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결혼

결혼 2주년 맞이, 다시 쓰는 우리의 스몰웨딩 이야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9. 3. 25. 08:14
오늘은 저희 부부가 결혼한지 2주년이 되는 날이에요.  2주년을 기념하여 잡지에 기고 하기 위해 써 뒀던 저희의 셀프웨딩 이야기를 다시금 올려봅니다.   이 글은 농민신문사에서 발간하는 ‘전원생활’이라는 잡지에 기고하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잡지에 글을 기고하게 되었고, 이 글은 약간의 편집을 거쳐 2019년 1월호에 실렸어요.  

결혼과 함께 참 많이도 바뀐 저의 인생이야기.. 바로 그 시작이 이 셀프웨딩으로 진행한 스몰웨딩과 함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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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케와 함께 지인이 직접 만들어 준 코사지

나와 남편은 모두 영국에서 산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남편은 한국에서 짧은 직장생활을 관두고 영국에 들어와 영국에서 영국직장인으로 산 지 5년이 되었을 때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나와 알게 되어 교제를 시작했고, 우리는 3년 반의 연애 끝에 작년 봄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우리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개인적이고 행정적인 이유에서 영국에서 결혼을 하는 편이 수월했기 때문이었다.  양가 부모님이 연로하시기도 했고, 둘 모두 집안에서 셋째라 한국에서 치러지는 전형적인 결혼식에 대한 가족의 압박에서 자유로웠다.  게다가 나의 유학 종료 후의 비자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편이 한국에서 결혼하고 비자를 받는 것보다 빠르고 간편했기 때문에 우리는 영국에서 우리들만의 스몰웨딩을 진행하기로 했다. 

영국과 같이 기독교 전통을 가진 나라에서는 대개 교회 (종교적) 결혼식, 비종교 결혼식의 경우 시청 결혼식, 일반 장소 결혼식 중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영국에서 십여년을 학생 신분으로만 살다가 막상 결혼을 하려고 알아보다 보니 영국이 결혼에 대한 제도가 꽤나 까다로운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은 한국보다 혼인율이 낮은데, 여기에 이 까다로운 혼인제도가 한 몫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먼저 어디서 결혼을 하든 결혼 전에 반드시 ‘결혼 예정’임을 시청에 신고하고 공지해야 한다.  신랑 신부가 구청에 가서 언제든 혼인을 등록할 수 있는 한국의 혼인등록제도와는 상당히 다르다.  영국에서는 적어도 결혼식 28일 전에는 시청에 본인들이 결혼할 것임을 신고하여야 하고, 이 때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느 장소에서 몇시에 결혼을 할 것인지 상세히 밝혀야 한다.  즉, 결혼식장이 미리 예약된 이후에 이 신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신고 자체를 위해서도 신고를 위한 ‘약속’을 미리 잡아야 하며, 예약된 날에 담당 공무원을 만나서 가짜 결혼이 아닌 진짜 결혼을 한다는 것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받음으로써 그 신고가 접수된다.  그럼 그 날로부터 28일간 시청에서 해당 결혼에 대한 공지를 하게 되며, 그 기간 이후에 결혼식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공지된 결혼 정보는 누구든 시청에 와서 요청에 따라 열람할 수 있다.  이 점이 흥미로워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인터넷도 없고 전화도 없던 옛날에는 개인들의 혼인 상태를 알아보는 일 자체가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운영했는데, 그 제도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 했다.  
 
시청결혼식이라 하여 서류만 작성하는 형식은 아니다.  교회 결혼식이 교회의 목사님이나 신부님의 주재 하에 이루어지는 것처럼 시청 결혼식에서는 시의 공식 ‘등록관’이 바로 그 역할을 한다.  또한 신부는 어떠한 형태로든 반드시 ‘드레스’를 입고, 신랑도 양복을 입어야 하며, 다이아몬드나 금반지는 아니더라도 ‘결혼반지’는 꼭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등록관의 주재 하에 정식으로 반지를 교환하며 서로의 배우자가 될 것을 서약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증인’들이 함께 참석하여 결혼등록서류에 자필로 서명하는 것이 중요한 결혼 절차 중 하나이다. 

시청이나 교회에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결혼식장을 빌려서 결혼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국은 한국처럼 ‘예식장’이나 ‘웨딩홀’이 있는 건 아니다.  호텔, 레스토랑, 유명 문화재 등 여러 형태의 장소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는데, 단 결혼식 진행을 위한 ‘면허’를 가진 장소들이어야 한다.  결혼‘면허’를 갖기 위해서는 면허등록비용도 지불해야 하지만, 소방안전 등의 문제로 여러 건물 규정이 단체 행사 진행에 적합한 곳으로 인증을 받은 곳이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옥스퍼드 지역을 예로 들면 옥스퍼드의 오래된 시청건물도 이 면허를 갖고 있고, 옥스퍼드 인근의 처칠 생가로 유명한 영국 내 3대 귀족 중 한 가문이 현재까지도 실제 거주하고 있는 블래넘 팰리스 (Blenheim Palace) 같은 궁전에서도 결혼식을 할 수 있다.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나와 남편은 영국 옥스퍼드에서 만나 이곳에서 연애를 했지만 결혼식은 인근 도시 스윈든에서 ‘시청결혼식’으로 진행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세례받은 교회여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있어서 우리에게는 맞지 않았고, 결혼’면허’를 가진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진행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영국에서는 민간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결혼이라 하더라도 ‘식’ 자체를 해당 장소에서 진행하고자 할 경우 시청의 (결혼)등록관을 포함한 담당자가 출석하여 시청결혼식과 동일한 절차를 진행하여 혼인을 등록하게 된다.  그런 경우 장소대여료와 식음료 비용도 만만치않지만, 이 등록관 파견비용 자체에만 백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우리는 조촐하고,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결혼을 원했기 때문에 그런 결혼식은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옥스퍼드가 아닌 스윈던 시청에서 결혼한 것은 단순히 옥스퍼드 시의 경우 대기기간이 길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지난해 3월의 어느 금요일 오전에 스윈던 시청 결혼식을 진행했다.  우리가 결혼한 장소는 신랑 신부 포함 딱 20명만 수용가능한 방이었다.  평일 하루 기꺼이 휴가를 내고 축하해주고자 하는 가장 가까운 지인만을 초대하여 그야말로 ‘스몰’ 웨딩을 진행했다.  양가부모님은 연로하시고 장시간 비행이 힘드셔서, 또 형제자매들은 학교를 다니는 조카들 때문에 한국에서는 올 수 있는 가족이 없었다.  대신 영국에서 직장생활 중인 남편의 누나와, 미국에서 직장 생활 중이던 나의 남동생이 그 여자친구를 동반하여 우리 결혼에 ‘가족대표’로 참석했다.  

