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육아퇴근' 후 우리 부부만의 간식타임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1. 9. 07:13
저희 부부는 보통 저녁 7-8시 사이에 육아퇴근을 합니다.  아이가 일찍 잘 때는 저녁 7시가 좀 넘어서 자고, 요즘은 늦어도 8시에는 자는 것 같아요.  일찍 자는 대신 일어나는 시간도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지요. 

남편 퇴근부터 아이 재우기까지: 
저희 틴틴은 보통 5시 30분에 칼퇴근을 해서 집에 오면 5시 40분에서 45분쯤 되요 (네, 회사가 바로 집 앞이에요 ㅋ).  그럼 그 때 저희는 서둘러 아이 이유식을 먹이며 저녁을 먹고, 그릇들만 대충 싱크대에 넣어둔 후 분유 한통을 타서 얼른 침실로 올라가서 아이 목욕을 하고 수유를 하다가 엄마는 그 때 침실에서 빠지고, 아빠가 분유를 좀 더 먹이다 잠을 재워요.  제가 침실에 남아있으면 아이가 하염없이 젖만 빨면서 젖을 문 채로 자려고 해서 얼마전부터는 항상 이렇게 하고 있지요. 

집안 뒷정리: 
아이가 잠에 들고 나면 저와 남편은 다시 부엌에서 만납니다.  뒷정리를 하기 위해서죠.  보통 설거지는 제가 할 때도 있고 남편이 할 때도 있고, 그때 그때마다 달라요.  그러나 나머지 뒷정리 (아이 장난감 정리 등)는 보통 남편이 합니다.  그럼 저는 식탁에 앉아 랩탑으로 블로그 댓글도 보고, 댓글에 대댓글을 달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한국 뉴스를 훑어보기도 하지요. 

부부의 간식타임: 
남편이 장난감 뒷정리를 마치고, 부엌 정리도 마쳐가면 그 때야말로 부부만의 'Adult Time', 어른들만의 시간이 됩니다.  그 때마다 제가 항상 남편에게 하는 말,

“나 차 한잔만 만들어줘~”

그게 뭐라고..  전기포트에 물 끓여서 제가 차를 만들어 마셔도 되는데, 아이를 재우고 난 뒤의 차 한잔 만큼은 남편에게 대접받고 싶습니다.  하루종일 아이 기저귀 갈고, 아이와 놀아주고, 아이가 치근거리면 달래주고, 아이 이유식 먹이고, 이유식 먹인 것 뒷정리하고, 아이와 놀아주다가, 안 자려는 아이 겨우 재우고, 또 기저귀 갈고, 아이 간식 챙겨 먹이고, 또 좀 놀아주고.. 등등을 반복하다 보면 하루종일 제 화장실 갈 틈도 찾기 힘들고 좋아하는 과일 한쪽 제가 원하는 대로 여유롭게 먹을 틈이 없거든요.  

저는 늘 간식을 많이 먹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아이가 언제 어디로 가서 어떻게 다칠지 몰라 늘 아이 곁을 지켜야 하다 보니 오히려 낮 시간 간식은 줄어들었어요.  대신 저녁 간식이 엄청 늘었습니다.  특히 남편과 함께 하는 저녁 간식이죠.  우리는 그 간식을 ‘2차 저녁’이라 부르기도 할 정도로 거하게 먹는 편이에요.  얼마전부터 매일같이 그렇게 한끼 식사 버금가는 거한 간식을 먹다 보니 살이 좀 빠지는 듯 했던 저는 체중이 다시 늘었어요.  '장모님 권장 체중’에 다가가는 중이죠
http://oxchat.tistory.com/279  .  남편은 요즘 체중이 좀 줄고 있어서 저에게 ‘몽실, 이러다가 나랑 조만간 만나겠는데?’라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저께부터는 ‘나 저녁 간식 안 먹을거야!  절대 먹자고 나 유혹하지 마!! 나 안 먹어!!’ 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틴틴은 ‘응, 알겠어!’ 라고 협조할 듯이 나오더니 이내 말을 건넵니다.

