 당연스레 생각했던 것에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 중 하나가 생선과 물고기의 구분이었습니다.
남편 회사 점심시간에 잭을 데리고 남편을 만나러 간 날이었어요. 남편 회사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연못에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어요. 그 물고기들을 보면서 잭에게 말을 해줬죠.
“잭, 저기 봐~ 물고기도 있네!”
그러자 마자 저 스스로 의문이 들었어요.
“응? 물고기? 왜 물에 있는 애들을 ‘물고기’라 부르지? 소는 사람이 먹는 고기만 ‘소고기’라고 부르는데? 그럼 저 물고기는 물고기가 아니라 생선인가? ‘저기 생선이 있네!’ 이것도 좀 이상한데...?”
아이에게 물고기를 보면서 물고기라 해야 할지 생선이라 해야 할지 혼동이 왔습니다. 영어로는 둘 다 "fish"이다 보니 왜 한국에서는 fish를 칭하는 말이 두가지인지 궁금해졌습니다. 한국을 너무 오래 떠나있다 보면.. 이런 식으로 어이없게 한국말을 상실할 때가 있습니다. ㅠㅠ
그리고 얼마 뒤, 무더웠던 작년 여름날, 더위를 피해 옥스퍼드 존루이스 백화점에 잭을 데리고 가서 백화점 한쪽 벽면에 물고기가 있는 수족관 모양의 벽지 앞에서 잭 사진을 찍고 그걸 가족 밴드에 올렸어요. 바로 아래 사진 속에 보이는 "John Lewis" 백화점이지요.
참고로 이 백화점이 들어와있는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3층에는 아래와 같이 야외 테라스가 있고, 그 주변에 괜찮은 레스토랑들이 많이 있어요. 옥스퍼드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웨스트게이트 테라스를 꼭 방문해보세요. 전망도 좋고, 자연과 어울어지는 테라스를 만들어뒀어요!
어쨌든 저는 그 사진에 “생선을 바라보는 잭” 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그 사진을 찾으려니 사진을 못 찾겠네요 ㅠ).
그랬더니 왠만해서는 댓글을 잘 달지 않으시는 저희 아버지께서 친히 댓글을 남기셨어요.
“몽실아, 생선은 사람이 먹는 죽은 물고기를 말할 때 쓰는 말이고, 살아있는 것은 물고기라 한다”고 하시지 않겠어요!
저는 머리를 한대 딩~ 맞은 것 같은 충격! 아니, 내가 이런 것조차 아버지께 배워야 할 정도로 무식하구나.. ㅠㅠ
“아니, 왜 소는 사람이 먹는 고기를 소고기라 부르는데, 물고기는 살아있을 때도 ‘고기’라 불러요?”
라고 댓글을 남겼지만 아버지께서는.. 제 댓글을.. 무시하셨습니다. == 영어로는 물에서 노는 것도 fish, 우리가 먹는 음식도 fish - 그래서 피쉬 앤 칩스! - 인데, 한국어는 그 둘을 구분하네요.
어쨌든.. 이제 앞으로 살아있는 fish는 물고기인 것으로.. ^^
거위들? 거미들? 고기들?
얼마전, 잭에게 한국 동요를 불러주며 생긴 일입니다.
몽실: 시냇물은 졸졸졸졸 거위들은 왔다 갔다~ 버들가지 한들한들~ 꾀꼬리는 꾀꼴꾀꼴!
제 노래를 들은 틴틴.
틴틴: 몽실, 뭔가 이상한데?
몽실: 그래? 거미들은 왔다 갔다~ 인가?
틴틴: 음... 시냇물은 졸졸졸졸~ 이니까 ‘고기’들이겠지~ 큭큭
몽실: 아!!!! 맞다!! 왠 거위며, 거미래. 내가 미쳐~ 영국에 너무 오래 살았어 ㅠㅠ 영국은 강가에 가면 거위도 많고, 거미야.. 뭐.. 천지에 깔렸으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그런데, 왜 물고기라 하지 않고 고기래?
틴틴: 그건..음.. "물고기들은 왔다 갔다~" 하기에는 음이 안 맞아서..???
몽실: 푸하하핫! 뭐야~~ 그럴리가?!
아무튼, 영국은 거미가 집 안팍으로 정말 많고, 강가에 가면 항상 거위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노래 가사마저 저도 모르게 개사를 해서 부르고 있네요. ^^;
시어머니? 장모님?
틴틴은 주말마다 부모님과 통화를 합니다. 아마도 영국에 사는 동안 거의 내내 그렇게 주말에 정해진 시간에 부모님과 통화를 해 온 것 같아요. 저와 사귀는 중에도, 결혼 후에도.. 항상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에 정해진 시간에 한국으로 전화를 드리죠.
반대로 저는 어느 때건 서로 용건이 있을 때 연락을 하는 편입니다. 용건이 있지 않더라도 가끔 안부차, 혹은 그냥 생각나서, 가끔은 그저 심심하고 말동무가 필요해서 부모님께 전화하기도 해요. 부모님도 마찬가지로 언제든 생각나거나 필요할 때 연락을 하시는 편이구요.
그러다 보니 시부모님께 전화드릴 때는 저도 함께 일때가 대부분인데, 저희 부모님께 연락드릴 때는 틴틴 없이 저 혼자인 평일 낮 시간인 경우가 많다 보니 어느 주말, 틴틴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난 뒤, 틴틴이 말했습니다.
틴틴: 몽실, 좀 있다 시어머니께도 전화 좀 드리자.
몽실: 응? 왜?
틴틴: 연락드린지 좀 됐잖아. 시어머니랑 장인어른께도 연락 드려야지.
몽실: 무슨 소리야? 좀 전에 전화드렸잖아.
틴틴: 아니, 내 시어머니.
몽실: 응? 틴틴시어머니? 누구, 우리 엄마? 푸하하하하하하!! 뭐야, 틴틴! 우리 엄마는 장모님이지!
틴틴: 응? 그럼 시어머니는 뭐야?
몽실: 남편 어머니만 시어머니야~
틴틴: 아, 상대의 어머니 (mother-in-law)는 모두 다 시어머니인 게 아니었어?
몽실: 아 무슨 소리야~ 틴틴, 왜 이렇게 한국에서 자라놓고 한국에서 안 자란 사람처럼 구는거야~ 내가 미쳐 정말!!
아무튼, 저희 틴틴은 저희 엄마를 자기 ‘시어머니’라 칭하고 있었습니다. 영어로는 mother-in-law 로, 시어머니/장모님 구분이 따로 없다보니 똑같이 생각했대요. 그걸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틴틴의 절친 중 하나는 이런 틴틴을 보고 제발 기본은 좀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잔소리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런 틴틴 덕분에 엉뚱한 데서 웃을 일이 생기니 그것도 나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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