시청 결혼식은 생각보다 근사해서 모두 놀랐다.  우리가 빌린 방의 사용료는 120파운드, 한화로는 18만원 가량이었다.  그러나 그 방안에는 생화로 된 꽃장식도 되어 있었고, 창 밖의 가든에서는 결혼식 후 사진도 촬영할 수 있었다.  입장, 퇴장, 결혼서약서 서명 절차 등에서는 우리가 준비해간 음악을 틀어줬다.  또한 결혼서약 전 우리의 가까운 친구들이 우리의 결혼을 축복하는 좋은 글귀를 읽어주는 시간도 가졌다.  이 모든 것이 시청결혼식 절차에 포함된 것이었다.  아버지가 함께 하시지 못한 대신 나는 남동생의 팔짱을 끼고 식장에 입장했다.  이날 내가 입은 드레스는 인터넷에서 구입한 “저가 웨딩드레스”라 10만원대에 구입하였고, 신랑의 예복은 아울렛에서 구입하였다.  내가 신을 웨딩슈즈는 경매사이트를 통해 1500원 남짓에 중고 웨딩슈즈를 낙찰받았다.  반지는 결혼 석달 전 둘이서 처음으로 함께 한 해외여행이자 약혼여행이 된 스페인 여행 중 작은 도시의 보석상에서 가느다란 실반지를 구입해뒀다.  결혼식을 올린 후 한국에 가족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기 때문에 신혼여행은 생략했다.  

우리 결혼 준비는 말이 셀프이지 ‘가내수공업’이나 다름없었다.  결혼 당일 메이크업은 화장을 잘 하는 친구가 직접 해줬고, 헤어도 고데기를 잘 마는 친구가 말아줬다.  저녁파티상은 결혼 4일전부터 친한 동생과 내가 둘이서 매일같이 준비했다.  돼지고기 수육, 유부초밥, 컵케잌, 각종 술안주용 과일, 야채 등을 모두 직접 준비하고, 일부는 구입하기도 했다.  웨딩부케도 친한 언니가 직접 만들어줬고, 음식 진열은 미적 감각이 뛰어난 친구가 도와줬다.  웨딩케잌도 우리는 직접 꾸몄다.  아무 장식 없는 케잌을 구입하여 내가 이 날을 위해 유튜브로 ‘설탕공예’를 배워 만든 장미꽃 장식을 사고, 우리 부부의 결혼식 차림을 본딴 설탕공예 모형을 주문하여 신랑 신부의 인형을 올렸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그날 내 놓을 와인을 직접 골라줬고, 또 다른 친구는 각종 칵테일주를 만들어줬다. 음식을 접시에 내어 놓을 때도 친한 친구들과 동생들의 도움이 매우 컸다.  친구나 후배들이 대부분 학생들이라 우리는 철저히 결혼 선물이나 부조는 받지 않는다고 미리 선언을 해 둔 터였고, 선물을 굳이 해주고 싶다면 돈 말고 ‘시간’으로 선물해달라고, 파티 전에 미리 와서 파티준비를 도와달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을 축하해주고자 하는 이들은 저녁의 드링크 파티를 함께 준비하며 미리부터 담소를 나눴고, 나도 웨딩드레스를 입은 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파티 준비를 했다.  

우리의 이런 결혼을 우리는 ‘스몰웨딩’, ‘셀프웨딩’, 그리고 ‘참여웨딩’이라 불렀다.  비용을 적게 들인 작은 규모 결혼이라 스몰웨딩이고, 드레스 구입부터 저녁 파티상 준비까지 모두 직접 했기에 셀프웨딩이었으며, 이 모든 과정에 친한 친구들과 지인들의 도움이 컸기에 그들의 참여가 중요했던 참여웨딩이었다.  


결혼식 반지 증정


우리의 결혼식 당일 차림새에 맞게 맞춤제작한 케잌 topper 로 웨딩케잌을 직접 장식 (설탕공예 장미꽃은 내작품!) 




이렇게 결혼식으로 올린 저희는 여러 사정상 신혼여행도 생략하였는데, 감사하게도 저희 부부에게는 마법처럼 귀여운 아기 잭이 찾아왔고, 그 덕에 저희는 세 식구를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  셀프웨딩의 꽃은 셀프케이터링이라 할 수 있지요.  저희는 이 날 상당량의 음식과 주류를 직접 준비했답니다.  바로바로 지루한 천국 괴팅엔의 도리님과 제가 2박3일에 걸쳐 음식만 만든 것 같아요~  그렇게 만든 음식을 저의 금손친구들이 또 멋지게 장식해줬지요.  다음에는 바로 그 셀프케이터링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