‘몽실, 간식 안 먹을거라고 이야기한 건 알고 있지만 혹시라도 나는 차 한잔 하며 감자칩 먹을까 하는데 몽실도 차 한잔 만들어줄까?’ 

아.. 이렇게 제가 약한 ‘차 한잔’으로 제안을 하니, 어찌 함께 딸려오는 간식을 마다하겠습니까!  결국 저희는 또 다시 ‘차 한잔’으로 시작해 감자칩을 먹고는, 과일도 먹고, 식탁에 있던 씨리얼까지 먹고 맙니다.  저녁 식사 후에 보통 사람들의 아침 한끼와 스넥까지 먹는거죠.  뭐.. 대체로 건강한 식품들이긴 하지만 저녁을 이미 다 먹은 상태라는 점, 그리고 시간이 9시나 되어서 이렇게 먹는다는 건 그리 건강에 좋을 건 없을 것 같아요.  아이 때문에 10시에서 10시반에는 자야하는데, 자기 전에 배가 너무 부르니 숙면에도 좋을 게 없고 자다 보면 늘 속이 거북합니다 ㅠ (어차피 아이 때문에 숙면은 못 취하지만요). 

오늘은 그나마 간식이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제가 마트에서 사온 영국식 버터링쿠키와 독일 괴팅엔에서 도리님이 보내준 루이보스 카라멜크림티, 그리고 사과.  

한국의 버터링쿠키 같은 부드러운 쿠키가 ‘비엔나식 쿠키’인데, 가끔 참.. 그 쿠키가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오늘 마트에서 하나 사 온 김에 맛을 보려고 봉투를 뜯었죠 (웨이트로즈, 1.59파운드=2300원).  

버터 아몬드맛 비엔나 회오리 과자’라 적혀있네요.  바닐라맛 과자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아몬드맛이 나을 것 같아 이걸 사왔어요. 

냠냠.. 바삭하면서도 녹는 듯이 부드러운 맛이에요.  과자를 먹으면 아몬드 맛이 입에 꽤 강하면서도 잔잔하게 난답니다.  맛있어요! 

저는 한두개 맛만 볼 생각이었는데 틴틴과 함께 먹다보니.. 헉.. 어느새 빈 통!  9개나 들어있는 쿠키를 다 먹어버렸네요. 

틴틴은 과자를 먹었더니 속이 니글거린대요. 

틴틴: "몽실, 나 속이 니글거려.  과자 너무 많이 먹었나봐.  그러니까.. 뭔가 상큼한... 사과를 먹을까?”
몽실:  “큭큭큭.. 배 부르다며~? 나는 사과 2개!!!
틴틴:  “응, 사과 잘라줄게~”  

그렇게 틴틴이 사과를 접시 한 가득 내어왔습니다. ㅋ 제가 주문한 2개 플러스 본인을 위한 1개, 총 3개나 되는 사과를 말이죠.  저렇게 사과를 잘라두고 먹으면 보통 제가 2.4개를 먹고, 틴틴이 0.6개를 먹지요.  제가 fruitarian으로 살아라 해도 한달은 너끈히 살 수 있을 정도로 과일광이거든요. 

오늘은 그나마 간식이 적었던 날입니다.  평소 저녁 간식으로 먹지 않던 버터 가득한 과자를 먹긴 했지만 그래도 적당히 먹고 끝낸 것 같아요.  이렇게 먹으니.. 육아로 몸도 힘들고 잠도 못 자도 살은 빠질 리가 없습니다.   제 체중의 미스테리는 바로 이 간식에 있는 것 같아요.  간식만 안 먹어도 살이 빠질 것 같지만, 육아퇴근 후 남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간식타임이 하루 중 가장 여유롭고 마음 편한 시간이라 이 시간을 포기할 수가 없어요.  틴틴도 마찬가지로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겁다고 합니다.  

그나마 둘만의 이런 시간이라도 가질 수 있기에 둘만의 힘든 육아지만 버텨내고 으샤으샤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함께 먹는 음식 속에서 정이 싹트는 법이니까요~ ^^ 여러분도 사랑하는 이와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하는 간식타임 가지시며 편안하고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